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코리건 -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크리스 웨어 지음, 박중서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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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형식은 카툰으로 금새라도 읽어나갈 것 같지만 막상 책을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하면 그 내용은 마치 깊은 철학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심오하다. 또한 작가의 집필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독자들의 눈을 교묘하게 감추고 있다.     


어릴적 이혼으로 소심하고 내성적으로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지미에게 어느날 갑자기 날아든 아버지의 편지한통으로 시작되는 여정은 마치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국면과 마주하는 일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이는 주저할 것이고 어떤이는 뛰어넘을려고 할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 지미는 그의 성격이 그대도 보여주듯이 그저 담담하게 아버지를 만나러 떠나게 된다. 한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를 만나고 자신의 상상만큼이 너무나 다른 아버지에게서 실망을 하고 그러면서 전혀 몰랐던 자신의 가계도에 얽힌 불행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할아버지의 불행한 삶은 또다른 미국의 현대사의 한 일편을 보여주고 있다. 

지미의 할아버지가 당시 시카고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장의 일꾼으로 나오면서 보여주는 모습은 서서히 자본주의 시스템속으로 진행하고 있는 미국의 자본주의 초기역사를 말해주고 있고 그의 손자이자 이름이 같은 주인공 지미는 할아버지때보다 훨씬 강화된 신자유유주의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속에서 주위와 철저하게 차단된 삶을 살아가는 샐러리맨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마천루같은 고층빌딩속의 사무실에서 자기 자신만의 공간이라고는 칸막이로 제단된 책상위 뿐이라는 공허함을 대변하고 있다.  

지미의 가족사는 증조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구도와 할아버지와 지미의 대립되는 구도를 보여 주고 있다. 증조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경우 철저하게 자본의 속성을 터득하고 나름대로의 슬기로운 대처방법으로 삶을 살아간다. 지미의 증조할아버지는 당시 남북전쟁 당시 부득불 하게 참전하게 되지만 스스로 손에 총을 쏘아 제대하고 흑인 하녀를 임신시켜 내쫒고, 결국 지미의 할아버지를 데리고 만국박람회현장에서 유기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보여준다. 지미의 아버지 역시 이점에 대해선 자유로울수 없다.  

반면에 지미의 할아버지는 어린시절부터 어머니를 여의고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한다. 결국 아버지에게 버림 받아 고아원 신세가 된다. 아마도 지미의 어린시절의 모습 또한 지미 할아버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증조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자유분방과는 상반되는 고독하고 우울한 주인공 지미는 결국 아버지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일종의 화해를 하게 된다.  

이야기 자체가 시공간을 왔다 갔다하면서 다소 혼란스러운것은 아마도 작가의 의도된 기획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지미와 지미의 가족사를 통해서 미국의 자본주의 역사와 현재 미국내의 혼란스럽고 정리되지 않는 가치관을 느끼게 하는것 같다. 

전체적으로 지미의 시점과 지미 할아버지의 시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시점에 대한 명확한 내러티브같은 것을 찾기 힘들다. 거기에다 제3자의 시각까지 가미되고 중간중간에 불쑥 불쑥 등장하는 생뚱맞은 광고문, 그리고 종이 공작물 평면도등으로 인해 스토리 전개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만화라고 결코 쉬운 책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면들 때문에 오히려 이 책에 대한 매력을 한 층 더 배가 시키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표현 기법들과 시공간을 뛰어 넘어 버리는 진행방식등이 독자들의 이목을 끌게 한다. 특히 카툰의 칸 배치에서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읽어나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위,아래,좌,우의 순서가 바뀌더라도 결코 이야기가 엉망이 되지도 않고 또한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 칸의 배열을 찾게 하는 즐거움도 던져준다. 마지막 서비스는 책의 표지에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을 표지를 펼쳐서 보면서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가계도를 보면서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한번 더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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