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들 1 - 조운선 침몰 사건 백탑파 시리즈 4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이번에 선보이는 김탁환의 <목격자들> 은 큰범주에서는 소설조선왕조실록 시리즈이지만 좀더 세밀하게 분류한다면 백탑파 시리즈의 일환으로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의 후속작으로 볼 수 있겠네요. 이미 이들 작품중엔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몰이를 하였기에 상당히 검증된 작가라고 봐도 크게 무리 없을 듯 합니다. 일본의 미야베 미유키라는 추리스릴러작가는 현대물도 많이 창작해내지마 에도시대를 축으로 하는 시대물에 대한 남다른 사명의식을 가지고 있는 작가로 일본내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하죠. 김탁환 역시 시대물 특히 조선시대를 소설화하여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라는 점에서 김탁환과 미야베 미유키는 서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추리스릴러기법을 메인축으로 삼아 내러티브를 끌어가고 있다는 점 역시 상당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탁환의 기존의 작품들이 거의 매번 조선시대를 그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것은 다음아닌 조선시대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일제감정기의 왜곡된 식민사관이 지금까지 우리들의 의식속에 자리잡고 있는데요. 그 거대한 담론은 다름아닌 "망국" 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맞물려 조선시대 전부를 비뚤어진 시각으로 보게 한다는 점입니다. 어찌보면 우리 역사상 가장 찬란했던 중세(세계사관점에서 중세는 암흑으로 비유되지만 한국사에서 조선의 비중과 그 이미지는 사뭇 다른다는거죠) 였던 조선시대를 재조명해야만이 올바로 선 역사인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바램에서 김탁환은 조선시대에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뭐 그런 생각들을 가져보게 합니다.


          이번 작품 <목격자들> 역시 의금부 도사 이명방과 그의 절친인 김진 이 두사람이 사건해결사로 등장하게 됩니다. 전라도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조운선과 소선의 비밀을 파헤치라는 정조의 밀명을 받들고 조운선과 관련된 비리와 부패를 조사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근데 말이죠 참 기묘한 것은 조운선이라는 배가 침몰하고 그 침몰한 시기와 장소가 다름아닌 2년전 발생했던 세월호 사건(굳이 세월호 사고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기에 전 개인적으로 '사건' 으로 보고 있기에 이런 표현을 합니다) 과 거의 흡사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이번 작품은 단순하게 역사탐정소설이라는 생각보다는 사회고발르포라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합니다. 내러티브 중간 중간에 깔려 있는 태제라던가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많은 오버랩을 느낄 수 있어 그다지 편하지 않게 작품을 대면하게 된다는 거이죠. 이런 느낌으로 봐서 그런지 아니면 작가의 의도된 기획인지 몰라도 제목 자체에서 풍기는 뉘양스가 약간 불편하게 하죠. 목격자들과 구경꾼은 엄연히 다른 위치의 뉘양스를 주는데요. 어떠한 사건을 분명히 지켜보았다는 점에선 서로 상통하나 그 이후의 행위에 따라서 그 의미는 극과 극을 이루게 되니까요. 김탁환은 벌써 작품의 제목에서부터 독자들의 폐부를 강하게 건드리고 있습니다. 작가 자신이 의도했던 안했던간에 2년전 그 대참사이자 사건을 겪은 대한국민 모두는 과연 떠떳하게 목격자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그날 진도 앞바다의 목격자들은 소선이 침몰되는 동안 그 어떤 손길을 쓸수가 없었습니다. 세월은 그리고 모든것을 바다속에 묻은채로 켜켜이 흘러왔습니다. 그리고 2014년 4월 우리는 또 다시 수 많은 인명들이 진도 앞바다에서 수장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소설속의 그날처럼 어떤 손길도 미처 쓰기 전에 그네들은 우리 곁을 떠났던 것입니다. 왠지 작품속의 그날과 현실속의 그날이 자꾸 오버랩되어 돌덩이처럼 독자들 가슴한켠을 짓누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불편하고 열받고 부끄럽고 여러가지 감정이입이 절로 묻어 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정말 별별 설정이나 서사들 등장인물들의 행동거지와 대사 한마디가 상당한 힘을 가지고 다가오네요. 그 어느것 하나라도 놓친다면 왠지 죄스러움이 더 해질것 같다는 생각과 그렇게라도 해야지 덜 미안하겠다는 자기합리화라는 묘한 두가지 감정이 동시에 줄타기를 한다고 할까요. 사실 이렇하다 보니 이명방이나 김진이 출현했던 작품들에 비해서 그들에게 쏠리는 시선의 무게가 확 떨어져 왠지 미안하다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이명방과 김진은 셜록홈즈와 왓슨박사 만큼이나 뛰어난 콤비로 기존 세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역활을 수행한 탐정들이죠. 물론 이번 작품에서도 기민한 행동과 몇수 앞을 예측하는 추리와 논거로 사건 중심으로 다가가는 그들의 행적을 보는 즐거움이 상당합니다. 여기에 담헌 홍대용의 비중있는 등장과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의 탄생 뒷담화, 조선시대 조운선의 구조, 검무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 소재들이 상당한 고증과 해박한 지식이 없다면 도저히 접근할 수 없을텐데요. 다시한번 작가의 치밀하고 디테일한 작업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죠.  


          담헌 홍대용이 작고한 사도세자와 진향을 위한 슬픈 이별곡 그리고 이 곡에 맞춰 춤을 추는 주혜와 옥화의 검무 왠지 시간을 오버랩하게 되면 진도 앞바다에서 수장된 우리의 자식들과 부모 형제 그들의 영혼을 보다듬는 진혼곡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게 춤과 곡은 마치 거울속의 자신을 비추듯이 나의 왼쪽이 또 다른 오른쪽이 되듯이 그날 세월호속에서 생을 하직한 이들과 이들을 무심히 지켜봤어야할 온 국민들의 의식을 함께 묻고 이제는 더이상 슬픔과 고뇌속을 방황하지말고 좀더 나은 무엇인가로 그들과 함께 나아가야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할 대목은 76년마다 지구를 찾아오는 핼리혜성에 대한 설정인데요. 작가는 핼리혜성을 통해서 조선시대의 조운선 침몰이나 현대의 세월호나 같은 맥락에서 구경꾼이 아닌 목격자로 남아줬으면 하는 바램으로 작품속에 등장시키지 않았을까라는 다소 비약된 생각을 들게 하네요.    


          배의 사공을 군왕에 비유한 서사는 사실 현 정권에 대한 더 나아가 한나라의 위정자들에 대한 일침이라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 것입니다. 얼마전에 보왔던 톰 행커스 주연의 <설리, 허더슨 강의 기적> 이라는 영화를 보면서도 정말 부끄러운 감정과 더불어 분노가 일어났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부끄러움과 분노가 거의 일회성으로 그친다는 것인데요. 한번즘 깊이 생각해볼 여지를 던져 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비록 조선후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시대물로 치부될 수 있지만 작품속에 담겨져 있는 담론이나 태제는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굳이 문자화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이번 작품을 대면하는 독자들 가슴속에 많은 울림을 줄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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