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광 김대중씨의 '인동초'에 관한 이야기나 신영복씨의 '옥중서신'에 관한 이야기를 읽노라면, 나락으로 떨어진 삶이 죽음의 삶이 아닌 또 다른 희망의 삶임을 알게 한다. 인생의 가장 처절한 밑바닥에 이른 시기임에도 그들은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의 내면을 갈고  다듬었으며 실력을 길렀다. 그런 인고의 시간을 지나 농축된 지식을 옥에서 나오고 나선 맘껏 펼쳐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한비야씨는 어떻게 보면 초월적인 무속인이나 수도승처럼 세상을 초월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먹고 살만 하니깐 그렇게 자유분방할 수 있는거야'라는 비판을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상적인 생활이야말로 최고의 正道라 생각하는 이의 고정관념에 불과할 뿐이다. 결국 삶이란 행복하기 위한 삶이어야 한다고 정의할 때, 자기의 행복을 맘껏 느끼며 살아가는 삶을 사는 사람이 정도를 지키는 사람일 것이니 말이다. 한비야씨는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된 삶을 사는 것이며 봉사활동이란 힘듬 속에서도 행복이란 결실을 거두고 있다.

  이렇게 보면 위에서 얘기한 두 분과 한비야씨는 달라보이기까지 하다. 두 분은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 굴복하지 안고 자기 계발을 해나갔던 반면 한비야씨는 자기가 원해서 하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면에서 봤을 땐 두 분과 한비야씨는 같다. 자기의 확고한 신념과 철학을 통해 어찌보면 편할 수 있는 일상을 버리고 my way(나만의 길)를 걸어가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나도  my way를 가고 있다. 때론 잘못 가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난 이 길을 사랑한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을 각오도 되어 있다.  내가 진정 원하는 일, 이젠 남의 시선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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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개정판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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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에 단숨에 달려가 보게 되었다. 맘에 들게 편집되어 있더군. 재밌는 그림들과 함께 실려 있어서 개정판은 훨씬 보기 쉬운 책이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단순한 깨달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천까지 하게 되었다. 머뭇거리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은 지금 바로 하라는 그 외침이 공명이 되어 나의 가슴 깊이 박혔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걷는 걸 좋아하는 나의 체질에 따라 우리 나라 도보 기행을 하고 싶다. 하지 않고서지레 힘들거라고 포기햇던 나에게 한비야씨는 자기가 미리 해본 것들을 보여주며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한 걸음의 철학'은 모든 일을 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어떤 요행을 바라지 말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보자. 요행은 어쩌다 한 번정도 있을진 모르나, 그게 결국 나의 앞 날에 걸림돌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안다면 나의 진솔한 한 걸음 한 걸음의 노력과 진실이 더욱 귀하게 느껴질 것이다.

  '세바퀴 반'을 읽었을 땐, 우리나라에 대한 풍물이 아니었기에 공감을 하긴 했지만 좀 이질적인 공감이었던 거다. 하지만 이 책에선 우리나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들어있기에 읽으면서도 내내 행복해하고 맘껏 웃었다. 유쾌하면서도 영혼의 울림이 있던 책, 그래서 나에겐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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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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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사람의 무늬나 사람의 지적 편력을 보고 '문체 난다. 문체 난다'라고 말하곤 했다. 학문적인 업적을 통해 일가를 이루었건, 삶이란 깨달음을 통해 일가를 이루었건 그의 말 한마디가 철학이며, 이론이기에 그런 것들이 바로 문체인 것이다.

  나의 문체는 어떤 모양일까? 사람들에게 난 어떤 사람으로 정의되고 있으며, 난 어떤 부분에서 일가를 이루었나? 지금도 여전히 성장하는 단계이고 많은 것을 배우는 단계이지만, 나도 나만의 문체가 나길 바란다. 그런 문체들로 나만의 족적을 남기고 나만의 것들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바로 이 책은 한비야씨의 문체이자, 그녀의 족적이다. 그녀는 누가 보건 대단한 사람임엔 틀림 없다. 누구나 나이가, 여건을 핑계 거리로 삼으며 현실에 안주하려 하는데 그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걸 장점으로 활용하고 그 안에서 무한한 잠재능력을 끄집어 낸다. 바로 그 점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날 감동시켰고 내 안에 억압해 놓았던 잠재능력들을 꿈틀꿈틀 대게 만들었다.

  이 책은 단순한 중국에 대한 보고서가 아니다. 그녀가 세상과 어떻게 소통하며 그 안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중국어라는 거대한 성벽을 어떻게 넘고 정복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나서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샘솟았다.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 그러면서도 더욱 자세히 나의 마음 속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일까지 말이다.

  책이 우릴 성장 시킨다. 정확히 말하면 책에서 우리가 느끼고 반응하는 만큼 성장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맘껏 성장하자 그래서 그 안에서 나만의 문체를 보고 나만의 문체를 통해 세상과 맘껏 소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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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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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비야씨를 알게 된 건 군대에 있을 때였다. 몇 권 되지 않던 책 중에 한비야씨가 쓴 '중국견문록'이 있었고 중국에 관심이 많던 나는 아무 생각없이 펼쳐 들고 읽었던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얻게 된 사실은 중국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기보다 현재의 내 삶에 대한 새로운 조망이었다.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한비야씨를 좋아하게 되고 그녀가 쓴 책들을 읽기 시작하게 된 것이.....

  한비야씨는 '한 걸음의 철학'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한 걸음 그렇게 걷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목표한 곳에 도달한다는 단순 명료한 진리 말이다. 그녀가 오지 여행을 하며, 특히 산에 오르며 했던 이야기는 그래서 아직도 나의 귓가에 선명한 울림으로 자리하고 있다. 산에 오를 때는 나의 페이스에 맞게만 올라가면 된다는 사실, 빨리 올라가려다가 중도하차하는 경우도 있었고 오히려 늦게 가다보면 지레 질려서 흥이 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페이스에 맞게 올라가면 된다. 하지만 막상 산에 올라 보라. 과연 그게 내 맘처럼 되는지 말이다. 좀 뒤쳐지는 것 같으니깐 뛰기도 하고, 늘 앞서려 하다가 정상을 밟아보지 못한 적이 얼마나 많던가. 삶에서도 마찬가지라던 그녀의 이야기는 그래서 와닿았다. 그저 묵묵히 나의 길을 나의 페이스에 맞게 갈 뿐이지, 주위의 것들에 민감해할 필요는 없다는 거.

  그런 그녀의 '한 걸음의 철학'이 결실을 맺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그녀가 일을 그만두고 세계를 도보 여행한 후 우리 나라까지 마치고, 중국에 다녀오고, 그 다음엔 난민촌에서 일하며 겪었던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그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눈에 보이는 듯했다. 누가 봐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굶어 죽는 아이들을 눈 앞에서 보고 지나쳐야 하는 것, 절대적인 물 부족 앞에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도처에 도사리고 죽음의 공포,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을 텐데 그녀는 정말 행복해 하며 그 일들을 하나 하나 해낸다. 바로 그런 것일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그 일을 얼마나 소중하게 행복하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한비야씨의 기존의 책들이 그랬지만, 이 책도 나에겐 엄청난 감동과 깨달음을 주었다. 그녀의 삶이 나의 삶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동질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읽으며 내내 행복한 미소를 짓고 나의 꿈에 대한 확실도 느끼며 완전 몰입했다. 이젠 그녀가 아닌 우리가 지도 밖으로 행군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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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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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무수히 많은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 아니 어찌보면 하나 하나가 숭고한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나와 같은 나는 없을 지도 모른다. 즉 나는 이 세상에 오직 하나란 이야기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엇이든 구체화되고 명료화 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어떠한 분류 체계를 만들어 사람들을 분류하곤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혈액형에 어떤 특성들로 사람을 나누는 경우이며, 사상체계를 통해 사람을 네 분류하여 자기를 객관하는 시키는 거다.

  심리학 또한 그런 분류와 일반화에 해당될 터이다. 나는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특수한 존재이지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특성들을 열거해 놓고 나도 이렇다고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리학을 싫어 하는 사람도 있다. 나만의 가치가 어떻게 그렇게 단순한 것들에 의해 좌지 우지 되느냐 하는 거다. 하지만 그 사람의 내면의 심리로 들어가보면 종교에 의지 하고 있거나, 오늘의 운세에 민감해 하는 것을 종종 본다. 그만큼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 대해서 궁금해 하며, 자신의 앞 날에 대하여 의심하고 불안해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나의 심리란 어떤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보기에 알맞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심리와 나의 행동양식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당연히 나의 심리의 심층을 표면화하는 과정 속에서 많은 혼란과 복잡한 생각들이 스칠 것이다. 그러한 과정들을 다 겪어내면 세상을 사는 게 한층 즐거워 진다. 지금껏 내가 살았던 방식이 방어기제에 의한 옥죄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우치면서 자유로이 창공을 날라다닐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나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서도 그런 심리적인 투사와 방어기제가 있음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심리학은 알고 있으면 커다란 힘이 되는 학문이다. 그런 심리학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해주는 이 책은 두고 두고 읽으며 탐구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은 김형경씨가 쓴 '사람풍경'이나 '성에''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들도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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