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이 -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선택의 비밀
롬 브래프먼 외 지음, 강유리 옮김 / 리더스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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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는 항상 현명한 판단을 할까? 나름대로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니야’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한두 번은 ‘내가 왜 그때 그런 결정을 했을까?’하며 후회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상사람 누구나 결정을 할 때 백 프로 합리적으로 사고하기 어려우며, 또 어떤 때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인간을 이해하려 공부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유전자나 뇌 문제를 거론하게 되는데, 이때 놀라운 것은 평소 우리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의 절반이상을 이성과는 상관없이 결정한다는 점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누가 갑자기 “뒤로 돌아!”라는 말을 하면 우리는 어느 쪽으로 돌까? 어떤 사람은 ‘자기 맘대로’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실상은, 특이한 사람이 아닌 다음에는 모두 오른쪽으로 돈다. 남자들이야 군대 가서 제식훈련을 받아 그렇다고 치고 여자들은 왜 오른쪽으로 돌까? 이유는 운동신경을 제어하는 뇌가 왼쪽에 있고, 그로 인해 뇌의 반대쪽인 오른쪽으로 도는 것이다.

만약 어떤 가게가 남다르게 상점을 운영하겠다고 맘먹고 일반가게와는 동선을 다르게 만들었다 치자. 만약 이때 고객들이 어쩔 수 없이 왼쪽으로 돌게 만들면 그 가게는 일 년도 못가 문을 닫아야 한다. 고객들이 이유 없이 불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게 그 가게를 가면 불편해요.” 인간의 행동을 살펴보면 자동화된 기계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다 읽지 않아도, 아니 프롤로그만 봐도 책을 읽어봐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다. 한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의사들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경우다.

책 내용 중에 1950년대 한 병원에서 개심술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의사들이 한 남자의 심장에 흰 물질을 붓고 있었는데, 바로 석면이다. 요즘 죽음의 물질이니 어쩌니 하며 난리법석을 떠는 것 말이다. 당연히 석면을 시술받은 환자들은 죽어나가기 시작했지만, 의사들은 석면을 사용한 시술을 계속했다. 왜? 그들은 그게 맞다고 믿었으니까 말이다. 죽은 사람은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고.

우수한 조종사가 있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행사이며,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한 무사고, 정시도착 등의 기록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주변의 상황은 그를 초조하게 만들었고, 결국 평소라면 할 수 없을 결정을 내렸다. 단 몇 시간 먼저 도착지에 착륙하기 위해서, 자신의 기록을 깨기 싫다는 이유 때문에 비행기를 무리하게 이륙시키다 앞에서 다가오는 비행기와 충돌했고, 결국 비행사에 탄 승객 수백 명이 다 죽었다. 조종사는 당연하고. 조종사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자신의 진단에 의해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왜 의사는 자신의 치료방식을 고집하며 계속 진행했을까?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니 거창하게 세상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이 우리 자신만 들여다봐도 우리가 아닌 뭔가가 우리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대방과 이별하는 것이 백번 좋은 결정임을 알면서도 상대방을 포기할 수 없는 경우 같은 것이다. 아마도 그 사람은 ‘내 마음 나도 몰라’라고 외치며 멀어져가는 사람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치지 않을까? ‘나 좀 도와줘.’하면서 말이다. 당사자는 답답하겠지만 이런 상태는 내 마음을 내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내 마음, 뇌, 기억, 감정 어딘가의 작용이다. 단지 내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 동안 내가 내린 결정 중에서 온전히 내가 가진 이성과 합리성을 결정한 것이 몇 개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동시에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지나간 일을 지금 알아서 뭐하냐고? 아직도 몇 십 년을 더 살아가야 할 상황에서 늦은 때가 빠른 것이라고 이제라도 내 결정을 이끄는 심리 매카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면 앞으로 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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