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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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모델인 체사레 보르자와 그의 누이동생인 루크레치아 보르자에 관한 팩션이다. 팩션이다 보니 역사적 사실성에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적절히 융합되어 전개되고 있다. <거울아 거울아>가 일반 팩션에 비해서 좀 다른 특색이 있는 점은 다름아닌 소설의 전체적인 구도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동화의 줄거리를 패러디했다는 점이다. 독일의 유명 동화작가인 그림형제의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을 모티브로 해서 소설의 전체적인 구도를 끌고 가고 있다. 

소설의 초반부는 상당히 지루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16세기의 이탈리아를 주무대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소함과 지역적인 상상력의 부재로 인해 다소 책읽기의 진도가 빠르게 진해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작가는 군데 군데에 몇가지 보물찾기를 뿌려 놓은듯 하다. 주인공 비안카와 주무대인 몬테피오레의 목가적인 풍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의 생동감은 벌써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후반부의 결말을 재촉이라도 하듯이 개개인의 인물에 빠져들게 한다. 특히 눈치 빠른 독자들 이라면 호수속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거울을 보면서 대충의 감을 잡을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인 거울의 등장은 이야기의 결말 부분에 가서 나오니 속단하기도 힘들다. 

특히 체사레 보르자와 그의 동생이자 역대 희대의 악녀로 평가받고 있는 루크레치아의 등장으로 그동안 픽션의 부분이 역사속의 한장면으로 재등장하는 부분에서 독자들은 과연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판타지 소설속에나 나올법한 성물을 찾아가는 비안카 아버지의 임무나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하게되는 루크레치아의 전면적인 부각은 서서히 독자들에게 결말에 대한 암시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또한 루크레치아는 그녀의 명성에 어울리게 백설공주의 계모 역활을 톡톡히 한다. 대략적으로 이런 줄거리를 봐서는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를 페러디한 정도로 오인받을 소지가 충분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소설 <거울아 거울아>에서의 계모 역활을 맡은 루크레치아의 악행은 백설공주의 계모에 비견하면 왠지 악녀로서의 이미지가 많이 퇴색되는 느낌을 자아낸다. 16세기 이탈리아라는 시대적 공간속에서 그녀의 일련의 행동들에 대해서 역사적 당위성마저 부여하는 느낌을 작가는 그리고 있다. 또한 극중 백설공주로 그려지는 비안카에 대한 이미지 또한 미와 선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를 없애 버린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 보다 가장 극적인 주제는 다름 아닌 <거울>에 있다. 거울의 역사는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청동기시대에서 출발된 거울은 지금 우리 주변에 흔희 볼 수 있는 거울의 이미지와는 상당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당시의 거울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부와 권력으로 대변된다. 극소수의 지배층만이 소유할 수 있는 종교적 성물 같은 존재였다. 작가는 거울을 통해서 인간의 깊은곳에 숨어 있는 다양한 심성들을 하나 둘씩 끄집어 내고 있다.

거울은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항상 사물의 비쳐진 모습을 그대로 가감 없이 투영한다. 그렇지만 인간에서 있어 특히 지금처럼 과학적인 지식체계가 정립되기 이전의 시대를 살았던 이들(지금의 시대에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주위에서 쉽게 접할수있다)에게는 환상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칠수 있는 대상이었다. 루크레치아의 시각으로 바라본 거울의 비친 상은 자신의 주변 여건을 그대로 투영한 형식으로 나타났다. 세월이 흘러 어린아이로만 알았던 비안카가 자신의 연인이자 오빠인 체사레의 사랑을 받기 시작하자 루크레치아의 질투심과 불안감이 바로 거울이라는 또다른 자신의 마음으로 비쳐졌던 것이다. 아마 원작인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에서의 계모가 바라 보았던 거울 역시 그녀의 본성을 대변하는 이미지였던 것 처럼 루크레치아가 거울을 보면서 외치고 싶었던 말 역시 자기 합리화였던 것이다.  

<거울아, 거울아>는 비록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를 패러디한 소설이지만 16세기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진두지휘했던 보르자 가문이라는 역사적 팩트를 등장시켜 팩트와 픽션사이를 적절하게 오가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특히 봉건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었던 장원제도와 토스카나 지방의 풍경을 아름답게 그린 작품이다. 이탈리아 역사와 고전 동화라는 다소 이질적인 장르을 탁월한 상상력으로 새롭게 그리고 있어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할 작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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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우주 - 별의 탄생에서 인류의 진화까지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본 우주의 수수께끼
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 이민용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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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혹하는 우주>는 우주와 태양계 그리고 지구와 인류의 기원을 다루고 있지만 기존의 여타 우주 천체학 서적과는 사뭇 다른 면을 보여주는 책이다. 우선 대게의 우주 천체학의 저서들의 면모를 보면 자연과학계통의 과학자들이 그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종교학을 전공한 인문학자이다. 그래서 책이 풍기는 전반적인 뉘양스가 기존의 과학서적과는 또 다른 맛을 보여주고 있다. 대략 140억년에서 160억년사이의 기원을 가지고 있는 우주의 역사와 우주 탄생의 비밀을 담고 있는 빅뱅 그리고 우리 태양계가 속해 있는 은하의 탄생 그리고 생명체의 기원등을 다루고 있는 저자의 시각은 참으로 편안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편안하다는 점은 다름아닌 기존의 물리학과 수학등의 공식과 일반 대중의 머리속으로는 좀처럼 감을 잡기 힘든 숫자들의 향연으로 점철된 기존의 과학서적은 그 내용을 읽는 자체만으로도 독자들의 정신을 산란하게 하면서 우주에 대한 접근자체에 심각한 모호함마저 가져다 주는게 사실이다. 만유인류법칙과 아인쉬타인의 상대성이론, 카오스이론등 그 내용만 판단하기에도 일반대중은 우주라는 거대하고 막연한 공간에 반비례하여 지식의 폭이 줄어 들게만 한다. 물론 요즘들어 스토리텔링방식으로 좀더 일반대중에 가까이 다가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대중들의 눈높이는 그들의 언어를 따라잡기에는 그 길이 요원한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면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인문학자의 시각에서 기술되는 우주는 왠지 그 자체만으로 친근감을 가지게 한다. 저자의 서술방식은 숫자 중심보다는 일반대중이 느끼는 보통의 개연성에 더 중점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저자의 서술내용이 기존의 진화론이나 빅뱅이론을 비롯한 상식적으로 검정된 과학상식에 대해서 부인하고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단지 저자는 인문학자의 눈높이로 바라본 우주탄생과 생명의 기원에 대한 접근방식이 기존의 자연과학자들의 시각과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는 점밖에는 없지만 그 작은 차이점이 일반대중에게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다 준다는 점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느끼게 한다.  

한마디로 독자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각종 물리법칙이나 다양한 우주관련이론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세세히 알아야 이유도 없고 또한 그런 것 자체를 저자는 다루고 있지 않다. 그저 소설을 읽어 내려 가듯이 큰 줄기만 이해해도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는 것이다. 책의 제목이 왜 유혹하는 우주인가에 대한 해답도 바로 이러한 저자의 시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주라는 거대한 존재에 비하면 지구라는 행성에 살아가고 이는 인류의 존재감은 거의 무시해도 좋은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인류에게 우주라는 상대는 경외감, 신비로움을 뛰어넘어 유혹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과학과 기술문명의 급작스런 발달로 인해 이제는 왠만한 우주의 비밀을 알아가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는 인류에게 매일 새로운 우주정보는 인류의 지적호기심을 좌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적 호기심에 대한 유혹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주는 아니 우리가 우주라고 생각하고 있는 개념 자체가 틀린 말일 수도 있다. 우주는 어찌보면 그 어떠한 방식으로 정량화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류가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지적설계자에 의해 태초에 설계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만큼 우주는 인류의 지적 호기심에 무한한 자극을 하는 손에 잡히지 않는 무지개와 같은 존재일 수 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는 이러한 막연한 개념의 우주를 그저 개연성과 우연의 일치라는 쪽으로만 몰고 갈수도 없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가 우주에 대해서 알고 있는 부분은 작을 수 밖에 없다. 그 만큼 우주가 인류에게 보여주는 부분이 작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우주관련 지식을 습득하겠다고 하면 말리고 싶다. 판본자체가 1998년도이기 때문에 그동안 밝혀진 새로운 사실들과 대치되는 점도 있고, 그 전문지식의 깊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 때문에 오히려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편안한 우주가 이 책에 펼쳐져 있다고 생각하면 그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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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코리건 -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크리스 웨어 지음, 박중서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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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형식은 카툰으로 금새라도 읽어나갈 것 같지만 막상 책을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하면 그 내용은 마치 깊은 철학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심오하다. 또한 작가의 집필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독자들의 눈을 교묘하게 감추고 있다.     


어릴적 이혼으로 소심하고 내성적으로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지미에게 어느날 갑자기 날아든 아버지의 편지한통으로 시작되는 여정은 마치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국면과 마주하는 일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이는 주저할 것이고 어떤이는 뛰어넘을려고 할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 지미는 그의 성격이 그대도 보여주듯이 그저 담담하게 아버지를 만나러 떠나게 된다. 한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를 만나고 자신의 상상만큼이 너무나 다른 아버지에게서 실망을 하고 그러면서 전혀 몰랐던 자신의 가계도에 얽힌 불행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할아버지의 불행한 삶은 또다른 미국의 현대사의 한 일편을 보여주고 있다. 

지미의 할아버지가 당시 시카고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장의 일꾼으로 나오면서 보여주는 모습은 서서히 자본주의 시스템속으로 진행하고 있는 미국의 자본주의 초기역사를 말해주고 있고 그의 손자이자 이름이 같은 주인공 지미는 할아버지때보다 훨씬 강화된 신자유유주의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속에서 주위와 철저하게 차단된 삶을 살아가는 샐러리맨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마천루같은 고층빌딩속의 사무실에서 자기 자신만의 공간이라고는 칸막이로 제단된 책상위 뿐이라는 공허함을 대변하고 있다.  

지미의 가족사는 증조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구도와 할아버지와 지미의 대립되는 구도를 보여 주고 있다. 증조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경우 철저하게 자본의 속성을 터득하고 나름대로의 슬기로운 대처방법으로 삶을 살아간다. 지미의 증조할아버지는 당시 남북전쟁 당시 부득불 하게 참전하게 되지만 스스로 손에 총을 쏘아 제대하고 흑인 하녀를 임신시켜 내쫒고, 결국 지미의 할아버지를 데리고 만국박람회현장에서 유기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보여준다. 지미의 아버지 역시 이점에 대해선 자유로울수 없다.  

반면에 지미의 할아버지는 어린시절부터 어머니를 여의고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한다. 결국 아버지에게 버림 받아 고아원 신세가 된다. 아마도 지미의 어린시절의 모습 또한 지미 할아버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증조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자유분방과는 상반되는 고독하고 우울한 주인공 지미는 결국 아버지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일종의 화해를 하게 된다.  

이야기 자체가 시공간을 왔다 갔다하면서 다소 혼란스러운것은 아마도 작가의 의도된 기획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지미와 지미의 가족사를 통해서 미국의 자본주의 역사와 현재 미국내의 혼란스럽고 정리되지 않는 가치관을 느끼게 하는것 같다. 

전체적으로 지미의 시점과 지미 할아버지의 시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시점에 대한 명확한 내러티브같은 것을 찾기 힘들다. 거기에다 제3자의 시각까지 가미되고 중간중간에 불쑥 불쑥 등장하는 생뚱맞은 광고문, 그리고 종이 공작물 평면도등으로 인해 스토리 전개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만화라고 결코 쉬운 책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면들 때문에 오히려 이 책에 대한 매력을 한 층 더 배가 시키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표현 기법들과 시공간을 뛰어 넘어 버리는 진행방식등이 독자들의 이목을 끌게 한다. 특히 카툰의 칸 배치에서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읽어나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위,아래,좌,우의 순서가 바뀌더라도 결코 이야기가 엉망이 되지도 않고 또한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 칸의 배열을 찾게 하는 즐거움도 던져준다. 마지막 서비스는 책의 표지에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을 표지를 펼쳐서 보면서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가계도를 보면서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한번 더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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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즐거움>을 리뷰해주세요
노년의 즐거움 - 은퇴 후 30년… 그 가슴 뛰는 삶의 시작!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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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노인들의 표정을 보게 되면 참 행복해 보인다. 행복을 떠나서 조선시대 선비들이 추구했던 가장 이상적인 삶이었던 유유자적하고 안빈낙도한 삶을 엿볼 수 있는 표정이다. 생물학적 인간은 탄생해서 언젠가는 늙고 죽음이라는 대단원을 맞게 되어 있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고래로부터 우리 인간들은 이러한 삶과 죽음 그리고 노화에 대한 많은 번뇌와 연구를 하였다. 인간의 가장 심오한 정신상태를 연구하는 철학이라는 학문역시 어떻게 보면 이러한 인간의 생노병사를 연구하는 학문일 것이다. 하긴 인간이 만들어 낸 그 어떠한 학문이 생노병사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OECD에 가입하므로서 정치, 경제적 분야에서 이제 대한민국도 선진산업국반열을 접어 들었다고 볼 수 있다. 경제적 수치와 문화적 수치를 보면 확연히 들어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OECD회원국중 가장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웰빙문화의 추구로 인해 이제 인생의 출발은 60부터라는 소리도 한물 지난 소리이다. 주변을 보변 노인들의 노익장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 어떤 인간이라도 세월의 무게를 이겨낼 수 는 없다. 그럼 이렇게 기정사실인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 

바로 <노년의 즐거움>은 은퇴 이후 맞게되는 노년시대를 준비하는 길잡이 역활을 하는 책이다. OECD회원국중 노년자살율이 최고이고 급속한 자본주의 시스템속에서 초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독거 노인층의 증가, 유교적인 사고방식의 토대로 인한 노년의 경제적 어려움의 호소등은 이미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으로 대두된지도 이미 오래 되었다. 자고로 장유유서라는 유교적인 사고방식의 적용은 이미 우리의 머리속에는 남아있지 않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근접한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노인층에 대한 사회,국가적인 지원시스템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지만 그래도 노인들의 자괴감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이다. 

그럼 이렇게 노년에 찾아오는 현상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물론 사회적인 관심과 범국가적인 지원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이와는 사뭇다르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노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가장 결정적인 KEY는 본인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다. 노년이란 어느날 갑자기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서 성장함과 동시에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준비없는 노년은 본인 자신 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고통이라는 나락으로 몰고 가고 결국 미완성의 자아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답게라는 말을 자주 한다. 바로 이말을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 주어진 역활과 연령에 맞게 사리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바로 노년에 들어서이다. 공자가 말하지 않았는가 , 踰矩. 스스로 이치를 깨닫고 법도에 엊그나지 않을 행동은 결국 자신의 심신수행뿐인 것이다. 물론 사회전반적으로 노인들에 대한 사고자체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개인적인 변화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노년의 시대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 노새 노재 젊어서 노새가 아닌 『노새 노새 늙어서 노새』로 바꿔야 한다.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심신을 준비하면 늙어서 노는 재미는 세상을 다 품은 것 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새삼 노년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게 한다. 나는 늙어서 과연 어떻게 비쳐질까? 아마도 그 해답은 지금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는냐에 달려 있는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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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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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당신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이다 

나는 우유와 시럽이 들어간 카페라테를 좋아한다. 지금처럼 무더운 여름에 시럽을 듬뿍 넣은 아이스카페라테를 즐겨마신다. 원래 커피의 씁슬한 맛보다는 달콤한 맛에 미각이 길들여있어 그런지 몰라도 왠지 단맛과 커피 본연의 향이 잘 어울리는 것이 즐겨 마시는 이유중에 하나이다. 또 다른 이유는 커피를 마시면서 나누는 대화들이 좋기 때문이다. 술이나 다른 음료와는 달리 커피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는 묘한 시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개인적인 대화에서 부터 거대한 담론에 이르기 까지 커피와 함께 하는 이야기는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진행중인 이야기들이다. 

불멸의 이순신과 혜초로 일대 인기작가 반열에 오른 김탁환의 신작 <노서아 가비>는 한마디로 에세이 같은 소설이다. 책장 여기 저기 향기로운 커피향이 피어오르는 것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일러스트와 뿌쉬킨의 시는 마치 따냐의 자전적 에세이를 보는 듯 하다. 얼피보기엔 잔잔한 커피잔을 사이에 두고 있을 법한 러브스토리 같지만 소설의 진면목을 보게 되면 과연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보았듯한 서로 속고 속이는 전설같은 사기꾼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보는듯 하다. 

역사적 배경은 을미사변으로 인해 명성왕후를 잃고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한 역사적 사건 아관파천과 고종에 대한 독살사건이지만 결코 역사적인 무게감은 전혀 느낄 수 없는 소설이다. 고종의 암살계획을 감지하고 극적으로 무마시키는 따냐의 활약상은 그저 이 소설중에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커피를 즐겨마신 고종과 고종을 위해서 커피를 만든 역관딸의 출신 바리스타의 남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작가는 커피라는 소재를 통해서 커피에 담겨져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종은 커피의 쓴맛을 즐긴다. 단맛나는 감미료를 넣지 않는 순수한 커피의 맛. 고종은 커피의 쓴맛을 통해서 자신의 애환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강대국사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약소국의 군왕으로서의 비애를 커피를 통해서 확인하고 위안을 찾는다. 그리고 다시 창공을 날아갈 꿈을 꾸고 있다. 반면 이반(김종식)은 자신을 버린 조국에 복수를 하기 위해서 쓰디쓴 커피를 마신다. 미천한 신분으로 구한말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민초들의 삶이 그러했듯이 자신을 버린 조국에 대한 그의 복수는 커피의 향보다 더 진하게 베어있다. 이렇듯 작가는 커피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각 개인의 삶을 커피향속에 녹여놓고 있다. 그러나 고종이나 이반은  따냐만큼 제대로 된 커피의 맛을 몰랐던 것 같다. 진정한 커피의 맛은 어떤것인가에 대해선 따냐의 삶이 보여준다. 비록 그녀의 인생은 사기와 배신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그녀는 삶은 오래토록 가시지 않는 러시아 커피의 향처럼 많은 이들의 뇌리에 잡리 잡고 있다. 소설 후반부의 대반전은 그녀가 바리스타로 만든 그 어떠한 커피보다 커피다운 향을 지니고 있다. 

이번 소설역시 그 소재가 김탁환답다고 할 수 있다. 고종이 즐겨했던 커피에서 모티브를 얻은 소설은 그동안의 역사소설에서 볼 수 없는 구도를 가지고 있다. 역사적 사건의 상상력이나 스토리의 긴박함등 보다는 커피라는 객체화된 물질을 통해서 인간군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커피가 우리에게 전래된지 백년이라는 세월이 넘었다. 지금은 거리에 어느곳을 가도 커피를 만날수 있고 부담없이 즐길수있는 시절이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면서 각개인의 이야기도 같이 마시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커피속에 담겨져 있는 개인들이 이야기는 현재도 진행중이고 앞으로도 커피와 같이 영원할 것이다. 그 향이 가시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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