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논문 중 하나인데 제일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다. 한중일 3국에서 젓가락과 숟가락은 비슷하게 시작했는데, 중국과 일본은 숟가락의 사용이 극히 일부 음식 한정 용도로 퇴화한 반면, 한국의 경우 식사 도구로서 젓가락 이상의 굳건한 위상으로 발전했고, 쇠숟가락으로 고유의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그 이유를 크게 식문화의 차이와 숭유사상에서 찾아낸다. 중국음식은 기름기가 많아 젓가락으로 밥알이나 국의 건더기만 건저 먹어야 느끼함을 피할 수 있다. 일본밥은 찰기가 많아 굳이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아도 젓가락으로 식사할 수 있고 국물은 그릇째 마시면 되니 숟가락을 생략해도 됐다는 게 한 이유. 반면 한국은 예서의 지침에 따라 숟가락의 사용을 철두철미 지키었을 뿐 아니라, 일품요리 보다는 밥과 국, 탕, 반찬의 구성으로 발전했기에 자연스레 숟가락과 젓가락의 기능이 세분화되었다는 것.

몹시 수긍이 가는 내용이지만 어린 시절 경험을 덧붙여 하나의 이유를 덧붙이고 싶다. 숟가락이 발달한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숟가락을 많이 사용해야 하니까. 다시 말해 중국이나 일본보다 밥을 많이 먹으니까이다. 고봉밥을 기억하는 세대라면 동감할 거다. 지금보다 2~3배는 컸던 밥공기와 그 위에 공기만큼 솟아올랐던 고봉밥의 위용을. 그게 어디 젓가락으로 깨작깨작 먹을 수 있는 양이었던가. 숟가락으로 푹푹 퍼내도 바닥을 보기 요원했던 고봉밥!!! 1940년대 밥공기 기본 크기가 680ml였던 걸 생각해보라 (지금은 200ml 남짓이다.) 사진 속 조선인에게 숟가락 대신 젓가락으로 밥 먹으라고 해보면 예에 어긋난다 일갈했을까 아니면 누굴 배 골려 죽일 작정이냐 역정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자들이란 떠나야만 한다는 걸,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도 떠나야만 한다는 걸...˝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한 남자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만물의 언어를 말하는 사랑, 진정한 사랑이 아니시 때문이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버님이 이 책을 가지고 계신 것을 보고 처음 읽었을 때, 내 취향이 아니군 이라고 생각했다. 무신론자인 딸이 코엘료가 좋다고 했을 때, 그리고 언어교환앱에서 만난 독실한 이슬람 신자인 친구가 인생의 책이라고 이 책을 추천했을 때, 다시 읽어볼 것을 각각 약속했다. 재독을 해도 여전히 취향은 아니고, 구도의 항해를 하는 남자와 오아시스 항구의 파티마 설정은 딱 싫을 지경이다.

무신론자와 기독교신자와 이슬람신자를 모두 매혹시킨 이 책이 나에겐 왜 이리 거리를 두는 건지 참 신기한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죽어서 누군가를 다섯 사람이나 만날 수 있게 된다면.

돌아가시기 전날의 어머니.
초등학교 때 옆집에 살던 어린 아이.
중1때 전학간 친구.
노수석 열사.
그리고 이*

모두 죄의식으로 사무치는 기억이다. 나는 그들에게 잘못을 빌고 나의 후회를 고백할 것이지만 시간은 다시 돌아가지 않는 법. 그러니 용서를 바라지 않는다. 용서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용서를 바라면 안 된다. 용서는 그렇게 쉬우면 안 되는 것이다.

도로 교통 위반? 전쟁과 살인? 자식 학대? 주취 폭력? 성희롱? 도박? 안전 사고? 이 모든 범죄들을 그냥 술술 쉽게 풀어헤쳐 썼기에 난 순간 순간 욕지기를 느낀다. 차라리 너무 쉬운 천국보다 용서 없는 지옥이 나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T 촬영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웃긴 건 조영제 배출을 위해 물을 많이 먹으라는 권유에 따라 물을 많이 먹은 결과이다. 알고 보니 카르테 삽입 후 소변 새는 양이 줄었던 게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물을 안 먹고 참았던 거다.
이 뒷얘기를 털어놓았더니 선생님은 결국 요관봉합수술을 하자고 결론내셨다. 일요일에 입원, 다음주 월요일에 수술. 제왕절개 말고 처음으로 하는 개복수술이라 좀 긴장된다. 별 일 없겠지? 설마 또 의료사고가 나겠어?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9-07-18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9-07-18 14:25   좋아요 0 | URL
헉. 큰 일 겪으셨네요. 작은 일로 제가 징징거린 거 같아 부끄럽습니다. 병원에서 의료사고 인정은 모두 했었나요? 전 지금 구체적으로 손해배상청구 고민중입니다.

감은빛 2019-07-1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이번에는 부디 잘 되기를 바랍니다!

조선인 2019-07-19 16:29   좋아요 0 | URL
네. 잘 되기만 기원하고 있습니다.
 

D-J 카르테 삽입 후 소변 새는 양은 줄었으나,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고, 혈뇨가 계속되었다. 지난주 수요일에는 다시 갑자기 많이 새서 목요일에 다시 병원을 쫓아갔다. 엑스레이를 찍어 보았고, 카르테의 위치는 정상인 것을 확인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혈뇨는 카르테 삽입의 영향으로 자연히 사라질 것이니 좀 더 두고 보자 하셨다. 항생제와 소염제를 3일치 더 차방받았다.


지난주 금요일밤 38도까지 열이 올랐다. 해열제는 먹지 않고, 얼음팩으로 버텼는데, 일요일 오전이 되자 드디어 열이 떨어졌다. 좋은 점은 혈뇨가 중단되었다는 거고, 소변 새는 양이 조금 더 줄었다는 것. 나쁜 점은 아래쪽으로 이물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는데, 걷거나 서면 콕콕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지고, 소변을 볼 때면 아찔할 만큼 아프다는 것. 소변 색깔도 좀 뿌얘진 듯.


오늘 예약된 진료를 가서 기간의 증세를 설명했다. 선생님은 방광염을 의심하였고, 관련 처방을 주셨으며, 소변검사를 했고, 다음주에는 CT도 찍기로 했다. CT 결과에 따라 다음주에 개복수술을 통해 요관봉합수술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자국적출술은 복강경이라 상대적으로 쉽게 결정했었다. 그런데, 개복수술을 할 지도 모른다고 하니 불안해진다. 처방받은 약이 잘 들어서 다음주 CT 촬영 때 염증 소견이 없기만 기원할 뿐이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lanca 2019-07-11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잘 되기를 기원합니다. 다음 주에 좋은 소식
올려주세요...

조선인 2019-07-11 17:05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러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마음 2019-07-11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앗 조선인 님께서 아프시다니 저도 가슴이 아프네요.
간혹 올리시는 글 보면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유연하고 따뜻한 마음이 정말 존경스러웠는데요.
제발 모든 게 잘 되어서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선인 님 화이팅~!!! 힘 내세요~!!!

조선인 2019-07-11 17:33   좋아요 0 | URL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19-07-11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경과가 어떠신가?염려스러웠는데...모쪼록 좋은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몸조리 잘하시구요^^

조선인 2019-07-11 18:16   좋아요 0 | URL
경과가 별로라 괜히 미안해지네요. 너무 누워만 있어서 허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감사합니다

hnine 2019-07-11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생제를 드시는 중에도 열이 오르고 방광염 증세를 보였다는 말씀이신가요? 에구, 얼마나 고생스러우세요. 그래도 잘 참고 조리 잘 하고 계시네요. 아찔할 만큼 아프시다는 대목 읽는데 저도 잠시 아찔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럴 때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화이팅 외쳐드립니다. 곧 회복되실거예요!!

조선인 2019-07-11 20:47   좋아요 0 | URL
예전 직장 동료중 툭하면 방광염이 재발해서 고생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이렇게 아픈 건 줄 알았으면 더 잘해줄 걸 그랬어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07-14 0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9-07-14 05:47   좋아요 0 | URL
표햔이 예술이네요. 통증이란 참 변덕스럽고 괴팍하고 심술궂은 친구에요. 감사합니다.

드팀전 2019-07-16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초에 복통으로 바닥에 데굴데굴 굴렀었네요. 아빠는 아파 죽겠는데 ˝괜찮아?˝라고 말하며 눈은 TV에만 꼽혀 있는 아들들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정도입니다. 쓸개에 문제가 있었는데 젊은 대학병원 의사는 장기적출을 지하철 표 뽑 듯이 너무 쉽게 말해서 일단 약 먹으며 버텨 보고 있어요. ‘흣 그러시던지. 곧 다시 오게 될 껄‘ 이라고 말하는 의사의 표정이 기억 나네요. 최근에 김숨의 <간과 쓸개>를 보고 있는데, 그냥 의사 말을 들을 껄하는 생각도 아주 잠시 했었답니다. 아직까지 관리 모드는 성공적이긴 합니다. 말은 거짓을 섞어도 몸은 그렇지 않으니 진실한 건 역시 몸이었어요. 솔직한 친구에게 더욱 친절하고 사려 깊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조리 잘하시고 평안하게 지내세요...아주 오랜만입니다.ㅎ

조선인 2019-07-16 09:44   좋아요 0 | URL
수술 하기 전에 적어도 2-3개 병원은 다녀보시길 권합니다. 전 3군데 병원과 확인하고 10년의 고심 끝에 수술을 결심했어요. 어이없게도 의료사고라는 꽝을 뽑기는 했지만요.

2019-07-17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9-07-17 06:46   좋아요 0 | URL
선크림이요? 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 어차피 집에 누워만 있어서. 조언과 덕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