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황사 때문인지 사정없이 바람이 불었다.
그 기세가 무서워 복도에 이불을 널까 하다 말았는데, 60*호는 그 와중에도 이불을 널었더랬다.
그런데 점심 무렵 마로가 떡볶기를 사달라 졸라 집을 나서다가 이불이 날라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운이 좋아 무사히 잡고 보니 60*호 이불.
거센 바람에 이불 집게가 아예 부서졌고,
그 바람에 내가 잡은 이불 외에도 2채가 더 복도에 떨어져 있었다.
주섬주섬 이불 3채를 끌어안고 그 집 벨을 누르니 60*호 새댁이 민망하리만치 고마워했다.

그런데 오늘.
마로 데리고 집을 나서던 옆지기가 갑자기 사색이 되었다.
명합지갑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신분증이며, 신용카드까지 넣고 다니던 지갑인지라 나도 황망한 마음으로 지갑을 찾아다녔는데
집안에도, 차에도 보이지 않아 더욱 초조하던 차...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들른 수위실에서 보관을 하고 있었다.
고맙다고 넙죽 넙죽 인사를 하자 수위 아저씨가 손사래를 치신다.
어제밤 60*호 아저씨가 줏어다 준 거니 사례는 그 집에 하랜다.
순간 따스해지는 마음.
하루 사이 오고간 작은 정에 기분이 흐뭇해졌다.
병원 갔다 오는 길에 딸기라도 한 팩 사들고 인사하러 가야겠다.
이사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사귄 이웃이 없었는데, 이렇게 계기가 만들어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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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3-13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만 신경쓰면 상당히 친해질 수 있는게 아파트의 구조인데 말이죠..^^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죠..^^

조선인 2006-03-13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직장을 다니니 더 친해질 기회가 없어요. 게다가 제가 사는 아파트는 아주대 학생 등 뜨내기 주민이 많은 터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인사하는 분위기가 없어 참 당황스러웠죠. 이번 기회에 한 집이라도 사귀게 되면 좋겠어요.

라주미힌 2006-03-1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음으로 '사람이 살고 있구나'라고만 알고 있죠 ^^;;;

비로그인 2006-03-13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아파트 동에 사는 꼬마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하며 숨바꼭질을 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오 분도 되지 않아 `찾았다' 라는 목소리가 들려 `무슨 숨바꼭질이 저리 빨리 끝나?'하니 그걸 듣던 어머니께서 `저런 식으로 하면 일 분 안에 끝나'라고 하셔서 웃었던 적이 있어요. 그 아이, 목소리가 유난히 한가롭고 고양이처럼 귀여웠거든요. 이웃은, 그렇게 친해지기도 하나 봅니다. 재미있지요?^^

부리 2006-03-13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딸기보다 바나나우유가 좋아요!

바람돌이 2006-03-1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있으면 좀 인사하기가 쉽지 않나요? 아이들 인사시키면서 더불어.... 저는 그렇게 하는데 그러니 대충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그동네는 이불에 주소 적어놓나요? 어떻게 몇호건지 아남유? 궁금 궁금 ?????? ^^;;

아영엄마 2006-03-1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주워서 맡겨주신 분이 계시다니 다행이네요! 좋은 이웃으로 사귀어 나가시기 바랍니다.

울보 2006-03-1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아직은 살만한 세상입니다,,
병원데 조심히 다녀오세요,,

조선인 2006-03-13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윗집엔 누가 누가 사는지 아주 잘~ 알죠. 친해지지가 못 해서 문제죠.
쥬드님, 5분이나 숨바꼭질을 했으면 꼬마가 아니라 어린이겠는데요? ㅎㅎ
부리님, 기억해둘게요. *^^*
바람돌이님, 하하, 재미난 생각을. 그냥 60*호 문 앞에 널려있으니 그 집 이불인 줄 아는 거죠.
아영엄마님, 정말 다행이에요. 잠시지만 아찔했지요.
울보님, 그러게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입니다. ^^

세실 2006-03-13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참 정겹습니다. 조금 손해보고 살아야지 하면 배가 되어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정다운 이웃은 때론 가족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 기회에 좋은 이웃 되시면 좋겠네요~

이쁜하루 2006-03-13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기운이 여기까지~~ 저도 결혼해서 이 빌라에 산지 4년째인데 인사하고 터놓고 지내는 이웃이 없네요.. 좋은 이웃으로 잘 맺으시길 바라구요! 인사 잘하셨어요??

sooninara 2006-03-1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거니 받거니..다행이네요^^

싸이런스 2006-03-13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훈한 이야기..

진주 2006-03-1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라인에는 연세 많으신 분들이 주로 많이 사시고, 또 제각기 직장일 때문에 마주칠 일도 없어요. 그래서 우리 라인에서는 저도 친구가 없어요. 하긴..여기 아파트 안을 통틀어도 친구 몇 되지도 않네요. 타지에 이사오니 왠지 정붙이기가 쉽지 않네요.

산사춘 2006-03-14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정겨운 우연이라니!
근데 전 관사에 오래 살아서 이제 거주지역에서만큼은... 아무도 아는 척 안했음 좋겠어요. 대신... 원래 알던 사람들이랑 타운 만드는 게 제 로망이어요.

조선인 2006-03-14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막상 인사하러 가니 유일하게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때 인사하는 아저씨네 집이더라구요. 덕분에 기분이 더 좋아졌어요.
이쁜하루님,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새댁이라 아줌마랑 계속 놀아줄 지 그게 문제에요. ㅎㅎ
수니나라님, 딸기 사들고 가니까 그 집에서도 딱 그 얘길 해주더라구요. 어제 저희 이불 챙겨주신 보답입니다 라구.
싸이런스님, 참 고마운 세상이죠.
진주님, 상계동에 살 땐 터줏대감들이 많이 살고, 옆집에 마로 또래 남자 아이를 키우는 제 또래 아줌마가 살아 참 좋았는데, 여긴 순 대학생들만 우글거려 많이 안타까워요.
산사춘님, 푸하하하하 그 심정 저도 알아요. 초등학교부터 대학 졸업할 때까지 한 아파트에서 살았던 터라, 동네 사람들이 제 반등수까지 몽땅 알았더랬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