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인간관계론 (반양장)
데일 카네기 지음, 최염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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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선물받고서는 나는 저자가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 인줄 알았다. 물론 앤드류 카네기에 관해서도 나는 그가 철강과 관련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으리라는 막연한 짐작밖에 할 수 없었지만, 이 책의 저자가 그보다도 덜 유명한 데일 카네기라는 사실에 처음에는 솔직히 조금 실망을 하였다. 그렇지만, 이 책에 대한 서평이나 소개글 등을 통해 ‘카네기 인간관계론’이라는 책이 1937년 초판을 발행한 이래 줄곧 베스트셀러가 되어 왔고 - 7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읽고 있지 않은가? - 데일 카네기의 인간경영에 관한 노하우가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지침이 된다는 점을 알게 된 후에는 이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인간관계에 관한 책이 모두 그렇겠지만, 이 책의 내용도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내용에 관한 책에 대하여 좋은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그 책을 읽고 나서 얼마나 독자가 책의 내용대로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독자의 인간관계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 데 있어 상당히 유용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사실 그것은 이 책이 수십년간 베스트셀러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어느 정도 증명이 될 것이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대부분의 사례들이 과거에 성공적이지 못했는데 이 방법을 적용하니 마술처럼 일이 잘 풀려나갔다는 틀에 박힌 것들이어서 후반부에 갈 수록 집중도가 좀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책에 인간관계의 원칙에 관한 좋은 지침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원칙과 인관관계를 잘 맺는 6가지 방법이 서로 어떻게 다르고 구별되는 것인지가 모호한 것처럼 큰 장간의 구분이 논리적이지 않고 부분적으로 중복되는 내용이 있다는 점도 조금 아쉬웠다.

언제나처럼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이 책은 실천을 위한 좋은 도구일 뿐이다. 이 책을 읽고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한 1%의 진전이라도 있으려면 이 책을 읽고 어떻게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면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가에 있을 것이다. 개인적 활용을 위해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한 것을 바탕으로 정리해본다.


1. 인간관계 개선의 필요성

 

성공적인 인간관계는 성공 그자체 - 성공적인 사람은 무엇보다도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이다. 자동차회사 회장이 자동차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는 전문가를 부릴 줄 아는 능력만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우리가 투자하는 노력 - 성공적인 인간관계가 그토록 중요함에도 우리는 이를 위해 전문지식이나 어학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의 1/10, 아니 1/100도 투자하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인간경영의 노하우를 타고난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약간의 노력과 습관화로 호감있고 인기있는 사람, 나아가 성공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2. 인간관계 개선을 위한 변화의 방법들


가. 인간관계의 원칙을 습득하는 것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이를 습득하기 위한 의욕을 개발한다.

 

나. 이 책에서 제시된 인간관계의 원칙들을 어떻게 실생활에서 활용할 것인지 수시로 생각한다.


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간관계의 원칙들을 활용해본다.


라. 일단위, 또는 주단위로 인간관계의 원칙에 비추어 자신이 잘못한 일을 반성하고, 인간관계의 원칙을 활용하여 이룩한 진전에 대하여 확인한다.


마. 자신에게 가장 긴요하다고 생각되는 원칙들을 책상이나 머리맡에 인쇄하여 붙여놓고 계속하여 머릿속에 떠오르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대할 때 그러한 인간관계의 원칙을 떠올리며 행동하도록 한다.


3.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원칙


가. 비난이나 비평, 불평을 하지마라. -

비난은 상대방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을 정당화하고 오히려 우리를 비난하게 만든다.


마음이 상하여 상대방을 비난하려고 할 때 마음 속에서 한 번 삭여라. 그리고 그런 말을 한다고 상황이 달라지거나 상대방이 공감할 것인지에 스스로에게 되물어라.


사람은 말 한마디에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만큼 감정적인 동물이다. 또한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 한마디로 그 사람에게서 평생 미움을 받을 수도 있다.


나. 솔직하고 진지하게 칭찬하라. - 

사람은 누구나 칭찬받기를 좋아한다. 인간성에 있어서 가장 심오한 원칙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갈망이다.(p55)


자식자랑, 내가 아는 누군가의 대단한 일에 대한 자랑섞인 말은 모두 다른 사람으로부터 우리의 중요감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에 따른 것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식욕만큼이나 원초적인 것이다. 우리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일주일간 아무것도 주지 않고 굶긴다면 그것은 범죄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음식만큼이나 사람들이 갈구하는 칭찬을 하지 않은 채 일주일, 6주, 심지어 60년을 지나쳐버리고 있는 것이다.(p66)


아첨은 분별력 있는 사람들에게는 천박하고 이기적이며 무성의한 것이다. 아첨은 무성의하고 이기적이며 비난받지만 칭찬은 진지하고 이기적이지 않으며 어디에서나 환영받는다.(p68)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을 하라. 칭찬의 대상이 대단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의 조그만 관심사항을 재빨리 파악하여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을 하자.


상대방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조그만 방법은 바로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다. 조금의 노력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을 것이다.


다. 역지사지 - 


모든 불화는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만 사물을 바라보는데서 비롯된다. 한국에서 전쟁이 나서 수많은 사람이 죽는다고 해도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는 한 끼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훨씬 더 큰 관심사다.


상대방과 의견 충돌이 있을 때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번만 생각해 보자. 그리고 상대방의 생각이나 욕구에 공감해보자.


상대방의 의견이 우리와 다를지라도 끝까지 경청하자. 그의 가장 큰 욕구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감받고 싶어 하는 것이며 우리의 의견이나 평가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의견을 제시할 때에도 우리가 틀릴 수 있음을 언급하고 상대방의 의견에도 타당한 면이 있음을 인정해라.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을 하게끔 하려면 그가 스스로 그 일을 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즉, 다른 사람의 마음에 열렬한 욕구를 불러일으켜라!


라. 기타


(1) 미소를 지어라.

우리 주변에 호감이 가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그들 모두 미소가 아름답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2) 상대방을 비평할 때는...

결코 상대방이 틀렸다고 말하지 말라. 상대방을 비평하려거든 먼저 자신의 견해가 틀릴 수 있음을, 또는 자신도 잘못이 있음을 인정해라.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에 타당한 면이 있음을 인정해라. 그리고 그가 틀렸음을 직접 지적하지 말고 간접적으로 틀렸음을 알게 하라. 상대방을 비평하더라도 그의 자존심을 건드려서는 안되고, 체면을 세워주면 상대방의 반발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3)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분명한 태도로 인정하라.

잘못을 감추려다 보면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되고 언젠가는 모든 것이 밝혀지게 마련이다. 차라리 가능한 빨리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매듭을 짓는 것이 낫다.


(4) 공은 상대방에게 돌려라.

칭찬을 하라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된다. 공을 상대방에게 돌리면 결국 그 공은 자신에게 돌아온다. 상대방을 설득할 때는 자신의 의견을 마치 상대방의 좋은 아이디어로부터 나온 것처럼 제시하라. 상대방은 설득당하고서도 자신의 의견대로 된 것처럼 느끼게 된다.


(5) 채찍보다는 당근을.

격려해 주어라. 때로는 채찍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같은 값이면, 그리고 처음이라면 질책보다는 따뜻한 격려가 상대방을 더욱 분발하게 할 것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잘못은 쉽게 고칠 수 있고 우리가 상대방의 능력에 대해 신뢰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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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부기 2006-04-1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갸뿡.. 이거 보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난 인간관계에서는 좀 서투른 거 같네. 자갸 말대로 이거 읽고 사람들을 대하는 내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보꾸마

외로운 발바닥 2006-04-19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다 아는 이야기지만 항상 실천이 어렵지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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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라는 소설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책 제목이 수학에 나오는 원주율인데다가 얼핏 접한 책의 내용이 소년이 호랑이와 함께 배를 타고 표류한 이야기라는 것이어서 이 소설이 고도로 은유적인 이솝우화 같은 내용일 것이라 생각했다. 소년이 조그마한 구명정에 호랑이와 함께 조난을 당한 것이 소설의 주 내용이라면 그 소설이 사실적인 소설일 리 만무했고, 한편으로는 그 단순한 이야기구조 가지고 어떻게 두꺼운 책의 분량을 모두 소모했는지도 궁금했다. 내딴에는 이 소설속에서 호랑이가 말을 하고 소년이 별을 보며 호랑이와 친구가 되어 지혜를 얻는다는 식의 예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가 인도 - 이 나라에 관하여 아는 것이 거의 없으면서도 괜히 은둔자의 나라라는 이미지 혹은 인도인들은 철학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 출신이였다는 점도 나의 예단을 부추겼다.


책의 전반부 - 파이가 조난 당하기 전 - 는 솔직히 약간은 지루했다. 이 소설이 왜 ‘파이 이야기’인지에 관한 중요한 설명도 나오기는 하지만, 일정한 플롯이 진행되지 않고 다양한 소재가 두서없이 나열되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반부가 ‘꽝’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그 부분을 읽으면서 집중이 잘 안 되었다는 것 뿐이다.


전반부에서도 유난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주인공 파이가 천주교,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모두 믿음에 따라 각 종교의 사제들이 서로 파이가 자기들의 종교를 믿는 종교인라고 주장하면서 상대 종교에 관하여 비방을 하는 대목이다. 작가가 평소에 이와 같은 말을 하고 싶어 파이를 3개 종교를 모두 믿는 인물로 설정하지 않았나 싶다. 각 종교의 사제가 자신들의 종교의 교리를 설파하면서 다른 종교의 모순점을 꼬집으면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은 다른 사제가 이에 동조하여 함께 맞장구치고, 비판받은 종교의 사제가 다시 다른 종교의 모순점을 지적하면서 결국 각 종교의 모순점들이 모두 드러나게 되는 부분은 한편의 코메디 같았다. 분명 흑인의 신과 백인의 신, 한국사람과 아랍사람의 신이 다르지 않을텐데, 사람들은 그 신을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믿느냐에 너무나 집착하여 신의 근본 가르침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어디에선가 종교라는 이름으로 치러진 전쟁에 의한 사망자가 그 이외의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압도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신의 가르침은 숭고하고 명료한데 인간이 이를 흐려 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파이가 실제로 조난을 당하는 부분을 읽기 전까지는 어떻게 구명정에 호랑이와 함께 남겨진 소년 이야기로 줄거리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다. 당연히 호랑이에게 소년이 잡아먹힐 것이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이 소설에서는 소년이 호랑이와 - 사실은 몇몇 동물이 더 있었지만 - 구명정에서 220여일을 함께 생활한 이야기를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어떻게 호랑이와 한 배에 탄 채 생활하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을까라는 의혹은 책을 읽으면서 사그러들었고 작가가 실제로 조난 생활을 경험해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의 이야기를 이처럼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가 하는 감탄으로 바뀌었다.


책에 나와 있듯이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고로 파이는 살아남는다. 소설속에서 파이는 여느 소년과 다름없는 연약한 모습에서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인간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파이를 그런 상황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한 것은 삶에의 의지와 약간의 신앙심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동물원 주인의 아들이라는 점과 운좋게 구명정에 생존키트가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파이의 생존기를 읽고 ‘삶에의 의지가 정말 중요하구나.’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것 까지는 아니었다 할지라도, 인간이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또한 그런 상황에 처해 있으면 때로는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겠구나 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확실하게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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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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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의 두 번째 이야기인 이번 책은 첫 번째 이야기와는 달리 작가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위주로 채워져 있다. 작가는 서두에서 그래서 조금 더 감정적으로 서술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외과의사로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수없이 목격한 작가의 차분한 목소리가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책을 읽다보면 외과 의사라고는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주위에 가슴아픈 사연이 많은지 참 놀랍기도 하고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해 있지 않음이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지금도 내 주위에는 수많은 그런 사연이 있을 것이고, 내가 무관심하여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일수도 있지만 작가의 경험담 또는 간접경험담을 읽다보면 내가 참 행복하게 살아왔구나 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감점에 휘둘릴 만한 수많은 일들을 겪고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을 그런 상황에 내던지며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작가가 존경스럽기도 하다.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떠나보내는 등 끝없는 닥치는 고난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아주머니의 이야기인 ‘나는 진짜 행복합니다.’를 읽고는 아주머니가 겪은 지독할만큼 가혹한 운명이 원망스럽다는 생각도 하였고, 그런 일이 앞으로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내가 부여잡고 있던 세속적 삶의 가치들에 대해 아주 잠시나마(불과 1-2분이기는 했지만...하지만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이야기를 생각하면 같은 느낌을 받는다) 초연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사랑아, 사랑아, 즈려밟힌 내 사랑아’를 읽고는 개인적인 경험과 더불어 너무 가슴이 아팠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온갖 구속과 속박. 물론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우선생의 상황은 단순하게 왜 그런 것들을 뿌리치지 못하느냐고 타박할 수 없을만큼 너무나도 상황이 가혹하고 그런 상황이 뼛속까지 체화되어 있었다. 우선생 정도로 비극적인 가족이라는 굴레에 시달리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결혼이라는 젊은 남녀의 결합에 관여하는 사람과 가치가 너무나 많다. 둘만의 문제로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수많은 간섭과 이간질, 자존심싸움 등이 지금 이순간에도 수많은 젊은 남녀, 또는 부부들을 불행의 늪으로 내몰고 있지는 않은지...지금은 가벼운 웃음으로 그때의 기억을 되새길 수 있지만, 이 이야기를 읽고 나니 도저히 가족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우선생과 같은 상황에 내가 있지 않았음을 오히려 감사했다. 무척 힘들었던 그때나 행복한 지금이나 나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누리고 살고 있는 것 같다. 온갖 고통을 겪다가 이 세상을 떠난 우선생의 명복을 빈다. 다음세상에서는 마음껏 사랑하고픈 대로 사랑하시길...


‘어른들의 이기심에 희생된 아이’를 읽고서는 우리 사회의 의사들에 대한 인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우리 가족중에는 의사가 많고 주위에 친한 의사형들도 많이 있어서 기본적으로 나는 의사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의사들에 대한 나의 생각이 균형을 약간 잃었을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반대로 나와 친한 사람들 중에도 의사들에 대하여 상당히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몇몇 있다. 개인적으로 병원에서 의사들의 성의없는 진료를 경험했거나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의사를 만난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 경우에도 지극히 제한적인 경험을 성급하게 의사 전체로 일반화시켰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지만 어차피 사람은 개인적 경험의 틀을 벗어나기 힘드니까 그것까지 비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인터넷 게시판을 보다보면 막연하게 의사들은 ‘어차피 돈 많이 벌고 탈세하면서 떵떵거리고 살 놈들’이라는 막연한 편견에 사로잡혀 의사 일반에 대하여 극단적인 적대감을 표출하는 글들을 보면 물론 일부이겠지만, 의사들에 대하여 잘못된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거나 의료사고를 고의적으로 숨기는 악질적인 의사들도 있겠지만 그런 의사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대다수의 의사들은 환자가 보기에 불성실하게 보일 수는 있어도 적어도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의료사고(과실이 의사에게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가 발생하기만 하면 바로 의사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리며 병원에 드러누워 시위를 하고 조폭같은 브로커들이 설치는 지금의 상황은 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서평을 쓰면서 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조금 흥분해서 글이 좀 감정적이 된 것 같다. 알라딘에서 의료문제에 관하여 감정적인 논쟁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기에 글을 줄여야겠다. ^^;


암튼 삶과 죽음, 인간사에 관하여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현재의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감동적인 책이다. 두 번째 이야기도 첫 번째 이야기보다 조금은 더 슬픈 것 같지만 감동은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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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2-05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만 읽고 2권은 그 연장선이란 생각에 읽지 않았어요.
1권에서 울지 않았는데(남들은 울었다고들 하셔서)
2권은 덜 슬프다 하니 저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진 못할 것 같군요
그래요.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구요^^
(그럴려면 잔인하고 가혹한 스토리가 만들어져야 한단 말인가..이런...ㅠ.ㅠ)

외로운 발바닥 2006-02-05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2권이 조금 '더' 슬프다고 썼는데 ^^; 그건 아마 1권의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1권도 2권 못지 않게 슬픈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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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직접 읽기 전까지는 탤런트 김혜자가 명성을 이용해 책을 한권 냈구나 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다. 김혜자가 전세계적으로 난민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끔씩이나마 방송과 신문을 통해 접해왔었기에 그동안의 봉사활동을 선전하려는 것인가라는 무의식적인 냉소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내가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어머니께서 누군가로부터 이 책을 선물로 받으셨고 집에 놀러갔다가 새 책에 대한 욕심에서 이 책을 들고 왔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나도 모르게 냉소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김혜자를 바라보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졌다. 방송인이나 유명인이 어떤 일을 하면 그 목적의 순수성에 대해 의심을 하는, 그런 종류의 무의식이 내게도 있었나 보다. 책을 읽으면서 김혜자가 정말로 10년간 열심히 전세계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유명 연기자인 자신의 지위를 최대한 활용하여 나 같은 일반인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 김혜자의 삶의 철학이자원봉사기구의 홍보대사를 하여 1-2번이라도 직접 고통받는 이들을 방문하여 이들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만으로도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전해지는 그들의 소식에 대해 끌끌 혀나 한번 차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다수의 우리보다는 훨씬 큰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남들의 선행에 대해 냉소적 시각을 가질만큼 선행을 베풀어왔던가?


책의 지면으로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는 것과 실제로 방문하여 그들과 소통하고 그들과 며칠이라도 지내보는 것, 그리고 실제로 그런 고통을 겪으며 삶을 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일이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김혜자가 실제로 그들을 방문하여 그들의 실상을 접하고 나서 이 세상의 불공평함과 지옥같은 세상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여 수많은 죄없는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에 며칠 동안이나 잠을 설치고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이 미약하나마 공감이 갔다.


세계 인구를 100 명으로 보았을 때 50명은 영양부족, 20명은 영양실조, 1명은 굶어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이라는 사실은(p21) 우리를 슬프게 한다. 10,000원이면 한 아이에게 1달 동안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을만큼 먹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적은 돈으로 그렇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지만, 그런 비용이 없어서 사람들을 굶어죽게 놓아두는 것이 아니고 훨씬 더 많은 비용과 사람들의 정력이 본질적이지 않은 일에 허비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 더욱 비극적이다.


나 역시 이제껏 나만을 위한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얼마나 남을 위해 살 것인지 자신할 수 없지만, 요즘 방송을 보면 세상이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가끔씩 든다. 케이블을 통해서 가끔씩 시청하는 미국의 연예 프로그램을 보면 유명 스타가 파티를 하고, 명품을 입으며, 누구누구를 사귀었다 헤어지면서 바람기를 과시하는지에 관해 상세하게 보도를 하고 심지어는 유명 스타의 삶을 분석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나 그들의 애견을 돌봐주는 전문가까지 등장을 한다. 돈이 많은 유명스타가 자기 돈을 마음껏 쓰는 것은 그리 탓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자기가 노력해서 번 돈,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반드시 남을 위해 쓰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한쪽에서는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굶어죽고 전쟁과 추위와 살상의 위험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데 유명 연예인의 화려한 연애전력과 그들이 어떤 옷을 입는지가 더욱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수많은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거의 없지 않나, 내가 한두 명에게 도움을 준다한들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 것이고 상황은 전혀 달라질 것이 없지 않나 하는 패배주의적인 생각에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그런 생각이나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어린이들과 여인들.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가혹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삶을 이어가는 그들을 보면 반드시 남을 돕지는 않더라도 하루하루를 허송세월하는 것 자체가 죄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  만일 냉장고에 먹을 것이 있고, 몸에는 옷을 걸쳤고, 머리 위에는 지붕이 있는 데다 잘 곳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이 세상 75%의 사람들보다 잘 살고 있는 것이다.(p109) 

▫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을 도울 힘이 내게 없다고 생각할 때에도,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볼 때면 여전히 그들을 도울 힘이 내게 있음을 나는 안다.(p179)  

▫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p223)  

▫  임종의 순간에 이르러 인간은 얼마나 소유했고 성공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놓고 심판받는다.(p229)


누가 했는지는 모르지만 참 옳은 말이다. 위 말들을 가슴에 담고 보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자명해지지 않나 싶다. 알고 있으되 항상 잊고 지냈던 진실을 다시 일깨워준 김혜자씨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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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사과 2006-01-31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었습니다. 서점에서 서서 읽었는데 지르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했었죠. 결국에는 빌려서 봤는데 좋더군요. 책 사이사이에 있는 사진들이 글보다 더 마음에 남아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더라구요. 중간중간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이걸보면 우리는 참 축복받았지요. 하지만 김혜자씨가 (내가 그 자리에서 벽돌깨는 아이들을 다 풀어주었다. 그 아이와 결연을 맺었다)하는 부분들에서는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것 같아서 좀 씁쓸했습니다.김혜자씨는 전에는 연기도 했었고 부를 쌓아서 그게 가능하지만 저같은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200명이 넘은 아이들의 빚은 한 자리에서 갚아서 처리해 줄 수는 없을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돈으로 해결한다면 헛된 희망을 품게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김혜자씨가 활동하는 단체(이름을 모르겠습니다.)에서도 이런 사태를 우려해서 돈을 써서는 안된다고 되어있는데...그 자리에 제가 서있다면 감정이 휩쓸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들에서는 좀 씁쓸한 감정을 느겼습니다. 제가 메마른 걸까요?

외로운 발바닥 2006-02-0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 있는 사람이 돈으로 도와주는 것이 실제로 벽돌을 깨는 일을 도와주는 것보다 더 큰 힘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혜자씨가 직접 벽돌을 깨지 않았다 할지라도 김혜자씨는 유명인으로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활동을 하고 있으니 다른 일반인들은 할 수 없는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물론 돈만 내놓고 나몰라라 하는 건 씁슬하겠지만 김혜자씨는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가능한 한도 내에서 일단 돈이라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그나마 나으니까요.

빨간사과님이 그런 생각을 하시는건 메말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정이 너무 풍부하셔서 그런 걸껍니다. ^^

우기부기 2006-03-20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보고 싶다. 꼭 빌려줘.. ^^
 
법의관 - 전2권 세트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이나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추리소설을 즐겨 읽었었다. 나이가 들고는 어쩌다가 한번씩만 추리소설을 읽게 되는데, 최근에 읽었던 추리소설들은 사실 그다지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셜록홈즈 시리즈를 읽고 나서도 홈즈의 추리전개에 그리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런 추리의 단서가 제시되지 않다가 홈즈가 사건을 다 해결한 뒤에 어떤 어떤 단서를 따라갔다는 식으로 서술이 전개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든 셜록홈즈 시리즈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읽고 나서 ‘추리소설을 이맛에 읽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 접한 콘웰의 법의관은 추리소설로부터 내가 기대하던 요소를 충족시켜 주었다. 일단, 재미있다. 특히 요즘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CSI 시리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묘사가 사실적이었고,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도 뛰어났다. 그런 점에서는 ‘추천의 말’에 나와 있듯이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닌 일반 소설로서도 손색이 없는 것 같다. 책 뒤표지에 나와 있듯이 주인공인 스카페타 박사, 그리고 마리노 형사, 벤턴 웨슬리의 분업이 확연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그것은 스카페타 박사의 1인칭 시점이라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사실적이고 공감가는 심리묘사로 그런 부분을 많이 커버하지만, 3인칭 시점으로 하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주인공의 전문지식에 다른 인물들의 수사정보가 더해져 사건을 조금씩 풀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법의관은 기차에서 1권을 읽다가 2권은 그날 밤과 새벽에 걸쳐 3-4시간만에 읽어버렸다. 이렇게 한번 손에 잡고 끝까지 다 읽게 만든 소설은 꽤 오랜만이다.


책에 관하여 - 작가나 역자를 탓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관련 지식이 부족하여 소설 중간에 나오는 컴퓨터 해킹 관련 부분은 이해가 좀 힘들었다. -0-;; 그리고 소설의 분량을 고려할 때 굳이 8,000원 짜리 책 두권으로 출판했어야 하나 강한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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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사과 2006-01-3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감동이 무척이나 오래가더군요. 너무 좋은 나머지 저는 리뷰를 쓸 수가 없었습니다. 왠지 제가 쓰면 망칠것 같아서요.. ^^*동네의 책방은 다 뒤져도 콘웰이 지은 다른 책들은 찾기 힘들더군요..안그렇던가요?

외로운 발바닥 2006-02-03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사과님/ 저도 리뷰쓰는 것이 서툴어서 재미있게 읽은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네요.

책이 두권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좀 맘에 안들고 재미있긴 하지만 소장하기에는 좀 그래서 저도 동네 책방을 한 두군데 가 보았는데 역시 없더군요 ^^;

다른분들 리뷰 읽었더니 시리즈가 더해감에 따라 등장인물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니 다른 시리즈도 읽어보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