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의 세상을 바꾼 여인들
이덕일 지음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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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history)라는 영어 표현의 어원에서도 이미 짐작할 수 있듯이 그의 이야기 즉 역사는 남성들의 이야기를 남성들을 위해서 잘난 남성들이 기술한 시시콜콜하면서 멜랑꼬리하고 나름 의미있는 이야기들의 총체라고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인류의 반인 여성들의 시각에선 땅따먹기와 온갖 추잡한 염문으로 뒤범덕된 본받아서는 아니될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는 것이 역사이기도 하다. 특히 한반도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의 역사는 그야말로 시종일관 변함없이 남성들의 이야기로만 도배를 한 세계사에 유래없는 남성중심의 사회를 투영하고 있다. 여러가지 원인들이 상존하고 있지만 춘추시대 중원을 주유하면서 자리하나 얻어볼까라는 얄팍한 신념으로 괴상한 도를 설파했던 공자와 그의 사유를 지배이념으로 정착시킨 유방에게 힐난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만 뭐니 뭐니 해도 성리학을 지상최대의 과제로 받아들인 조선의 개국으로 인해 이 땅의 여성들의 이야기는 흔적도 없이 살아지게 된다. 삼종지도(三從之道)라는 절대불변의 교리는 조선시대의 여성 나아가 지금 현대의 여성에게 이르기 까지 아직도 그 두려운 상념의 흔적은 쉽게 잊혀지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러한 교조주의적 사관은 마치 세상은 남성 그것도 일부 사대부 남성으로 태어나지 않고서는 삶자체에 대한 의미 부여가 불가했던 것이고 하물며 여성들의 삶은 여기서 논제하지 않더라도 뻔한 것이다. 

이러한 남성중심적인 시각과 사유확장은 후대인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강요했고 이런 비뚤어진 사관은 남녀관계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덕일의 <세상을 바꾼 여인들>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해서 남녀 불문하고 공히 심각한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특히 패배주의(다 그렇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에 빠져 있는 여성들에게 그리고 아직도 우월감을 내세우는 남성들에겐 필히 일독을 권할 만한 역사평설이기도 하다. 저자의 기본 저술방침이 일반대중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방편으로 스토리텔링 기법을 이용한 흥미로운 진행으로 전문적인 역사적 지식이 없더라도 무난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즐비하다. 현액 최고의 고액권의 상징인 신사임당, 군주위에 군림한 천추태후, 나라를 창업한 소서노, 시대를 앞서간 소현세자빈 강씨등 한국사전반에 걸쳐 길이 기억될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하면서 그동안 왜곡된 시각으로 평가된 이들 여인들의 역사적 평가를 새롭게 한다는 면에서 그 의의가 클 것으로 보인다. 

새삼 지금와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여 역사적 평가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할 수 도 있지만 삶의 한쪽에 대한 부정확하고 왜곡된 정보는 나머지 한쪽의 삶을 피폐시키기 때문이다. 역사는 더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도 아니고 그리 되어서도 안된다. 새가 한쪽의 날개로는 창공을 날 수 없듯이 역사를 바라보고 평가하고 인지하는 것 역시 올바른 양안의 렌즈가 필요한 것 처럼 그동안 평가절하되고 왜곡된 여성들의 삶을 제대로 잡아가면서 역사를 바라보는 올바른 사관을 가지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역사의 중심에는 하나가 아닌 둘이 이끌어 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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