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사박물관 7 - 고려생활관 1 한국생활사박물관 7
한국생활사박물관 편찬위원회(7권) 지음 / 사계절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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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옛 사람들이 살았던 발자취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 시대에 직접 가볼 수 없기에 과거의 자료를 근거로 과거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를 막연히 추측해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껏 우리가 알고 배워왔던 역사는 **년에 아무개(영웅이나 위인)이 어떤 정책을 시행했다든지 **년에 어떤 나라와 전쟁을 해서 **명이 전사했다든지 등의 딱딱한 숫자와 과거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짧막한 의미지움밖에 없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 자체도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사건의 역사적 평가는 후세에 의해 내려지는 것일 뿐이다. 예컨대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쟁의 현장에 있던 병사에게는 당장 어떤 군복을 입고 어떤 무기를 들었으며 전쟁이 끝난 뒤에 어떤 생활을 꿈꿀 수 있느냐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그 전쟁의 승패가 갖는 역사적 의미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다. 우리와 같은 대다수 범인들의 삶은 후세 사람들이 보면 별 의미없는 일상생활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실제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무수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이 실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놀이를 하며 살았는지, 즉 과거 사람들의 실생활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사건 중심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과는 또다른 면에서 무척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탄생한 책이다. 책의 각 부분을 박물관의 각 전시실로 구분한 발상도 무척 참신하고 풍부한 사진자료와 삽화(그리고 삽화에 곁들여진 설명)를 통해 실제 눈으로 옛 사람들의 생활상을 경험할 수 있다. 과거 인물의 글을 통해 그 인물의 시점에서 그 시대를 재구성한 것도 무척 생동감이 있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머릿속에 그 장면이 그려지는 듯하다. 처음에 책 표지만 보고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책을 다 읽고 나니 어른들을 위해서도 훌륭한 역사서로서 손색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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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발견 - 한국 고대사의 재구성을 위하여
이희진 지음 / 동아시아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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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사게 된 것은 주말 신문의 북리뷰란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고대전쟁사를 통해 고대사를 재구성한다는 내용이었고 마침 그때 이이화 선생의 한국사 이야기 중 삼국시대 부분을 읽고 있었던 터라 충동적으로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전공서 말고는 처음으로 책을 읽다가 관련된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은 충동도 크게 작용했다. 이제까지는 독서를 많이 하려고 노력은 했었지만 그때 그때 읽고 싶은 책을 읽었을 뿐 책을 읽고 그 책의 내용과 관련되는 내용의 책을 또 찾아서 읽은 적은 없기 때문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첫 번째 부분은 고대 삼국시대의 전쟁사를 몇 개 되짚어 보면서 당해 전쟁과 관련된 편견, 나아가 그런 편견이 가져온 더 큰 역사적 왜곡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고대 전쟁에서의 제요소를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전쟁에 대한 관념으로 과거의 전쟁을 이해할 때 얼마나 많은 오해가 생길 수 있는지를 철저히 보여준다.


우선 책을 읽고 받은 가장 큰 느낌은 저자의 주장이 무척 논리적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가야정벌의 주체가 백제였는지 왜였는지를 밝히는 부분에서 대부분의 책들은 왜가 그 당시 대륙으로의 체계적인 침략을 할 정도로 국가체제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든지 일본서기가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백제의 근초고왕이 가야정벌의 주체였다는 주장을 펴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마치 자신이 근초고왕의 머릿속에 들어간 것처럼 당시 한반도 남부의 강국 백제의 국왕 근초고왕의 입장에서 주변국들과의 정세와 백제의 실익을 꼼꼼히 따지면서 근초고왕이 교묘한 전략으로 별다른 무력행사 없이 가야를 백제의 영향력 하에 복속시켰다는 자신의 주장을 전개한다. 이러한 주장의 핵심적인 논거로 저자는 신흥세력인 신라가 가야에 영향력을 미침으로써 가야를 통해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던 왜가 큰 타격을 받았고 가야를 세력권에 백제의 세력권에 포함시켜 고구려에 대항하려던 백제가 왜의 그와같은 이해관계를 적절히 이용했다는 점, 당시 한반도의 정세가 북쪽의 고구려와 남쪽 대항세력과의 관계라고 할 때 대항세력의 주체를 왜로 보기에는 문헌의 근거나 왜의 사회발전 정도로 보아 여러 가지 무리가 있다는 점 등을 들고 있고 그러한 논거는 무척 설득력이 있었다. 저자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커다란 틀 뿐 아니라 세부적으로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부분 - ex) 왜가 일방적으로 신라를 침략한 것이 왜의 세력이 신라보다 강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대해 신라에 대한 왜의 침공은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국가의 사활을 건 문제였음에 반해 왜에 대한 신라의 침략은 당시 사회의 발전정도나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왜의 지리적 이점과 신라의 항해술 등을 고려할 때 실효성도 별로 없고 위험성이 높은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는 선택이었기 때문에 신라가 왜의 본토를 침략하지 않은 것이지 결코 신라의 국력이 왜보다 약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명쾌히 설명해준다. - 에 대해서도 현시대를 살고 있는 독자들의 상식에 비추어 이해하기 쉽도록 상세하게 논거를 들어 의구심을 풀어준다.


물론 내가 고대사를 연구할 수 있는 자료를 직접 읽어보지 않아서 저자의 주장에 쉽게 동조하는 것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우리가 오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파고든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편견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것은 단순히 삼국사기 등의 기록을 문자그대로 인용하거나 교과서에 실린 내용만으로 국사를 배웠던 나에게는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고 적어도 이 책만을 기준으로 보자면 저자의 주장은 무척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저자가 역사소설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하나의 문장과 다음 문장이 논리적으로 아귀가 맞아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내가 책을 읽으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은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이후 처음인 것 같다.)


역사가 과거의 사실에 대한 기록이기에 필연적으로 주관이 개입되고 그에 따른 왜곡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역사서를 읽는 순간에는 그런 점을 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한 역사적 사실이 얼마나 왜곡되기 쉽고 그러한 왜곡된 사실을 우리가 얼마나 쉽게,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 왜곡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단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를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대부분의 왕조의 몰락은 지배층의 부패와 무능, 그에 따른 민심의 이반의 결과라고 배워왔고 또한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것이다. 사회 대다수 구성원의 불만이 극에 달하면 비록 고대사회에서라도 그러한 불만을 해소하고 새로운 욕구에 부합하기 위한 신흥세력이 나타나고 그들에 의해 정권 내지는 왕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지적대로 유교적 합리주의 사관이 우리이 사고에 끼친 영향은 그 이상이다. ‘의자왕’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백제가 멸망당하려는 순간에도 삼천궁녀와 함께 술판을 벌이면서 충신들의 간언을 무시한 타락과 무능의 화신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아무리 생각이 없고 술에 쩔어 있는 왕이라도 한나라의 지도자이고 한때 해동증자로까지 불렸던 사람이 수백년 이어내려온 왕조의 존망이 위태로운 순간에 누구나 알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에 군사를 배치하라는 충신의 간언을 무시하고 술판을 벌일 수 있을까?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사실도 조금만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간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나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기존의 텍스트를 읽으면서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꼼꼼하게 따져보기 싫어하는 귀찮음에 근거한 비이성적 합리화로 - 사람 망가지는 것은 한 순간이고 술에 쩔어 있다보면 국가가 망하는 순간에도 궁녀들과 놀아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따위의 합리화 -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었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백제가 실제로 당나라가 상륙하는 지점에 군사를 배치하여 싸웠었고 성충, 흥수의 주장과 그에 반대하는 귀족들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당시 백제의 전략적인 입장에서는 백제가 그와 같이 전장을 선택하고 싸웠던 것이 합리적이었다는 점을 논증한다. 한가지만 생각해보자. 그 당시 사람이라고 생각이 없는 무뇌아는 아니지 않는가?

저자의 말대로 전쟁에는 틀에 박힌 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전쟁에 인간의 의지가 가장 극단적으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이전까지 승자의 기록인 역사서에 기재된 논리를 그대로 따른 순박한 단순논리로 - 전쟁에서 졌다면 지휘관이 능력이 부족해서였다든지 전쟁에 동원되었다는 군사의 숫자로 단순하게 당시 전쟁의 규모와 상황을 추측하는 등의 단순함 - 삼국시대의 전쟁사를 해석하고 그에 따라 그 시대의 역사를 이해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 저자의 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각주가 있다고는 하지만 여백이 너무 많이 남게 편집이 된 점은 좀 아쉬웠고,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와 비교해서 설명한 부분이 자주 등장하는데 스트크래프트류의 게임을 잘 이해하고 있는 나로서는 저자의 의도대로 고대의 전쟁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지만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혼란만 가중시킬 것 같다. 또 책 내용의 진지함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은 사소한 옥의 티이고 책의 전체적인 완성도 측면에서나 이 책을 통해 과거사를 밝혀 내는 새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고 우리가 가지고 있던 역사의 단면들에 대한 편견을 깨는 중요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하게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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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부기 2005-04-14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서평이 너무 길어서 읽다가 포기했어. ㅜㅜ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1 - 우리민족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1
이이화 지음 / 한길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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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이후 한국사와 담을 쌓고 지내왔던 나인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역사에 대해 내가 너무 모른다는 사실이 심히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태종이나 성종이 어느 시대의 몇대 왕인지 잘 알지 못해서 불편한 것은 물론이고 중국이 말도 안되는 논리로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의 한 부분으로 편입하려는 주장을 펼친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도 감정적으로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속으로는 ' 고구려가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고 중국과는 독자적인 문화를 이루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가 있지? 그것은 결국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기 나름 아닌가?'하는 안이한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일상에서 부딪치는 불편함에 더해 과거 우리의 발자취를 알지 못하고는 미래를 내다볼 수도 없다는 일반론적인 생각때문에 언젠가는 체계적으로 우리 역사를 공부해보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

그리고 신문지상을 통해 이이화 선생이 10여년에 걸쳐 한국사를 민중의 문화사를 중심으로 21권의 전집을 펴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떤 책으로부터 교양으로서의 역사를 공부할 지 모르던 나는 무심코 이이화 선생의 한국사 이야기 1권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작가는 머릿말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 역사는 특정인이나 특별한 계층의 독점물이 아닙니다. 오늘의 현실생활과 동떨어져 존재한다면 그것 또한 바람직한 역사의 모습이 아닐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가 우리의 역사를 흥미를 가지고 탐구할 수 있도록, 그리고 과거 우리의 조상들이 어떤 모습으로 생활했는지 우리 머릿속에 그려질 수 있도록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책을 서술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역사적으로 논의가 있는 부분에는 다양한 학설을 치우침 없이 소개했고 작가의 견해도 간단히 논거를 달아 밝혀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시각적인 자료도 꽤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는데 사진자료를 설명하는 어휘역시 역사적 용어이거나 옛날 말이어서 이해가 좀 어려운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기원전후 한반도 남쪽에서 일어난 국가들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한나라의 사군 명칭 뿐 아니라 진한, 진국 등 여러 국가의 이름을 두서없이 나열하여 이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 넣으려다보니 약간 서술의 체계성이 부족한 면이 약간 있지만 우리 역사를 우리 민족의 기원부터 당시 조상들의 실생활을 중심으로 찬찬히 살펴보고 싶다면 읽어볼만한 책인 것 같다. 지금 겨우 1권을 읽었지만 꿋꿋이 21권까지 완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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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자 교과서 1 - 생활과 한자 살아있는 휴머니스트 교과서
정민, 박수밀, 박동욱, 강민경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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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은 한자를 모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리고 30을 바라보고 있는 나도 그 젊은이들 중 하나다. 직업적으로 보면 남들이 보기에 한자를 많이 알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사실은 업무적으로 매일 쓰는 한자를 읽을 수 있을 뿐 제대로 쓸 수 있는 한자는 많지 않다.

예전에 한글전용론과 국한문혼용론의 논쟁이 있었다고도 하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자를 몰라도 큰 불편함이 없고 한자를 쓰는 시대는 지나갔다고까지 느껴지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다시 한자 열풍이 불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머릿말만 보아도 우리가 한자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자문화권인 중국과 일본문화 뿐 아니라 우리 문화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도 한자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산 것도 본격적으로 한자공부를 하기 전에 한자공부 자체에 더 흥미를 가지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그 목적은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어느정도 달성한 것 같다. 이 책은 주제별로 큰 단원으로 나누어져 있고 그 단원이 다시 세부적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주제에 맞는 한자어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풍부한 시각적인 자료들은 자칫 지루하기 쉬운 한자이야기에 생동감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겨냥한 주 독자층이 청소년이라서 그렇기는 하겠지만 내용이 약간 청소년층을 의식하여 계몽적인 부분도 눈에 띈다. 그리고 한자를 잘 쓸 수 있는 방법이라든지 고등학교 때 배웠던 한문을 해석하기 위한 기본적인 이론 등도 포함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중,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한자에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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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슈가
고은주 지음 / 문이당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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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사게된 계기는 솔직히 신문 지상의 신간 리뷰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읽었기 때문이었다.

그 리뷰의 내용은 대략 칵테일 슈가가 우리 사회의 해체된 가정을 죄책감 없이 벌어지는 무수한 불륜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것이었고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이기도 했고 불륜에 대한 생생한 드라마를 기대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리뷰에 나와 있던 칵테일 슈가의 만화책처럼 이쁜 북디자인도 내가 이 책을 구매하게 된 것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못했다고는 할 수 없다.

나는 기본적으로 줄거리가 탄탄하고 묘사가 생생한 장편소설을 좋아하고 칵테일 슈가도 당연히 그러리라 예상을 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칵테일 슈가는 단편소설집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책을 구매하기 전에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내 불찰이니...

스너프 필름을 찍게 되는 20살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유리'와 '너, 유리'는 소재도 독특하고 두개의 소설이 서로 다른 시점에서의 화자를 통해 진행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칵테일 슈가에는 모두 8개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데 각각 독특한 시점과 화법으로 소설이 진행되고 항상 결말이 선명하지 않게 끝나면서 무언가 독자에게 여운을 남기는 듯한 구조로 되어 있는 것 같다. 내 감각이 무딘 탓도 있겠지만 소설의 내용이 좀 추상적인 면도 있어서 소설 한 편을 읽고 나서도 줄거리를 재구성하기 위해 소설을 다시 뒤적거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긴 칵테일 슈가 자체가 줄거리가 중요한 소설은 아니니까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칵테일 슈가를 읽고 있으면 해체되고 껍데기만 남은 가정 - 그리고 그 중핵을 이루는 결혼이라는 제도와 부부관계 - 에 대한 노골적인 냉소와 절망이 느껴진다. 독백체의 서술에서 평소 우리가 타인에 대해 막연히 마음속으로 느끼던 냉소, 비웃음, 무관심 등의 생각의 단편들이 알몸이 드러나듯이 까발려지고 그런 부분을 읽으면서 카타르시스보다는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던, 마음속의 속물성이 드러나게 되는 것 같아 느껴지는 거북함이 더 컸다.

밝고 이쁜 책 표지와는 달리 칵테일 슈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어둡고 냉소적이다. 그런 것을 통해 작가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어쩌면 사회 전반에 만연한 것일지도 모르는)을 부각시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겠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과 냉소만을 그려놓은 것 같아 책을 덮고 나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런 거북함은 소설의 내용 때문이 아니고 소설이 우리 사회의 현 상황을 너무나도 잘 묘사한 것이 아닐까라는 불안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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