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참 여러 모로 힘든 날이었다.
나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8시에 퇴근해야 했고,
옆지기는 고민끝에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마로를 데리고 민중대회에 참가했다.
퇴근 후 만난 마로는 추위로 까무룩해진 상황이었고,
옆지기는 옆지기대로 마로 엎고 다니느라 똑바로 허리를 못 펼 정도로 통증을 호소했다.
다행히 늦은 저녁을 위해 가 본 모박사 부대전골이 맛났는지 둘 다 기분은 나아졌고,
오늘 아침 보니 마로도, 옆지기도 감기가 걸리진 않았다.
그리고 한숨 푹 자고 기운 차린 마로는 재잘재잘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나 지난번에(아직 시제가 불분명. 어제를 의미함) 가짜 아저씨(전경) 또 봤다."
"이런, 또 가짜 아저씨가 왔었어?"
"응, 그래서 이모랑 삼촌이랑 노래불렀어. 왜 패요, 왜 패요~. 난 무서워서 조금 울었어."
"우리 용감 씩씩이가 왜 울어."
"어~ 지난 번에 지난 번에 가짜 아저씨가 이모 말고 삼촌 때려서 죽였대."
"아, 그래서 무서웠구나. 그래도 걱정마. 아빠랑 이모랑 삼촌이랑 마로를 지켜줄거야."
"아냐, 아냐, 나도 죽일텐데. 어쩌지."
어제 혹한 속에 물대포를 뒤집어쓴 후배들은 줄줄이 병가를 냈다고 한다. 얼른 낫기를.
그리고 어린 마로가 더 이상 무서운 말을 배우지 않기를.
무엇보다 故 전용철 씨의 명복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