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8월 어느 날인가 알바를 다녀오니 엄마가 말씀하신다.
- 내가 죄 진게 있다
결혼전에 생일 선물로 받아 잘 모셔 뒀다가 결혼하고 사용하기 시작한 주전자를 엄마가 태워 잡수셨단다.
커피를 드시려고 주전자에 물을 붓고 가스랜지에 올려 두고 엄마네 집으로 건너 가신 후로 주전자쯤은 가뿐히 잊어 먹고 계시다 지성이가 건너와서 가스랜지 어쩌구 주전자 어쩌구 말하는 통에 기억이 나서 건너와 보니 이미 주전자는 까맣게 변해 버렸단다.
어쩌겠나.. 집에 불 안난게 다행이다 생각하고 미련을 조금 담아 주전자를 버렸다.
지금은 아쉬운대로 다른곳에 커피물을 끓이는데 조만간 주전자 하나 사야지.. 생각중이다.
2. 8월 어느 날인가 알바를 갔다가 같이 근무한적이 있는 직원의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들 키우기가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사춘기를 조금 힙들게 지내고 있는 아이에 대한 학교측의 안일한 대처에 나도 어이가 없었고 부디 아이도 힘든 시기 잘 넘기길 바라고 부모도 가슴 덜 졸이며 지내길 바란다.
그 직원은 남자 직원이고 부인이 같은 사무실에서 마주앉아 근무하다 눈이 맞아 연애해 결혼한 부부인데 지금은 같이 근무했던 남편보다 같이 근무한적이 없는 아내랑 더 친하다. (그 아내도 내가 퇴사할때 같이 퇴사했다)
3. 8월 어느 날인가 알바를 끝내곤 퇴사후 처음 만나는 얼굴들과 잠깐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직 근무중인 후배가 '언니들, 한 번 봅시다!' 라고 외치며 퇴직한 여직원 5명을 모아 주었다. 언니 세 명에 나랑 동갑인 동기 한 명이랑 나랑 아직 다니고 있는 여직원까지 여섯명이서 저녁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난 뒤 배 뚜들기며 집으로 돌아왔다.
한 언니는 퇴사하고 어케어케 세월을 보낸 뒤 요즘은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 언니는 '무상급식'에 무척 심한 반대의견을 보여줬다. 무상급식이라는 자체보다 그 뒷면의 비리가 걱정이 되어 반대하는 입장이고,
다른 언니는 영양사 언니인데 아직 타 기관에서 영양사를 하고 있고 본인이 그런 직업이다 보니 아이들 급식에 엄청 신경을 쓰고 있단다. 그래서 무상급식이면 아무래도 식단이 허술해 지지 않겠냐는 뜻에서 반대를 하고 있다.
난 아이들은 누구나 차별없이 무상급식을 해야 하고 그 나머지는 어른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는 차원에서 무상급식을 지지하고 있다.
어른들의 이해관계, 수지타산, 정치갈등등의 피해자가 아이들이 되어서는 안된다.
4. 시아버님 사십구제와 광복절 연휴를 끼고 시골에 갔다가 정성이는 황당한 사건을 겪었다.
그 즈음 정읍,임실 지역에 엄청난 비가 내렸고 덕분에 집 앞 냇물은 냇물의 수준을 넘어서게 됐는데 그 냇물에 발담그러 나갔다가 정성이는 안경을 분실했다.
냇물 가운데 바위에 앉아 안경을 닦다가 그대로 떨어뜨렸고 빠른 물살에 안경은 마하의 속도로 떠내려 갔고 탁한 물에 바닥은 보이지도 않았고 덕분에 정성이는 이틀 정도를 안경없이 뿌연 세상을 살았다.
냇물을 건너가다 가운데서 갑자기 수심이 깊어지는 바람에 신랑은 주머니에 넣어 뒀던 바꾼지 두 달 된 스마트 폰을 물에 잠시 잠수 시켰고 말린 후 다시 전원을 넣으니 사소한 고장이 보여 AS를 받아야 했다.
5. 지난 주말엔 집을 뒤집어 엎었다. 토요일엔 방 두개, 일요일엔 거실의 도배와 장판을 바꿨다.
방에 있던 책이랑 옷가지 등등을 엄마네 집에 옮겨두고 방의 짐을 몽창 빼서 거실로 옮기고 도배하고 장판을 바꾼뒤 다시 장농책상책꽂이서랍장 등등을 넣고 짐을 채우고 거실의 찬장서랍장컴 등등을 다시 방안에 몽창 옮겨서 거실의 도배장판을 바꾸고 다시 다 내놓고 짐을 채우고..
사실 아직도 30%쯤 정리가 덜 됐다. 벌써 목요일인데 말이다;;;
더워서 움직이기도 싫고 조금만 일을 하면 온 몸에서 땀이 주룩주룩 흐르니 일이 파다닥 진행될리가 만무하다.
아직 베란다엔 짐들이 널부러져 있고 난 움직이기 싫어 이러고 놀면서 베란다만 바라볼 뿐이고..
6. 그 와중에 드디어 정성이가 오늘 개학했다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