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기업도 이윤을 내야 한다. 그러나 시장이 사회의 목적이 아니듯이 이윤도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다. 그 '다른 목적'은 아주 간단하게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의 실현이다. 이 목적을 빼고 나면 무엇이 이윤 창출을 정당화할 것인가?" 



봄밤.

도정일 교수님의 바리톤 같은 음색을 떠올리며, 

[쓰잘데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에 코를 박고 있다가 찌리릿 했다. 죽비소리다!


아, '이윤이 목적'이라는 기존 경제학의 기업 논리에 회의적이면서,

나도 이윤을 먼저 생각하는 이윤중심주의에 허우적대고 있던 것은 아닐까. 


문득 이런 반성과 함께, 

문학을 거세한 기업의 야만과 만행을 떠올렸다.


덕분에, 우리는 지옥을 임대한 '대한민국 주식회사'에 살고 있는 셈이다. 


문학을 안드로메다의 것이라고 치부하고, 

전혀 고려할 것이 아니라고 여기는 기업이라면, 

과격하게 말해, 짐승의 불안을 뜯어 먹고 사는 하이에나와 무엇이 다른가. 개쩌리들.


문학과 기업(경영)은 별개의 것이 아닌 게다. 

이윤유일주의의 노예가 된 기업들이 탈출해야 할 것은 불황이 아닌 '인간의 얼굴을 지운 자본'이라는 악덕 지주다.  


도 교수님, 다시 한 마디 덧붙인다. 

"기업이 선택해야 할 방향은 자본, 주주, 투자자 들의 최대 이익만을 챙기는 일이 아니라 최소한 여섯 가지 가치들을 함께 고려하는 쪽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고객, 노동자, 투자자, 하청업체와 대리점, 사회 공동체, 환경이 그 여섯 가지 가치다." 


그러니, 이 향기로운 봄밤. 봄밤만 올라치면, 

내 마음에서 울컥 올라와 읊게되는 김수영의 '봄밤'에 슬쩍 취해본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봄이 흐드러질라치면, 내 마음에서 연주되는 이 음악과 함께다. 

봄날, 벚꽃 그리고 너. 


4월 1일, '1분의 예술사 장국영'만큼 김수영이 떠오르는 밤이다. 

4월 1일의 봄밤은 그러니까, 장국영과 김수영을 읊을 줄 아는 낭만가객과 한 술 나누어야 한다.

둘을 이야기할 수 없다면, 이날만큼은 당신은 그냥 쩌리다. 


만우절 뻥 아니냐고?

김수영, 장국영 그 이름 걸고 뻥 치는 인간 아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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