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야 산다 - 무너진 신앙을 회복시킬 부흥세대 애가 전병욱 미니북 시리즈 5
전병욱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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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단다. 언제 울어야 하는지 아는가?

  첫째는 태어났을 때란다. (난 태어나서도 배고프거나, 응가를 싸고나서 수도 없이 울었으니 이젠 울지 말라는 얘기다.ㅠㅠ) 둘째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란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당연히 눈물이 나오겠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울 수 없다니 대략 낭패다.ㅠㅠ) 셋째는 나라를 잃었을 때란다. (나라를 잃고나서 울면 뭐하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잖아.)

  남자 뿐 아니라, 여자들도 그런 의식에 쌓여 있는 것 같다. 눈물을 흘리면 왠지 나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 같아 꺼려지는 거 말이다. 그래서 누구나 강한 척 한다. 울어야 할 상황에서도 부득부득 울지 않으려 입을 악 물고 손에 힘을 꽉 주고 참으려 한다. 하지만 이미 눈은 충혈되어 있고 몸은 오르락 내리락 한다. 그렇게 참는 광경이 경이롭기 보다는 왜이리 유쾌해 보이던지.

  하지만 나도 그런 세 번 운다라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줄곧 들으며 자라왔기 때문인지, 울음에 인색하다. 아니 때론 나의 감정이 살아있긴 하나 의심이 될 때도 있다.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을 때조차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 나의 모습이 때론 당당함으로 느껴져 뻐기고 싶은 생각도 들 정도이다. 한 번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가 있었다. '07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 산다는 것'을 보다가 눈물이 흘러 나오려 했는데, 왠지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나면 내가 나약해 지고 무너질 것만 같아 꾹 참았다.

  그런 나였다. 어쩌면 내가 내 감정을 억압하고 억누르며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그렇게 살아왔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건 놀라운 계획이었으며 인연이었다. 우선 제목이 맘에 들지 않았기에 선뜻 집어 들지 못했다. 울어야 한다니, 그런 나약한 짓을 하라는 거야 라는 반감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인생의 비참한 아픔들이 연달아 나에게 다가오는 거였다. 나의 뜻대로 되지 않던 그 무수한 일들 가운데 나의 나약함을 뼈저리게 통감했으며, 그런 속에서도 눈물이 나오지 않던 나의 억압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가운데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우린 울어야 한다. 운다는 건 나약함이 결코 아니다. 그건 바로 나의 진솔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행위이며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진솔한 언어일 뿐이다. 울고나면 내 안에 있는 진실함이 묻어 나온다. 울지 않음으로 억압해둔 내 존재의 본질과 잠재능력들이 맘껏 솟구쳐 나온다.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그 극단엔 바로 울음이 있다.

  전병욱 목사님의 책들은 이래서 좋다. 왜 그래야 하는지 성경 구절들을 통하여 명료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고정관념들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자기 파괴행위였는지 여실히 알게 해준다. 그래서 이젠 기도한다. '주님 나를 눈물 많은 나로 만들어주소서. 물이 바다 덮음 같이 나의 눈물로 바다를 덮을 수 있게 하소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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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룡 - 설득과 통합의 리더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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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의 인물들에 대하여 관심이 있던 터라 이 책에도 자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저자를 보고 잠시 망설였다 하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덕일 선생님....... 뭐 개인적으로 이덕일 선생님을 싫어하거나 그렇진 않지만, 너무 책을 자주 쓰신다. 올해만 해도 벌써 몇 권의 책이 나왔으니 말이다. 얼마나 내공을 쌓으셨길래 그렇게 책들이 금방 금방 나오는 것일까. 그래서 처음엔 좀 망설였다. 꼭 다품종 대량생산 체제인 것 처럼 겉모양만 그럴 듯한 책이지나 않을까 그런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려웠던 탓이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고 나서는 나의 생각이 얼마나 부질 없는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책은 알맞은 두께에, 컬러로 구성된 사진들까지 실려 있고, 인용을 한 부분에선 다른 색으로 구분을 하여 한층 읽기 편했으며, 구성 또한 알차서 유성룡이 어떤 사람인지, 그를 통해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여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인물에 생명을 부여하는 작업을 아주 충실히, 그러면서도 아주 힘있게 완수해 주신 이덕일 선생님께 감사하게 되었다.

  유성룡이 어떻게 하여 그 입지를 굳히게 되었는지에 관한 고찰을 담고 있다. 그가 미관말직에 있던 이순신을 천거하던 일부터 임진왜란을 막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모습들을 담으며 그런 과정들을 이끄는 그의 능력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위기돌파 능력, 비전제시, 탁월한 국정수행 능력, 뛰어난 현안 해결 노력, 능수능란한 외교력, 유연한 사고방식, 날카로운 인재발탁 노력의 일곱가지 항목으로 그를 정치 외교적 수완을 빠짐없이 탐구한다.

  요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등장으로 새로운 리더쉽에 대한 논의가 한참 진행되고 있다. 약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 깊이 새겨진 강인한 카리스마 말이다. 하지만 유성룡 또한 반기문 사무총장에 뒤지지 않을 리더쉽의 소유자임을 이 책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유성룡의 새로운 진면목을 발견하며 그런 리더쉽을 체득할 수 있다면 이 책은 책 이상의 값어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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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개설 - 신정판
이기문 지음 / 태학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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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문 선생님의 이 책은 국어사 연구를 위한 고전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국어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필수코스로 익히고 단련해야 한다. 단지 한 줄로 써져 있는 말이지만, 그것을 검증하기 위해 한 편의 논문이 완성된다고 하니, 이 책이 가진 위용을 알 수 있으리라.

  과거 우리나라가 한글이란 문자 없이 한문을 통해 우리의 말을 표기했던 향찰이나 이두에서부터 현대의 한글로 쓰여지기 까지의 국어 발전사를 통시적으로 서술해 놓고 있다. 책 자체는 이렇게 얇은 데 어떻게 그런 내용들이 서술되어 있을까 놀라울 정도이다. 그렇다 해도 대충대충 쓰여진 개론서는 아니다. 저명한 학자의 내공이 듬뿍 담겨 핵심 주제들이 빠짐 없이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혼자 보기엔 무척 어려운 책이지만, 국어를 전공하고 국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우리 말의 발전과정에 대하여 늘 궁금하던 사람이라면 꼭 보아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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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하느님
조정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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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가? 이런 질문은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그렇지만 명확히 그 해답을 내릴 수 없었던 질문이었다. 내 친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자, 그 친구는 주저함 없이 '인간은 자기 욕망 때문에 살아'라고 말하는 거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비판적인, 그러면서도 너무 현실적인 관점인 거 같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으며, 왠지 모르게 화가 나기도 했다. 그랬기에 "그럼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왜 그러는거냐?"라고 했더니, "그 사람들조차 그런 일을 통해 자기 만족이 있는거잖아."라는 거였다.

  그 후로부터 였을 것이다. 모든 일을 함에 있어서 정말 사람이 욕망 때문에, 욕심 때문에 움직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 말이다. 하지만 그런 관점으로 사람들의 행동 양상을 보자, 전혀 어긋남이 없었다. 심지어 누군가를 짝사랑해서 그 사람 몰래 챙겨주는 그 사람조차 그 욕망으로인해 지치지 않고 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욕망들을 통해 관계를 맺고, 그 사람이 나와 잘 맞다, 안 맞다를 결정할 때에도 그런 욕망의 잣대를 통해 결정되곤 했다.

  '오 하느님' 조정래씨의 소설이 그렇듯, 무거운 우리 현대사를 담고 있다. 약소국으로서, 그러면서도 주권을 상실한 민족이 겪어야 했던 수난을 담담한 어조로 들려준다. 읽는 동안 '홀리데이'라는 영화를 보던 때처럼 기분이 착잡해 졌다. 홀리데이에서 죄수들이 탈출은 하지만, 그들의 죽음은 예정된 것이었다. 그런 결론을 알기에 그들의 탈출이 유쾌하지 않았던 것처럼, '오 하느님'에서 신길만이 일본군에서 소련군으로, 소련군에서 독일군으로, 독일군에서, 미국 포로로 옮겨가는 과정들이 유쾌하지 않았다. 혹 그들이 역사의 틈바구니 속에서 조선으로 귀환되었다 했을지라도 말이다.

  이 소설을 보며 느끼게 되는 건 비단 우리나라의 무력함이나, 신길만 등의 조선이 살아 남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 대한 애틋한 동조 뿐만은 아니다. 바로 강대국들의 자국 욕망에 의해 타국의 국민을, 자국의 국민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신길만 등이 일본군 포로에서 소련군으로 지위가 바뀔 때나 소련군 포로에서 독일군으로 지위가 바뀔 때, 소련이나 독일이 내세운 논리는 '약소국을 강대국의 위협에서 해방한다' 였다. 하지만 과연 그들의 자국의 이익이 없었다면, 그런 일들을 할 수 있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으리라. 어디까지나 표면적 이유를 뿐이다. 그렇기에 신길만 등의 전향한 군인들은 이용 당하기만 하고 결국 다시 소련으로 송환되자마자, 타국에 항복한 포로였다는 이유로 총살 당하게 된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현대사의 암울한 그늘을 맘껏 느낄 뿐 아니라, 인간이 가진 욕망이 얼마나 비열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욕망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리라. 분명 좋은 쪽으로 사용하면 오천만원을 기증한 할머니 같은 분들도 있을 것이니까. 하지만 그게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으로 흐를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비극을 초래한다. 나는 어떤 욕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가. 그런 욕망이 금수만도 못한 그런 욕망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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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세트 - 전10권 삼국지 (민음사)
나관중 지음, 이문열 엮음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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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는 말이 필요 없는 명작이다. 진수의 정사 삼국지는 편년체의 역사서인데 비해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는 픽션을 가미한 삼국지 소설이니 말이다. 분명 정사 삼국지와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 책이 거짓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소설은 소설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왜 삼국지를 읽어야 하는가? 왜 삼국지의 위상은 아직도 건재하는 것일까? 솔직히 생각해보면 중국의 역사를 말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 또한 과거적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금의 전쟁 방식과 비교하면 허무하기까지 하다. '차 한잔 마실 시간에 적장의 목을 베었다니' 얼마나 허무하고도 고전적인 방식인가. 그럼에도 우리가 이 책을 읽는 이유는 그 안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많기 때문이리라. 수많은 인간 군상들을 통해 요즘 세상을 반추해볼 수 있으며,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그런 역설 속에 현실 감각을 키울 수 있다. 모략과 지혜, 이런 것들이 요즘 세상에 다시 각광 받는 이유는 아무리 세상이 기계화된다 해도 인간의 지혜는 따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모략과 지혜, 그리고 인간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하는 해답들이 들어 있다. 그래서 삼국지의 인기는 여전한 것이며, 불후의 명작이라 이름 하는 걸거다.

  삼국지 번역본들이 참 많다. 그럼에도 나는 이문열씨의 삼국지를 좋아한다. 그의 문체나 그의 사상이 맘에 들기 때문이다. 그의 문체에는 사람을 잡아 당기는 힘이 실려 있다. 그래서 읽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끝 지점까지 이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물론 다른 분들이 번역한 삼국지에 비하여 좀 읽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한자어를 많이 사용함으로 한자를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아가며 봐야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런 것들을 감수만 할 수 있다면 이 책은 최고의 번역서이며, 최고의 삼국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번역본으로 완독하는 삼국지와 이 책으로 완독하는 삼국지는 분명 그 사유의 깊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궁금한 사람은 1권만 집어 들고 번갈아 가며 읽어보도록...

  명작을 읽는다는 건, 나의 내면을 살찌우는 행위이다. 삼국지를 통해 나의 내면에 맛난 지식의 밥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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