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참 여러 모로 힘든 날이었다.
나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8시에 퇴근해야 했고,
옆지기는 고민끝에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마로를 데리고 민중대회에 참가했다.

퇴근 후 만난 마로는 추위로 까무룩해진 상황이었고,
옆지기는 옆지기대로 마로 엎고 다니느라 똑바로 허리를 못 펼 정도로 통증을 호소했다.
다행히 늦은 저녁을 위해 가 본 모박사 부대전골이 맛났는지 둘 다 기분은 나아졌고,
오늘 아침 보니 마로도, 옆지기도 감기가 걸리진 않았다.
그리고 한숨 푹 자고 기운 차린 마로는 재잘재잘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나 지난번에(아직 시제가 불분명. 어제를 의미함) 가짜 아저씨(전경) 또 봤다."
"이런, 또 가짜 아저씨가 왔었어?"
"응, 그래서 이모랑 삼촌이랑 노래불렀어. 왜 패요, 왜 패요~. 난 무서워서 조금 울었어."
"우리 용감 씩씩이가 왜 울어."
"어~ 지난 번에 지난 번에 가짜 아저씨가 이모 말고 삼촌 때려서 죽였대."
"아, 그래서 무서웠구나. 그래도 걱정마. 아빠랑 이모랑 삼촌이랑 마로를 지켜줄거야."
"아냐, 아냐, 나도 죽일텐데. 어쩌지."

어제 혹한 속에 물대포를 뒤집어쓴 후배들은 줄줄이 병가를 냈다고 한다. 얼른 낫기를.
그리고 어린 마로가 더 이상 무서운 말을 배우지 않기를.
무엇보다 故 전용철 씨의 명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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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12-05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마로야 죽기는 왜 죽니~~~ㅜ ㅜ 그래도 네가 볼 좋은 세상이 아직 남아 있단다.^^

chika 2005-12-05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제 저 사진 보면서 무척 힘들었겠네, 생각했는데요. 어제는 천주교회가 정한 '인권주일'이라고 해요. 강론때 신부님이 '지금 이 시기에 뭔 인권 얘기냐, 하겠지만 아닙니다!'라고 말했는데... 몇이나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였을까요... 에휴~
그래도 마로가 감기 걸리지 않아 다행이예요.

2005-12-05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nara 2005-12-05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마로..ㅠ.ㅠ 엄마와 아빠도 고생했어요.
가짜아저씨들도 힘들고, 우리 모두 웃는 세상이 되야할텐데...

아영엄마 2005-12-05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좁은 울타리 안의 세상을 살아가는데 마로는 많은 것을 보고 자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로를 비롯한 우리들의 아이들이 더 이상 무서운 말을 듣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며...(__)

水巖 2005-12-05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야, 할아버지가 있는데 그 가짜들이 너를 어떻게 하겠니?
마로 말에 가슴이 아픈 수암할아버지, 그런거 보여주지 않었음...

ceylontea 2005-12-05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마로야...ㅠㅠ
조금만 더 내입장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상르 보며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sweetmagic 2005-12-0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참 많은 걸 보고 배우는구나... 라고 하면 이거 완전 이율배반인 거지요

울보 2005-12-05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부터 너무 어려운것을 배우는것은 아닌지,,
그냥 마음이 아프네요,,

▶◀소굼 2005-12-05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한숨이 절로...

숨은아이 2005-12-05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는 강하고 크고 넓은 사람이 될 거예요.
어제 참 추웠는데 물대포를 쏘았군요...

조선인 2005-12-06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종님, 좋은 세상은 늘 남아있는 거죠? 그죠?
치카님, 인권주간이기도 했군요.
속삭이신 분, 저도 못 나갔는걸요. 회사가 핑개는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수니나라님, 맞아요, 가짜 아저씨들도 힘들죠. 꼭 가르쳐줘야겠어요.
아영엄마님, 고맙습니다.
수암님, 고운 거, 이쁜 거만 보여주고 싶고 들려주고 싶은데 뜻대로 안 되네요. ㅠ.ㅠ
실론티님, 우리 아이들은 좀 더 다른 세상에 살기를. *^^*
스윗매직님, 아니요,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힘이 나요. 고마워요.
울보님, 너무 어렵죠. 가슴이 철렁.
소굼님, 에휴~
숨은아이님, 그 추위에 물대표를 쏘고 있다는 전화에 억장이 무너집디다. -.-;;

하늘바람 2005-12-06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의 마음이 참 여리고 귀엽고 따뜻하고 그러네요. 우리 모두 마로를 지켜주기로 해요

조선인 2005-12-07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고맙습니다. 꾸벅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