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역습 - 오만한 지식 사용이 초래하는 재앙에 대한 경고
웬델 베리 지음, 안진이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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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는 게 많은 것 같기도 하고, 또 반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우리 조상들보다는 무척 많이 알고 있지만. 나 같은 경우만 해도, 내가 관심 있는 분야는 어느 정도 알겠지만(그것도 제한된 부분에서만) 세상에 널린 수많은 지식을 모두 다 얻을 수는 없는 법. 모르는 게 더 많다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겸손이 아니라 실제로 말이다.

지식을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주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 십 년 전쯤일까? 하지만 그때도 지식보다는 지혜가, 이성보다는 감성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석학들의 저서 속에 간간히 들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요즘은 이성, 지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긴 어렵고, 지식이 모든 것의 해답이 될 수 없다는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말에 동의하는지 아니면 머리만 끄덕거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이젠 지식이 특정인의 소유물이기보다 검색할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다보니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인간 내면의 의식이 더 중요하게 되었고, 우리 앞에 놓인 문제를 객관, 합리라는 단어보다 인간답게 풀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안다는 것. 이제는 한계에 온 것 같다.

이 책을 열면 초반에 인간이 가진 지식의 종류와 무지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다양한 종류의 무지, 넘치고 넘치는 지식의 종류를 나열할 수 있겠지만 저자는 몇 가지로 간단히 정의한다. 그의 주장은 매우 분명하고 간단하다.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문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의 한계를 모르고,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나 몇 페이지를 더 넘겨보면 단순히 알고 모르고는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지식이 무지와 합쳐져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자체를 망가트리고 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자체를 지금 이순간의 만족을 위해 하나씩 파괴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의 말 중에 뇌리를 떠나지 않는 말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좋다. 이것은 인간의 지식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하지 않는가’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물이 부족해 지하수를 파면 당장의 물 고생은 덜하겠지만, 그로 인해 그것의 지층에 문제가 생긴다면....집안의 위생관리를 위해 오물을 하수도로 버리지만, 그로 인해 하천이 오염되고, 강이 오염되어 버린다면...곡식을 헤치는 벌레들을 없앤다고 농약을 뿌리면 곡식의 수확량은 늘겠지만 그로 인해 다른 곤충도 죽어 생태계 자체가 변해버리면...결국 인간은 자신의 지식을 믿고, 그 지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리라 기대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말이다.

특히 현 자본주위 체제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자본주의의 정신을 이끄는 존재는 인간이 아닌 기업이며, 기업의 사명은 이익추구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각에서 자연은 활용해야 할 자원이지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할 무엇이 아니다. 따라서 개발해서 얻을 이득이 많다면, 산을 없애 평지를 만드는 게 기업 입장에서는 옳다. 그러나 그로 인해 주변에서 살고 있는 인간과 동식물은 어떻게 될 것인가?

책 내용 중에 다른 사람들도 알았으면 하는 내용이 하나 있는데, 벌목 일을 하는 찰리 피셔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나무를 벨 때 기계보다는 말을 사용한다. 트랙터 같은 것을 사용하면 훨씬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나무를 얻을 수 있지만 그것은 숲이란 생태계를 망쳐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산 하나에서 벌목할 수 있는 모든 나무를 한꺼번에 다 가져가지 않는다. 비록 돈 벌이를 위해 벌목하긴 하지만, 그 후에도 숲 자체가 자생능력을 통해 원상대로 돌아갈 정도의 나무만 가져간다. 즉 자연과 인간의 대립이 아닌, 숲을 활용해서 이윤을 얻고, 자연과 자신의 모습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그는 주로 병이 들었거나 상했거나 다른 이유로 품질이 떨어져서 베어 내야할 나무를 필요한 수만큼 골라낸다.

찰리 피셔와 하루를 함께 했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3년 전에 나무를 베어낸 숲에서 사탕단풍나무와 붉은단풍나무가 빽빽이 자라는 모습은 찰리의 삼림 관리방식이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증거였다.” 그가 벌목을 나무를 찾을 때는 두 가지를 함께 생각한다. 즉 어떤 나무를 벨까의 문제와 어떤 나무를 남겨야 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10년, 20년 후에 내 아들이 베어낼 나무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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