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밤 옆지기가 다급하게 불렀다. 컴퓨터가 이상해!!!
주기적으로 계속 spam pop-up이 뜨고, 이상한 프로그램이 깔리고...
그동안 옆지기가 어찌나 지저분하게 컴퓨터를 썼는지 컴퓨터는 엉망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손을 쓰는 게 급선무였으나, 주중에는 몸이 힘들어 미뤘다가 일요일 아침에 전쟁 착수.
우선 온갖 바이러스를 소탕하고, 애드웨어를 삭제하려고 했으나, 시스템 에러로 실패.
우선 윈도우를 복구하고 애드웨어 삭제 재시도 성공.
그러나 1시간쯤 지나자 다시 광고가 뜨기 시작. 아무래도 백도어가 있나보다.
결국 컴퓨터 포맷하고 윈도우를 설치하고 드라이버를 잡기 시작할 때 옆지기가 귀가를 했고
시간은 이미 밤 11시였다.
삼시 세끼 챙겨먹고 마로랑 놀아주며 틈틈이 작업하다가
마로의 훼방으로 설치 취소가 되어 처음부터 다시 일하기 수차례였음을 고려하면 양호한 시간이지만,
옆지기를 보자마자 하루종일 고생했다며 징징거렸다.
옆지기의 한 마디, "그럼 아예 하나 새로 사자."
최고급 PC는 아니지만, 인텔 셀레온 512Ram, 80Giga Hard, 가정용 PC로는 손색이 없는 사양인데,
툭하면 컴퓨터가 느리다고 투덜대는 옆지기가 원망스럽고,
애당초 속도가 느려진 건 온갖 바이러스에 스파이웨어 때문인데 자기 잘못은 왜 생각 못하는지 속상했고,
돈들여 부품 업그레이드하여 조립한지 이제 겨우 1년밖에 안 지났는데,
어쩜 그리 쉽게 새 컴퓨터를 사자고 얘기하는지 황당하고,
설령 살 수 있는 돈이 있다 해도 이번 달에 설이 들어있고,
올해 백호 낳을 준비 하려면 미리 미리 절약하고 돈을 모아야 하는데, 대책없는 사람이다 싶어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옆지기는 잠시 당황하다가 무조건 자기가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고,
살살살살 이래저래 달래주어 간신히 눈물을 그칠 수 있었다.
내 흐느낌이 잦아들자 옆지기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마디 한다.
"자기, 평소에는 이 정도 일로 안 우는 거 알지? 임신우울증인 건 알지?"
지난밤에는 그 말이 서운해서 또 울었는데, 오늘 아침 생각해보니, 옆지기 말이 맞았다. 아, 민망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