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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우주 - 별의 탄생에서 인류의 진화까지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본 우주의 수수께끼
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 이민용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유혹하는 우주>는 우주와 태양계 그리고 지구와 인류의 기원을 다루고 있지만 기존의 여타 우주 천체학 서적과는 사뭇 다른 면을 보여주는 책이다. 우선 대게의 우주 천체학의 저서들의 면모를 보면 자연과학계통의 과학자들이 그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이 책의 저자는 종교학을 전공한 인문학자이다. 그래서 책이 풍기는 전반적인 뉘양스가 기존의 과학서적과는 또 다른 맛을 보여주고 있다. 대략 140억년에서 160억년사이의 기원을 가지고 있는 우주의 역사와 우주 탄생의 비밀을 담고 있는 빅뱅 그리고 우리 태양계가 속해 있는 은하의 탄생 그리고 생명체의 기원등을 다루고 있는 저자의 시각은 참으로 편안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편안하다는 점은 다름아닌 기존의 물리학과 수학등의 공식과 일반 대중의 머리속으로는 좀처럼 감을 잡기 힘든 숫자들의 향연으로 점철된 기존의 과학서적은 그 내용을 읽는 자체만으로도 독자들의 정신을 산란하게 하면서 우주에 대한 접근자체에 심각한 모호함마저 가져다 주는게 사실이다. 만유인류법칙과 아인쉬타인의 상대성이론, 카오스이론등 그 내용만 판단하기에도 일반대중은 우주라는 거대하고 막연한 공간에 반비례하여 지식의 폭이 줄어 들게만 한다. 물론 요즘들어 스토리텔링방식으로 좀더 일반대중에 가까이 다가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대중들의 눈높이는 그들의 언어를 따라잡기에는 그 길이 요원한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면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인문학자의 시각에서 기술되는 우주는 왠지 그 자체만으로 친근감을 가지게 한다. 저자의 서술방식은 숫자 중심보다는 일반대중이 느끼는 보통의 개연성에 더 중점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저자의 서술내용이 기존의 진화론이나 빅뱅이론을 비롯한 상식적으로 검정된 과학상식에 대해서 부인하고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단지 저자는 인문학자의 눈높이로 바라본 우주탄생과 생명의 기원에 대한 접근방식이 기존의 자연과학자들의 시각과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는 점밖에는 없지만 그 작은 차이점이 일반대중에게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다 준다는 점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느끼게 한다.
한마디로 독자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각종 물리법칙이나 다양한 우주관련이론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세세히 알아야 이유도 없고 또한 그런 것 자체를 저자는 다루고 있지 않다. 그저 소설을 읽어 내려 가듯이 큰 줄기만 이해해도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는 것이다. 책의 제목이 왜 유혹하는 우주인가에 대한 해답도 바로 이러한 저자의 시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주라는 거대한 존재에 비하면 지구라는 행성에 살아가고 이는 인류의 존재감은 거의 무시해도 좋은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인류에게 우주라는 상대는 경외감, 신비로움을 뛰어넘어 유혹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과학과 기술문명의 급작스런 발달로 인해 이제는 왠만한 우주의 비밀을 알아가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는 인류에게 매일 새로운 우주정보는 인류의 지적호기심을 좌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적 호기심에 대한 유혹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주는 아니 우리가 우주라고 생각하고 있는 개념 자체가 틀린 말일 수도 있다. 우주는 어찌보면 그 어떠한 방식으로 정량화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류가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지적설계자에 의해 태초에 설계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만큼 우주는 인류의 지적 호기심에 무한한 자극을 하는 손에 잡히지 않는 무지개와 같은 존재일 수 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는 이러한 막연한 개념의 우주를 그저 개연성과 우연의 일치라는 쪽으로만 몰고 갈수도 없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가 우주에 대해서 알고 있는 부분은 작을 수 밖에 없다. 그 만큼 우주가 인류에게 보여주는 부분이 작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우주관련 지식을 습득하겠다고 하면 말리고 싶다. 판본자체가 1998년도이기 때문에 그동안 밝혀진 새로운 사실들과 대치되는 점도 있고, 그 전문지식의 깊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 때문에 오히려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편안한 우주가 이 책에 펼쳐져 있다고 생각하면 그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