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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한비야씨를 알게 된 건 군대에 있을 때였다. 몇 권 되지 않던 책 중에 한비야씨가 쓴 '중국견문록'이 있었고 중국에 관심이 많던 나는 아무 생각없이 펼쳐 들고 읽었던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얻게 된 사실은 중국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기보다 현재의 내 삶에 대한 새로운 조망이었다.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한비야씨를 좋아하게 되고 그녀가 쓴 책들을 읽기 시작하게 된 것이.....
한비야씨는 '한 걸음의 철학'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한 걸음 그렇게 걷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목표한 곳에 도달한다는 단순 명료한 진리 말이다. 그녀가 오지 여행을 하며, 특히 산에 오르며 했던 이야기는 그래서 아직도 나의 귓가에 선명한 울림으로 자리하고 있다. 산에 오를 때는 나의 페이스에 맞게만 올라가면 된다는 사실, 빨리 올라가려다가 중도하차하는 경우도 있었고 오히려 늦게 가다보면 지레 질려서 흥이 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페이스에 맞게 올라가면 된다. 하지만 막상 산에 올라 보라. 과연 그게 내 맘처럼 되는지 말이다. 좀 뒤쳐지는 것 같으니깐 뛰기도 하고, 늘 앞서려 하다가 정상을 밟아보지 못한 적이 얼마나 많던가. 삶에서도 마찬가지라던 그녀의 이야기는 그래서 와닿았다. 그저 묵묵히 나의 길을 나의 페이스에 맞게 갈 뿐이지, 주위의 것들에 민감해할 필요는 없다는 거.
그런 그녀의 '한 걸음의 철학'이 결실을 맺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그녀가 일을 그만두고 세계를 도보 여행한 후 우리 나라까지 마치고, 중국에 다녀오고, 그 다음엔 난민촌에서 일하며 겪었던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그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눈에 보이는 듯했다. 누가 봐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굶어 죽는 아이들을 눈 앞에서 보고 지나쳐야 하는 것, 절대적인 물 부족 앞에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도처에 도사리고 죽음의 공포,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을 텐데 그녀는 정말 행복해 하며 그 일들을 하나 하나 해낸다. 바로 그런 것일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그 일을 얼마나 소중하게 행복하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한비야씨의 기존의 책들이 그랬지만, 이 책도 나에겐 엄청난 감동과 깨달음을 주었다. 그녀의 삶이 나의 삶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동질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읽으며 내내 행복한 미소를 짓고 나의 꿈에 대한 확실도 느끼며 완전 몰입했다. 이젠 그녀가 아닌 우리가 지도 밖으로 행군할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