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민음사 모던 클래식 40
리브카 갈첸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2010년 <뉴요커> 선정 '미국 문단을 이끌 40세 이하 대표적 신인 작가 20인'에 이름을 올렸고 저명한 기상학자인 아버지를 두고 신경정신과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리브카 갈첸의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원제 '대기불안정'>은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유니크한 작품이다. 독특하다는 표현은 작가의 이력만이 아닌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플롯과 내러티브의 전개가 마치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만큼이나 난해하면서도 은근히 독자들의 눈을 붙들어 매는 언어들의 향연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한다는 가장 근원적인 차원의 역활을 수행해야할 소설의 위치를 망각해 버리고 철학서를 대하는 듯한 삶의 근본에 대한 괴로움을 자아내고 이러한 괴로움을 이해 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겐 저기압과 고기압이 충돌하여 불안한 대기상태를 보는듯한 마음의 심란한 상태를 이끌어 가기 때문이라고 해야 겠다.  

어느날 갑자기 잘 있던 아내가 부재해버리고 정체모를 여인이 아내인양 눈앞에 나타나면서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의 삶은 "내일은 해가 동쪽에서 어김없이 뜨고 기온은 따스하며 바람 한 점 없는 그야말로 화창한 봄날이 될 것입니다" 라는 누구나 바라는 기상상태가 "내일은 아침에 일어나봐야 해가 어느 방향에서 뜰 것이며 기온이 따뜻할지 추울지 바람이 거세게 불지 잔잔한지 그 상태는 내일이 되봐야 알 것입니다"라는 회괴망측한 상태로 갑자기 돌변해 버리는 과정속에서 사랑을 찾아서 아니 좀더 원대하게 바라보면 삶의 의미를 찾아서 방황하는 한 지식인의 내면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소위 말하는 카그라스 증후군 증세를 보이면서 현실세계와 자신속의 세계가 오버랩 되는 심리상태를 의학적인 딱딱한 논문이 아닌 일상에서 마주치는 현상들을 통해서 당사자와 당사자를 둘러싼 이들의 심리적 갈등상태를 풀어가고 있는 무거운 주제의 무거운 내용의 작품이다. 그래서 작품전반이 표방하는 유니크한 주제와 더불어 작품 이해도의 난해성으로 인해 가슴 울러증을 일으킬 만큼 어려운 작품으로 봐야 할 것이다.(물론 동의 하지 않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특히 작가의 아버지인 기상학자 츠비 갈첸의 등장과 그의 실재적인 논문들의 인용과 정신분석학적인 학문적 내용들을 덧대면서 내러티브의 신빙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장치와 동시에 레파토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독자의 감정이입을 이끌어 내고 있는 점(지금 나와 같이 살고 있는 배우자가 진짜일까라는 생각들...)이 눈에 띈다. 이는 작품을 읽는 내내 자신에 대한 정체성과 더불어 자신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스스로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마치 이 작품은 나를 비추는 거울인양 소설을 통해서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하는 착각 마저 불러 일으킨다.  

전반적으로 그동안 작극적인 작품(서스팬스와 주제의 독특함 그리고 다양한 판타지적 요소 여기에 약간의 비뜰림까지 가세한)들에 입맛이 길들여진 독자라면 실망이 클 것이며 완독하는데 상당한 인내력을 요구하는 시쳇말로 정말 재미없는 작품이지만 우리를 둘러싼 대기가 항상 일정하지 않듯이 요동치는 단어들의 롤러코스터같은 긴박감에서 해방되어 잔잔한 수면위를 바라보는 평온함을 맛보게 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기상학과 신경정신학을 심리상태에 적절히 배합하여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현실속의 자신에 대한 상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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