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실제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일과 당신이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책의 날을 맞아,
며칠 전 영면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말을 곱씹는다.
내가 기억하고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일과 너와 나 우리가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하여. 잊지 않기 위하여. 왜 이 사회는 어른이 되는 법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일까. 왜 우리는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일까.
그리하여, 지금 이것이 나의 화두다.
왜 어른인가, 누가 어른인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노란 나비효과를 기다리는 마음들의 간절함을 본다.
켜켜이 쌓인 마음은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까. 그럼에도,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마종기 시인의 '익숙지 않다'를 소리내 읽어본다.
그렇다 나는 아직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지 않다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삶인지
따뜻한 삶이란 무슨 뜻인지
나는 모두 익숙지 않다
어느 빈 땅에 벗고 나서야
세상의 만사가 환히 보이고
웃고 포기하는 일이 편해질까
그래, 책의 날이 접힌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 [새로운 인생]을 보면, 이스탄불의 평범한 공대생 오스만은 한 권의 책을 만나면서 돌연 학업을 중단한다. 그리고 터키의 방방곡곡을 순례한다. 소설의 첫 문장, 인상적이다.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것은 계시였을 것이다.
카뮈가 장 그르니에의 [섬]을 처음 읽고 말했던 그 계시.
카뮈 왈, 한 인간의 생에서 위대한 계시란 기껏 한두 번이지만 그 계시는 행운처럼 생의 모습을 바꾸어놓는다고 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아니,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책을 나와서 삶과 세상을 살아갈 때 길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우리가 읽은 것의 결과일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어떤 쓰레기 책을 읽어댔는지, 아니면 책을 얼마나 읽지 않고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모습일 것이다.
나는 지금 마르케스를 읽고 있다.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당신은 어떤 책을 읽고 있는가.
세상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기에, 이 슬픈 세상을 아주 조금이라도 덜 슬프게 만들기 위해 우리,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이야기하면 좋겠다.
사회적 독서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