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 되면, 아주 더워지면, 8월이 되면, 내가 좋아하는 남동생이 생긴다고 기다리는 마로지만
무의식적으로 샘을 내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가령 손 빠는 흉내를 낸다든지, 유난히 저와의 스킨쉽에 열렬히 반응한다든지,
혼자서도 잘 해요 대신 엄마가 해주면 좋겠어요 칭얼거린다든지.

덕분에 어제, 오늘은 아주 전쟁이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이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옆지기가 지난 주말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나는 나대로 극심한 요통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마로의 투정도 덩달아 극에 달한 상황.

절대 바지 안 입겠다, 치마를 달라(그것도 겨울치마를 @.@),
티셔츠와 바지는 내가 입겠다, 하지만 양말은 엄마가 신겨줘야 한다,
내일부터는 혼자서 밥 먹겠지만 오늘은 먹여줘라,
감자는 절대 안 먹는다(그럼 딴거라도 빨리 먹기만 해주면 좋겠다만),
세수는 안 해도 된다, 손으로 눈꼽만 떼겠다,
크림은 안 발라도 된다, 아니면 엄마가 발라줘라,
아빠는 잔소리 그만 하고 말하지 마라,
이 잠바는 어제 입었다, 오늘은 다른 거 입을 거다,
운동화 안 신겠다, 구두를 달라 등등등.

바쁜 출근시간에 인내심 테스트도 아니고 사사건건 안 하겠다, 다른 거 하겠다 징징거리는데
화를 내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어찌어찌 나갈 채비를 끝내고 집을 나설 때면!!!
갑자기 돌변하는 딸!!!

"엄마, 바쁘다고 절대 뛰면 안 돼.
배속에 아가가 있으니까 뛰어가면 엄마도 아프고 아가도 아프고.
절대 뛰어가지마~"
걱정이 가득한 표정과 안타까운 목소리로 엄마를 타이릅니다.
자못 어른스러운 모습에 아침 내내 딸 때문에 속끓인 건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니 나도 참 팔불출.
게다가 어제도 똑같이 당해놓고선. 아마 내일도 당하겠죠?

* 개블리 이벤트를 재개 못 해 미안해요. 옆지기 상태가 좀 좋아지면 오늘이나 내일 저녁에 할 수 있을 듯.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바람 2006-05-24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마로가 좋으면서도 불안하겠죠

paviana 2006-05-2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뛰어다니지 마세요.아 어찌나 예쁜지 우리 며느님은....
참 이쪽이 아니었지.=3=3=3

hnine 2006-05-2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일종의 시위 모드이군요. 엄마랑 태어날 아기 걱정도 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위기감(?)도 약간은 느끼나봐요. 둔한것보다 좋지 않아요? ^ ^
아침 상황이 아주 비디오처럼 제 눈 앞에 펼쳐 집니다.
오늘도 힘내세요!

水巖 2006-05-24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때 잘 다독여야 동생을 사랑하는 누나가 되겠죠. 아주 잘 하겠는걸요.

2006-05-24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5-24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터특한 일종의 병주고 약주기...?? 그래도 이쁘기만 하겠는데 말이죠...^^
빠른 쾌유 바랍니다..^^

야클 2006-05-24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내 마음 나도 몰라" 모드인가요? ㅋㅋㅋ
날씨도 더운데 뛰지마세요. ^^

반딧불,, 2006-05-24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구..이쁜 마로.
토닥토닥. 좋은 친구가 생긴단다. 조금만 참으렴^^
옆지기님 빨랑 나으셔요!

瑚璉 2006-05-24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마음, 나도 몰라". (-.-)_b

비자림 2006-05-24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어쩜 저리 의젓할까요? 근데 정말 조심하셔요.
왕비님처럼 움직이며 사시길...

조선인 2006-05-24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예전에 읽은 기막힌 비유가 생각나요. 남편이 씨앗을 들이며 본처보고 "난 너랑 씨앗을 똑같이 사랑한다. 그러니 너도 씨앗을 사랑해라"라고 말할 때 본처가 느낄 심정을 마로가 느끼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파비아나님!!! 대체 며느리감이 몇 명입니까!!!
hnine님, ㅎㅎ 유경험자시니 안 봐도 비디오죠?
새벽별님, 투정부릴 땐 얄밉다가도 한방에 사르르 녹이니 참 대단하죠?
수암님, 네, 벌써부터 '내가 좋아하는 남동생'이라고 하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속닥이신분, ㅎㅎㅎ 달리기하느라 좀 지치셨나봐요. 숨 고를 시간 동안 기다릴게요.
메피스토님, 약만 주면 더 좋을텐데요. ㅋㅋ
야클님, 전 안 뛰어요. 왜 마로가 아침마다 저 걱정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ㅎㅎ
반딧불님, 흑, 오늘도 다 죽는 소리로 일찍 들어오겠다고 전화왔어요. 걱정입니다.
호질님, 마로는 제 마음을 알겠죠. 제가 그 속을 모르죠. -.-;;
비자림님, 왕비처럼!!! 노력할게요. *^^*

클리오 2006-05-24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가를 가서 둘째 엄마들을 만나보면, 애들이 그렇게 안아달라 칭얼거리고 아프고 엄마를 고생시킨대요. 아이들도 무의식중에 아나보죠? ^^

ceylontea 2006-05-24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눈에 보이는 광경이네요.. 그래도 마로는 예쁘기만 한데 우짤까요.. ^^

난티나무 2006-05-24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마로도 아침마다 그러는군요. 우리집 녀석도 아침마다 그야말로 속이 끓어터지게 만듭니다. 아침잠은 또 어찌나 많은지, 늦잠 자놓고 지 할 거 다 하지요. 나가야 될 시간인데 자동차 놀이를 해야 한다나 어쨌다나...ㅠㅠ
아이고, 그래도 마로가 하는 말이 정말 이쁘네요.^^

반딧불,, 2006-05-2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모 사이트에서 보았는데요.
큰마트에 가면 큐원호떡믹스가 있대요. 근데 넘넘 쉽게 잘 할 수 있다네요.
사실 만들어먹기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도움이 되실까해서;;

2006-05-24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6-05-25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엄마가 많이 못 놀아주니까 아이들은 민감하게 느끼는 듯 해요.
실론티님, ㅎㅎㅎ 우리들은 팔불출?
난티나무님, 맞아요, 늦잠까지 자놓고선!!!
호질님, 고칠게요.
반딧불님, 호떡은 얼마전에 실컷 먹었고, 복숭아도 출시되었고, 이젠 꿈에까지 나오진 않아요. 그래도 귀가 솔깃해지네요. 찾아볼게요, 꼭!
속삭이신 분, 전 아니에요. 싸이는 팀장이 또 뭔 사진 올리나 싶어 가끔 점검차 들어갈 뿐이랍니다.

2006-05-25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06-05-25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헙, 몸은 좀 나으셨나요? 그래도 마로 덕분에 넘 기분 좋으시겠어요.

조선인 2006-05-25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이신 분, 이 기회에 님의 주소를 저에게 공개하시죠. 으흐흐흐
산사춘님, 저의 요통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고, 옆지기는 어제부터 좀 나아졌어요. 고마워요.

2006-05-27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6-05-2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이신 분, ㅋㅋ 그랬군요. 하긴 저도 싸이는 방치상태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