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또예프스키 평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도스또예프스끼 평전
에드워드 H. 카 지음, 김병익.권영빈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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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또예프스끼는 똘스또이와 더불어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이자 세계문학계의 거장으로 지금도 그의 작품들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비단 독자들뿐 아니라 일견 문학에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는 이들에게 그의 이름은 깊이 있게 각인되어 있다. 사실 소설작품에 문외한이지만 학창시절 의무감으로 부여받은 과제완성을 위해 '죄와 벌'의 압축본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했던 기억뿐 솔직히 그의 작품을 단 한편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래 저래 들어왔던 풍월로 도스또예프스끼의 문학에 대한 영향력은 그야말로 엄청나다는것쯤은 인지하고 있다. 왠만큼 문학에 대한 소견이 있는 이들에게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을 알지 못하고는 명함한장 내밀지 못할 정도로 이미 그는 문학이라는 명사와 동등한 자격을 부여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인류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 대문호의 삶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드물고 또한 적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이들도 전공인들을 제외하고는 드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그의 문학작품을 단 한번도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시점에서 그의 평전을 먼저 접하게 된 점을 행운이라고 해야할 정도로 이번 <도스또예프스끼 평전>은 남다른 의미를 제공해 준다. 먼저 저자가 E.H 카라는 점에서 눈에 들어오게 된다. 카가 누구인가 <역사란 무엇인가>로 역사를 바라보는 사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기한 유명한 역사학자로 역사학계에 많은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그래서 이번 평전은 왠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즉 실증적인 측면에서 기술되어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먼저 증폭된다. 또한 소설작품은 작가의 사유를 반영하는 것이면서 작가가 살았던 시대상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기에 도스또예프스끼의 평전은 작품의 탄생 배경을 왠만큼 인지하게 해줄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작품을 읽지 않더라도 먼저 그의 평전을 통해서 그의 삶과 사유를 통찰할 수 있다면 향후 그의 작품을 소화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색다른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다가오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과 의외성이라는 느낌과 한 인간에 대한 애틋함이라는 감정의 교차이다. 이미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그의 이름만으로도 일종의 프로파간다를 형성하고 있었기에 더욱더 그의 삶은 충격적이고 의외성을 가지게되는 지도 모른다. 물론 시대적 문화적 차이로 인해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그의 삶을 관통했고 그를 둘러싼 일련의 삶을 받아들이기엔 충격적이다. 복잡한 여자관계, 개념없는 경제관, 도박벽, 타인과 화합되지 못하는 성격등은 한 개인을 놓고 평가한다면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떠올리게 할 만큼 씁쓸함을 지울수 없게 한다. 한편으로 간질과 폐병을 앓아가면서 형의 남겨진 가족들과 장성한 전처의 아들까지 부양해가는 모습에서 인간으로서 미련하리만큼의 애틋함을 자아내게 한다. 이러면에서 보면 도스또예프스끼의 삶은 이성보다는 감성이 그의 삶을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는 자신과 주변의 이러한 복잡다나한 삶과 인물들을 자신의 작품에 그대로 투영했기에 많은 시간이 흐른 후대에도 사랑받는 작품으로 남아 있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저자가 지적하였듯이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들에서 순수한 문학적인 측면보다 정치사회적 문제를 거론하기엔 다소 억측적인 측면이 있다. 저자의 통찰대로 그는 앙가주망과는 무관한 사유의 보유자였고 또한 그럴 심성도 없어 보인다.  

전반적으로 도스또예프스끼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진다. 그동안 무지개 빛의 환상을 만들어냈고 받아 들이기 강요 되었던 그의 왜곡된 진실을 걷어낼 수 있는 좋은 자료이기도 하다. 저자가 강조했듯이 문학가로서의 심성과 현실참여자로서의 도스또예프스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후대에 후학들이 만들어 놓은 증폭된 허상은 어쩌면 도스또예프스끼의 진실한 삶과 그의 작품에 대한 비수가 될 수 있기도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인간으로서의 막장인생을 살았던 그의 삶을 전부다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그래서 오히려 그의 삶은 애틋하고 훈훈하게 다가온다. 팁으로 그의 대표작인 '죄와 벌', '백치', '악령', '미성년',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읽어보질 못한 독자와 그리고 이미 독파한 독자들에게 저자는 별도의 장을 빌려 작품의 탄생배경과 작중인물들의 심리 그리고 도스또예프스끼의 삶을 비교한 리뷰가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스또예프스끼는 문학의 거장이자 대문호이지만 고뇌와 고락의 삶을 살아간 우리와 별 다르지 않는 인간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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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3-27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에는 도스또예프스끼가 그저 도박에 미친 인간으로 바라봤는데 평전을 읽고나니 도박에 집착하게 된
이유를 상세하게 알고나니 그에 대해서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인간적으로
다가오기도 했구요,, ^^

서향 2011-03-28 15:09   좋아요 0 | URL
아마도 이런 삶속에서 인간적인 고뇌가 거작으로 탄생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이덕일의 세상을 바꾼 여인들
이덕일 지음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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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history)라는 영어 표현의 어원에서도 이미 짐작할 수 있듯이 그의 이야기 즉 역사는 남성들의 이야기를 남성들을 위해서 잘난 남성들이 기술한 시시콜콜하면서 멜랑꼬리하고 나름 의미있는 이야기들의 총체라고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인류의 반인 여성들의 시각에선 땅따먹기와 온갖 추잡한 염문으로 뒤범덕된 본받아서는 아니될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는 것이 역사이기도 하다. 특히 한반도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의 역사는 그야말로 시종일관 변함없이 남성들의 이야기로만 도배를 한 세계사에 유래없는 남성중심의 사회를 투영하고 있다. 여러가지 원인들이 상존하고 있지만 춘추시대 중원을 주유하면서 자리하나 얻어볼까라는 얄팍한 신념으로 괴상한 도를 설파했던 공자와 그의 사유를 지배이념으로 정착시킨 유방에게 힐난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만 뭐니 뭐니 해도 성리학을 지상최대의 과제로 받아들인 조선의 개국으로 인해 이 땅의 여성들의 이야기는 흔적도 없이 살아지게 된다. 삼종지도(三從之道)라는 절대불변의 교리는 조선시대의 여성 나아가 지금 현대의 여성에게 이르기 까지 아직도 그 두려운 상념의 흔적은 쉽게 잊혀지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러한 교조주의적 사관은 마치 세상은 남성 그것도 일부 사대부 남성으로 태어나지 않고서는 삶자체에 대한 의미 부여가 불가했던 것이고 하물며 여성들의 삶은 여기서 논제하지 않더라도 뻔한 것이다. 

이러한 남성중심적인 시각과 사유확장은 후대인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강요했고 이런 비뚤어진 사관은 남녀관계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덕일의 <세상을 바꾼 여인들>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해서 남녀 불문하고 공히 심각한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특히 패배주의(다 그렇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에 빠져 있는 여성들에게 그리고 아직도 우월감을 내세우는 남성들에겐 필히 일독을 권할 만한 역사평설이기도 하다. 저자의 기본 저술방침이 일반대중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방편으로 스토리텔링 기법을 이용한 흥미로운 진행으로 전문적인 역사적 지식이 없더라도 무난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즐비하다. 현액 최고의 고액권의 상징인 신사임당, 군주위에 군림한 천추태후, 나라를 창업한 소서노, 시대를 앞서간 소현세자빈 강씨등 한국사전반에 걸쳐 길이 기억될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하면서 그동안 왜곡된 시각으로 평가된 이들 여인들의 역사적 평가를 새롭게 한다는 면에서 그 의의가 클 것으로 보인다. 

새삼 지금와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여 역사적 평가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할 수 도 있지만 삶의 한쪽에 대한 부정확하고 왜곡된 정보는 나머지 한쪽의 삶을 피폐시키기 때문이다. 역사는 더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도 아니고 그리 되어서도 안된다. 새가 한쪽의 날개로는 창공을 날 수 없듯이 역사를 바라보고 평가하고 인지하는 것 역시 올바른 양안의 렌즈가 필요한 것 처럼 그동안 평가절하되고 왜곡된 여성들의 삶을 제대로 잡아가면서 역사를 바라보는 올바른 사관을 가지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역사의 중심에는 하나가 아닌 둘이 이끌어 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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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민음사 모던 클래식 40
리브카 갈첸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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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뉴요커> 선정 '미국 문단을 이끌 40세 이하 대표적 신인 작가 20인'에 이름을 올렸고 저명한 기상학자인 아버지를 두고 신경정신과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리브카 갈첸의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원제 '대기불안정'>은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유니크한 작품이다. 독특하다는 표현은 작가의 이력만이 아닌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플롯과 내러티브의 전개가 마치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만큼이나 난해하면서도 은근히 독자들의 눈을 붙들어 매는 언어들의 향연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한다는 가장 근원적인 차원의 역활을 수행해야할 소설의 위치를 망각해 버리고 철학서를 대하는 듯한 삶의 근본에 대한 괴로움을 자아내고 이러한 괴로움을 이해 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겐 저기압과 고기압이 충돌하여 불안한 대기상태를 보는듯한 마음의 심란한 상태를 이끌어 가기 때문이라고 해야 겠다.  

어느날 갑자기 잘 있던 아내가 부재해버리고 정체모를 여인이 아내인양 눈앞에 나타나면서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의 삶은 "내일은 해가 동쪽에서 어김없이 뜨고 기온은 따스하며 바람 한 점 없는 그야말로 화창한 봄날이 될 것입니다" 라는 누구나 바라는 기상상태가 "내일은 아침에 일어나봐야 해가 어느 방향에서 뜰 것이며 기온이 따뜻할지 추울지 바람이 거세게 불지 잔잔한지 그 상태는 내일이 되봐야 알 것입니다"라는 회괴망측한 상태로 갑자기 돌변해 버리는 과정속에서 사랑을 찾아서 아니 좀더 원대하게 바라보면 삶의 의미를 찾아서 방황하는 한 지식인의 내면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소위 말하는 카그라스 증후군 증세를 보이면서 현실세계와 자신속의 세계가 오버랩 되는 심리상태를 의학적인 딱딱한 논문이 아닌 일상에서 마주치는 현상들을 통해서 당사자와 당사자를 둘러싼 이들의 심리적 갈등상태를 풀어가고 있는 무거운 주제의 무거운 내용의 작품이다. 그래서 작품전반이 표방하는 유니크한 주제와 더불어 작품 이해도의 난해성으로 인해 가슴 울러증을 일으킬 만큼 어려운 작품으로 봐야 할 것이다.(물론 동의 하지 않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특히 작가의 아버지인 기상학자 츠비 갈첸의 등장과 그의 실재적인 논문들의 인용과 정신분석학적인 학문적 내용들을 덧대면서 내러티브의 신빙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장치와 동시에 레파토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독자의 감정이입을 이끌어 내고 있는 점(지금 나와 같이 살고 있는 배우자가 진짜일까라는 생각들...)이 눈에 띈다. 이는 작품을 읽는 내내 자신에 대한 정체성과 더불어 자신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스스로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마치 이 작품은 나를 비추는 거울인양 소설을 통해서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하는 착각 마저 불러 일으킨다.  

전반적으로 그동안 작극적인 작품(서스팬스와 주제의 독특함 그리고 다양한 판타지적 요소 여기에 약간의 비뜰림까지 가세한)들에 입맛이 길들여진 독자라면 실망이 클 것이며 완독하는데 상당한 인내력을 요구하는 시쳇말로 정말 재미없는 작품이지만 우리를 둘러싼 대기가 항상 일정하지 않듯이 요동치는 단어들의 롤러코스터같은 긴박감에서 해방되어 잔잔한 수면위를 바라보는 평온함을 맛보게 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기상학과 신경정신학을 심리상태에 적절히 배합하여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현실속의 자신에 대한 상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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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이딩 후드
사라 블라클리 카트라이트 지음, 나선숙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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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떠오르면 제일 먼저 머리속에 스쳐가는 것이 무엇인가? 괴담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이라면 늑대인간을 떠올리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보름달과 늑대인간 이 두가지 모토는 호러물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간의 공포를 극으로 치닿게 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는 보름달 그리고 상상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늑대인간.  

누구나 한번은 어릴적 <빨간모자> 라는 동화를 읽으면서 전통적인 메세지인 권선징악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인다. 항상 선은 악에 승리하고 해피앤딩으로 마감하게 되지만 실상 우리의 삶은 이런 동화와는 사뭇 무관한 지점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그리고 이 연장선에 <레드 라이딩 후드>라는 색다른 개념의 소설이 다가온다. 그동안 우리는 수없이 많은 호러, 스릴러, 판타지, 추리, 로맨스 소설들을 접해왔다. 이들 장르는 그 나름대로의 영역에서 지금도 많은 독자층을 형성하면서 사랑을 받고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에서 반전에 반전을 이끄는 클라이막스 그리고 독자층을 속이는 다양한 기법의 장치들 속에서 독자들은 허가 찔리면서도 그것들이 가져다 주는 쾌락의 진한 감동을 맘끽하고 있다. <레드 라이딩 후드>는 동화 빨간모자의 소녀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지만 원작과는 너무나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단지 늑대와 할머니 그리고 소녀 이 세가지만이 녹아있을뿐(하나더 있단 바로 빨랑 망토) 기존의 스토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 그리고 괴기한 호러와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어느 세상의 이야기인지 모를 SF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여기에 늑대가 과연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점을 증폭 시키면서 추리소설의 기법을 접목시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책을 읽어 나가게 한다.(영화에서는 늑대의 정체가 밝혀지는지 모르지만 소설만으로는 물음표를 던지며 마감하게 된다. 뭐 정작 늑대의 정체는 다소 예견되지 못한 인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번 시리즈의 테마가 블랙로맨스 클럽이라는 사실에서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로멘스이다. 아무리 추리와 스릴러, 호러, 판타지가 그 강인한 냄새를 풍기더라도 빨간망토의 소녀인 발레리와 그의 연인 피터 그리고 발레리를 사랑하는 헨리의 로멘스가 내러티브를 끌어가는 중요한 대목이다. 그동안 독자들이 상상했던 로멘스와는 사뭇 거리가 멀다. 애틋한 심리묘사나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한 파스텔톤적인 배경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간의 적나라하면서도 달콤한 섹스의 향연등은 눈을 씻도 찾아봐도 이번 작품에서는 볼 수 가 없다. 연인들의 심리묘사는 아주 간단하게 처리되고 있다. 그리고 주변배경은 판타지적인 분위기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장치들이 연인들의 로멘스을 당연시 여기게 하는 요소로 뒷받침 하고 있다. 이러면들이 기존의 로멘스와 다르지만 이 역시 로멘스로 볼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로멘스가 빠진 작품은 왠지 석연치 않다. 그러나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로멘스의 삽입은 자칫 작품 전체의 방향성을 흔들고 개념정의가 곤란해지는 오류를 낳기 마련이지만 이번 작품은 로멘스가 그 중심에 서서 레파토리를 이끌어 가는 느낌을 주면서 탄탄한 구성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팁으로 소설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늑대에 대한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 독자들의 상상력에 불을 당긴다. 과연 피터, 헨리, 혹은 할머니가 늑대일까? 비록 피터가 늑대일지라도 눈이 부시게 새하얀 눈밭에서 발레리와 피터의 마지막 키스신은 그 어떤 로멘스에 뒤지지 않는 엔딩으로 기억될 것이다. 뭐 여타의 이유를 다 떠나서 독서 삼매경에 빠지게 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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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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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뮤지컬 그리고 연극등으로 이미 <거미 여인의 키스>라는 작품은 많이 알려져 있는 면에서 일반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하는 것이 상식적인 말일 것이다. 제목자체나 표지의 그림에서 느껴지듯이 왠지 고혹적이고 육감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면서 한번쯤은 필히 읽어봐야할 작품으로 도서목록 윗칸에 표기해둔 작품이다. 여기에 라틴아메리카 소설이라는 환상적인 느낌마저 배가되면서 궁금증 내지는 조급증은 책을 손에 들기전 부터 많은 유혹으로 다가오게 된다. 특히 동성애라는 시대의 금기사항마저 언급하고 있다면 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런 소설임에 틀림없다. 性에 대한 관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 본연의 특징이자 인간자체에 대한 탐구일 것이고 그 방향이 양방성을 가지느냐 일방성을 가지느냐에 대한 논란이나 이견은 부차적인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인터넷 서점이나 각종 포탈사이트에 올라온 수많은 리뷰만을 보더라도 분명 이 작품의 대중성이나 작품성에 대해선 어느정도 공인받았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내게 문학적인 소견이나 감성적인 디테일의 부족인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의 이해도는 그야말로 난해성 그자체로 다가왔다. 프로이트, 마르쿠제, 랭크등의 복잡한 성이론과 심리이론은 각주로 도배하면서 이성애와 동성애에 대한 고차원적인 난해함을 더하고 특히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들려주는 6편의 영화(반은 실재이고 반은 허구인)은 가득이나 몰리나 발렌티 두 사람의 대화 위주로 전개되는 내러티브의 가독성을 혼미 자체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가의 장치들은 소설을 읽는 내내 흥미를 반감시키면서 책을 들게한 최초의 의도와 책을 완독해야하는 현실속에서 똘레랑스의 미덕을 어떠한 형태로 지켜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갈등을 갖게 한다. 비록 번역가의 작품 해설을 보게 되더라도 솔직히 수긍하기 힘들정도의 혼란성은 여전히 남겨 두기 때문이다. 가히 라틴 아메리카 최고의 문제작이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라는 얄팍한 위안을 가져보게 되지만 그래도 왠지 석연치 않는 앙금을 남기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은 지금 공연중인 연극을 보게 되면서 얼음이 녹듯이 머리속을 파고 들게 됨을 알게 된다. 역시 2차원적인 활자화보다는 한차원 더해진 시각화와 단순화가 작품을 이해하는데는 도움이 된다는 현실에서 다시한번 몽매함을 탓하게 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책과 형상화된 표현물을 동시에 접하지 않고서는 <거미 여인의 키스>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나름의 변에 만족하게 된다. 책에 등장하는 6편의 영화이야기는 몰리라 라는 게이의 성 정체성과 사랑의 진리에 대한 끝없는 자기 탐구와 자기 합리화의 수단이자 파트너인 마르크스 혁명주의자 발렌틴이 갈구하는 혁명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결국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고차원적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이념혁명과 사회(일반적인 사회라고 지칭되는 현실)에서 가장 터부시 되고 저급한 대상인 동성애와 관계 정립을 나름 제시하고 있다. 무엇이 고결하고 고급스럽고 또 어떤것이 저급하고 불가촉한 것인가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 그 판단적 근거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숨막힐것 같은 작은 감방속에 수감된 두 사람의 대립적인 심리상태와 그리고 하나가 되는 섹스행위를 통해서 작가는 그 어떠한 이념적 고결함이나 제도적인 우월성도 인간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본성과는 역행할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전반적으로 작가는 작품전체를 비틀어 놓았다.(그것도 아주 심하게) 6편의 영화이야기와 두 수감자의 이야기가 뒤범벅 되면서 독자들의 눈과 생각을 뒤흔들어 놓고 테이프를 되감듯이 책장을 앞으로 돌리게 하고, 거기에다 상당히 긴 각주를 읽어야 하는 고통을 수반시키면서 내러티브를 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흥미를 서서히 잃어가게 하는 작품이다. 물론 이 말은 단순하게 소설만은 접하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을 전재해 두고 하는 말이다.(아니 극히 개인적인 소양의 미달이라고 해야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영화나 뮤지컬, 연극과 같이 읽게 된다면 한결 수월하게 작가의 숨어 있는 의도와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 그리고 작중 인물들의 심리묘사등이 가슴 깊이 와닿는 흔치 않게 가슴을 울리는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몰리나와 발렌틴의 사랑행위를 그저 단순한 시각으로 동성애로 몰아 갈 수 없는 것이 6편의 영화이야기속에 그 해답이 들어 있다고 생각된다. 모처럼 많은 고민과 갈등을 유발했던 작품으로 기억된다. 작품의 난해성속에 꼭꼭 숨어있는 작가의 뛰어난 사유를 찾았다는 쾌감에서 왜 문학작품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던져주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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