떴다! 항공과학 세상
이희우.임상민 지음 / 대교출판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We were Soldiers>란 영화를 보면 월남전 초기 전투장면이 나온다. 무기를 강하지만 월남이란 특수지형을 파악하지 못해 미군이 고전하는 영화다. 물론 마지막엔 통쾌한 승리를 거두지만 말이다. 월맹군의 유인에 속아 얼마 안 되는 병력으로 그들 본거지까지 접근한 미군들. 진격할 때는 아침에 나가 저녁에 돌아올 줄 알았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월맹군의  본진으로 미군의 열배가 넘는 군사가 땅굴 속에 진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인 멜 깁슨의 지휘에 따라 적군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여 승리의 기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머리싸움도 한계가 있는 법. 월등히 많은 적군을 견디지 못해 결국 미군과 월맹군이  전선 구분이 없이 뒤엉킨 채 싸우게 되었고, 숫자 면에서 상대가 안 되는 미군은 거의 전멸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그때 멜 깁슨은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한 다음 무전병을 불러 한 마디를 외쳤다.  “Broken Arrow!(말을 그대로 번역하면, 활시위에서 부러져 나가 누구에게 가서 박힐지 모르는 위험한 화살이란 뜻임)”. 인근해역에 위치한 항공모함에 비행기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 폭격해 달라는 요청이다. 단 아군, 적군 가리지 말고 알려주는 위치에 무차별적으로 폭탄을 투하해 달라는 의미다. 전투 막판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를 택한 것이다.

당시 장면 중에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장면이 있는데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전투기 몇 대가 아군 무전병이 불러주는 좌표에 따라 폭탄(네이팜탄으로 기억난다)을 투하하는 모습이다. 비행기들은 적군과 아군이 엉켜 싸우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낮은 고도를 유지하며 폭탄을 연속적으로 투하하는데, 폭탄이 일으킨 거대한 화염이 인근지역은 물론이고 적군들도 함께 불태우는 장면이다.

얼마 안 남은 미군을 향해 기세등등하게 돌진하던 그들 앞에서 주변의 모든 것을 순식간에 불태워버리는 폭탄의 위력이 어찌나 강렬했든 지. 무전병에게 폭탄투하 위치의 좌표를 듣고 “Roger! Out!(알았음)”라고 답변하며 기체를 적군 방향으로 돌려 돌진하는 전투기 조정사의 또 표정은 얼마나 진지했는지...지금도 눈앞에 생생하다.

뭐라고 할까.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독수리의 눈 같다고나 할까. 아니면 백만 대군의 지원병보다 더 든든한 방패 같다고 할까. 어쨌든 공군력이 전투의 승패를 어떻게 좌우하는지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장면에서 통쾌함을 느꼈을 것이고, 이런 감정은 당시 폭탄을 투하한 미군비행기와 조종사, 그리고 전투상황 자체를 역전시키는, 그들의 화끈한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책 <떴다. 항공과학 세상>은 비행기 자체와 비행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지원체제, 교육훈련과정, 직업세계 등을 재미있게 정리해 놨다. 소개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우선 비행기가 하늘에 뜨게 되는 항공기술의 기초인 ‘베르누리의 정리’를 볼 수 있다. 즉 특정 물체가 공중을 날기 위해서는 앞으로 끄는 추력, 뒤에서 잡아당기는 항력, 아래로 끄는 중력, 그리고 위로 올라가게 하는 양력이다. 이와 같은 기초이론을 안다면 비행기를 하늘에 띄우려면 항력보다 추력이 강해야 하고, 중력을 이길 수 있는 양력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비행기의 복잡한 구조는 바로 이와 같은 힘을 얻기 위한 것이란 것도 함께. 책에 담긴 내용이 재미있는 이유는 기초 원리를 설명한 후 비행기 한 대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구조들이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뤄 수평을 잡고, 위아래와 좌우로 움직이게 되었는지 그림과 함께 설명해 놨기 때문이다.

혹시 비행기의 날개가 동체 위에 있는 것과 동체 아래 붙은 것과 동체 가운데(요즘 전투기들은 대부분 동체 가운데에 붙어 있다)에 붙어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지? 그리고 날개는 사각형, 삼각형, 또 어떤 것은 넓고 크고, 어떤 것은 작고 얇은 게 있는데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아는지?

모른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들은 이와 같은 모양의 차이를 앞서 말한 공기의 네 개 힘과 연결하여 비행기 날개가 이런 공기의 힘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그림과 사진으로 설명해 놓아 책을 한번만 읽으면 친구들에게 잘난 척(?)하며 설명할 수 있다. 폼나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말이다. 

비행기는 날이 갈수록 더 빠르고, 크고, 더 높이 나를 수 있게 만들어 질 것이다. 인간이 가진, 하늘을 날고 싶다는 욕구는 세월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더 높은 곳에 가고 싶다는 욕망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아는가? 10년 쯤 지나면 자동차도 하늘을 나를 수 있게 만들어 낼 지. 물론 그때가 되면 관제소가 무척 머리 아파지겠지만 말이다.

책이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하늘을 난다는 것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서는 뭐가 필요한지, 그리고 현대과학이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여러 가지 실제 사례를 보여주며 지루하지 않게 설명해 놨다. 하지만 책에 담긴 내용이 초보적이라는 건 아니다. 내용은 무척 알차지만, 저자가 이 분야의 전문가이기에 이론과 사실 자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용을 우리 시각에 맞춰 써 놨다. 비행기에 관심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비행에 대한 기본원리를 이해하고,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어떤 지식이 필요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 읽어볼 것은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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