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로 워싱턴에 출장갈 일이 있었다.
말이 출장이지 사실은 보상휴가 비슷한 거라,
아침 10시와 저녁 6시에 진행하는 컨퍼런스만 참석하면 나머지 세션은 다 자유 참여.
덕분에 빈 시간을 이용해 관광에 매진 -.-V
6월 10일
점심시간에 댈러스공항에 내린 터라 바로 인근 한식당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었다. 하필 비행기 안에서 생리가 시작했던 난 근처 마켓 가서 생리대 사는 개인행동을 해야 했는데, 영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라 좀 긴장했건만, 영수증을 영어로 받을래 스페니쉬로 받을래 질문 받은 게 좀 신기했던 거 말고는 단어 위주의 단답형 영어가 그저 감사했다.
그후에는 숙소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버스 투어를 했는데, 거의 '내리세요' '사진 찍으세요' '타세요'의 연속이라 참 허무했다. 백악관 후문, 국회의사당, 제퍼슨기념관, 한국전쟁참전기념관, 링컨기념관을 30분 간격으로 찍었을 정도였으니... 쩝.
그래도 링컨기념관에서는 꽤나 인상적인 일이 있었는데, 한 흑인 아저씨가 어린 딸을 데리고 한참을 마틴 루터 킹에 대해 설명하더니 묵념을 하고 기도를 드리는 거였다. 그 모습이 너무나 숙연하여 나도 덩달아 잠시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링컨과 마틴 루터 킹이 상징하는 자유와 해방, 그 역사의 현장에서 사진도 한 장 찍고.
숙소는 워싱턴 힐튼 호텔이었다. 보통 여행 가기 전에는 현지에 대해 공부를 하는 편인데, 이번엔 가기 전날까지 주말에도 출근하는 강행군을 했던 터라 미국 호텔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었다. 덕분에 냉장고도, 슬리퍼도, 가운도, 빗도 없는데, 금고와 다리미와 커피머쉰은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게다가 인터넷 속도가 어찌나 후진지 유선이건 무선이건 답답했다.
다들 시차 적응이 안 되어 저녁 먹고 호텔 바에서 맥주 한 잔씩 하기로 했다. 우리 일행의 놀라운 음주량에 웨이트리스는 완전 깜놀. 나중에는 거의 우리 테이블 전담으로 계속 서 있다시피 해서 좀 부끄러웠다고나 할까.
술자리가 늦게 끝나 자정이 다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시차와 생리통과 카톡 때문에 달랑 2시간만에 잠을 깨고 말았다. 전화를 걸면 로밍 안내가 되듯이 카톡에서도 로밍안내가 되면 좋을텐데. AS 맡긴 노트북 수리 진행 경과, 메일 확인 요청, 하다못해 메론 사라는 친지의 연락까지. 정말로 피곤한 밤이었고, 결국 한국에서도 안 하던 게임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러고보니 알라딘에도 베네치아 스토리 하시는 분 있나 급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