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라이딩 후드
사라 블라클리 카트라이트 지음, 나선숙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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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보름달이 떠오르면 제일 먼저 머리속에 스쳐가는 것이 무엇인가? 괴담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이라면 늑대인간을 떠올리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보름달과 늑대인간 이 두가지 모토는 호러물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간의 공포를 극으로 치닿게 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는 보름달 그리고 상상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늑대인간.  

누구나 한번은 어릴적 <빨간모자> 라는 동화를 읽으면서 전통적인 메세지인 권선징악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인다. 항상 선은 악에 승리하고 해피앤딩으로 마감하게 되지만 실상 우리의 삶은 이런 동화와는 사뭇 무관한 지점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그리고 이 연장선에 <레드 라이딩 후드>라는 색다른 개념의 소설이 다가온다. 그동안 우리는 수없이 많은 호러, 스릴러, 판타지, 추리, 로맨스 소설들을 접해왔다. 이들 장르는 그 나름대로의 영역에서 지금도 많은 독자층을 형성하면서 사랑을 받고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에서 반전에 반전을 이끄는 클라이막스 그리고 독자층을 속이는 다양한 기법의 장치들 속에서 독자들은 허가 찔리면서도 그것들이 가져다 주는 쾌락의 진한 감동을 맘끽하고 있다. <레드 라이딩 후드>는 동화 빨간모자의 소녀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지만 원작과는 너무나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단지 늑대와 할머니 그리고 소녀 이 세가지만이 녹아있을뿐(하나더 있단 바로 빨랑 망토) 기존의 스토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 그리고 괴기한 호러와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어느 세상의 이야기인지 모를 SF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여기에 늑대가 과연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점을 증폭 시키면서 추리소설의 기법을 접목시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책을 읽어 나가게 한다.(영화에서는 늑대의 정체가 밝혀지는지 모르지만 소설만으로는 물음표를 던지며 마감하게 된다. 뭐 정작 늑대의 정체는 다소 예견되지 못한 인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번 시리즈의 테마가 블랙로맨스 클럽이라는 사실에서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로멘스이다. 아무리 추리와 스릴러, 호러, 판타지가 그 강인한 냄새를 풍기더라도 빨간망토의 소녀인 발레리와 그의 연인 피터 그리고 발레리를 사랑하는 헨리의 로멘스가 내러티브를 끌어가는 중요한 대목이다. 그동안 독자들이 상상했던 로멘스와는 사뭇 거리가 멀다. 애틋한 심리묘사나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한 파스텔톤적인 배경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간의 적나라하면서도 달콤한 섹스의 향연등은 눈을 씻도 찾아봐도 이번 작품에서는 볼 수 가 없다. 연인들의 심리묘사는 아주 간단하게 처리되고 있다. 그리고 주변배경은 판타지적인 분위기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장치들이 연인들의 로멘스을 당연시 여기게 하는 요소로 뒷받침 하고 있다. 이러면들이 기존의 로멘스와 다르지만 이 역시 로멘스로 볼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로멘스가 빠진 작품은 왠지 석연치 않다. 그러나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로멘스의 삽입은 자칫 작품 전체의 방향성을 흔들고 개념정의가 곤란해지는 오류를 낳기 마련이지만 이번 작품은 로멘스가 그 중심에 서서 레파토리를 이끌어 가는 느낌을 주면서 탄탄한 구성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팁으로 소설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늑대에 대한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 독자들의 상상력에 불을 당긴다. 과연 피터, 헨리, 혹은 할머니가 늑대일까? 비록 피터가 늑대일지라도 눈이 부시게 새하얀 눈밭에서 발레리와 피터의 마지막 키스신은 그 어떤 로멘스에 뒤지지 않는 엔딩으로 기억될 것이다. 뭐 여타의 이유를 다 떠나서 독서 삼매경에 빠지게 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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