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뮤직, 그리고 스윗매직님 따라하기...

석양의 붉은 빛은 사라졌으나 밤그늘이 찾아오지 않은 짙푸른 하늘색
손가락 사이를 지나가는 실바람
2-3일 후 비를 예감시키는, 습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
사랑하는 나의 딸 마로
어머니께서 담가주시던 오그락지
큰 맘 먹고 지른 책장
나의 사랑 앤
우리 동네 알라딘 마을
새콤매콤 파래무침
창 밖의 비
쇠먹이풀의 달착지근한 새벽내음
혼자 걷는 오솔길
비온 뒤 물씬한 흙내음
종일제 만화를 보고 나올 때의 허탈함과 뿌듯함
중학 시절의 추억이 담긴 연습장
입안 가득 쓰디쓴 커피를 머금고 있는 순간
나를 위해 친구가 물건너 사온 에스프레소 메이커
처녀 시절 노랑저고리 다홍치마
내가 좋아하는 유일한 장신구 노리개
웬만한 커플링보다 싸게 장만한 결혼반지
아주 아주 큼직한 책상
스팀청소기를 돌리고 난 직후의 방바닥
고양이가 되고 싶은 봄햇살
산울림과 핑크 플로이드
맨발로 양반다리하고 일하기... 사무실에서. 히히
한탄강 물소리
찜질방에서 마시는 녹차
봉숭아물이 잘 들었나 어쩌나 두근거리며 실을 푸르는 순간
'산다는 건 그런게 아니겠니' 노래가 흘러나오던 누군가의 삐삐 음성사서함
침대 밑에 넣어둔 보물상자
회사 책상 서랍속에 숨겨둔 과자 한 봉지
한+국어사전에서 발견한 시들
내 유일한 사치, 옆 사람 명의의 신용카드 한 장
6년 만에 받은 여름휴가비
남이 차려준 밥상
여자친구의 길고 우아한 목
예정일에 딱 맞춰 시작하는 생리
마로 귀파주기
새언니에게 선물한다는 핑계로 사고 주머니안에 넣어둔 귀걸이
유쾌한 해골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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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8-19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현이 어쩜 이렇게 이쁩니까...
석양의 붉은 빛은 사라졌으나 밤그늘이 찾아오지 않은 짙푸른 하늘색, 쇠먹이풀의 달착지근한 새벽내음... 오오~ 느껴집니다..^^

水巖 2005-08-19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 시절의 추억이 담긴 연습장 ㅡ
상당히 반항적인 글도 있으려나......

세실 2005-08-19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는 것 같아요~~~
조선인님의 일상이 그려지는데요~~
저도 규환이 귀 파주는거 좋아해요~ 파주면 안좋다고 하던데...(보림이는 귓구멍이 작아서 힘들어요~)

물만두 2005-08-19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멋있어요^^

sweetmagic 2005-08-1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행복해요 ~!

나도 해봐야지 ~

검둥개 2005-08-19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시를 쓰셨잖아요. 그런데 오그락지가 뭘까요? ^o^

조선인 2005-08-19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정개님, 오그락지는 사투리에요. 무말랭이. 히히
스윗매직님, 제가 님을 따라한 건데요. @.@
새벽별님, 전 언니가 읽어주니 너무 좋아요.
물만두님, 오오 이십오? 썰렁~
세실님, 귀 파주는 게 안 좋다는 데, 가르랑거리는 딸래미가 너무 좋아서. ㅋㅋㅋ
수암님, 언제 구경시켜드릴께요. 별 거 별 거 다 있어요.
날개님, 헤헤, 님도 그 내음을 아시는군요.

nemuko 2005-08-19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정말 조용히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저 역시 즐거워지는 것들이군요. 시인이십니다^^

panda78 2005-08-1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저도 오그락지라 그러는데, 반가워요. ^^

연우주 2005-08-19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 멋져요~

진주 2005-08-2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그락지를 몇 사람 알아들을까 했는데..역시나 질문이 들어오네요 ㅋㅋㅋ
조선인님, 이 페이퍼를 보니 님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된 거 같아요.
늦었지만 보길 잘 한 거 같아요...음....

조선인 2005-08-22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그게 사투리라는 걸 자꾸 까먹네요. 히히
우주님, 님은 더 멋져요.
판다님, 고향이?
검은비님, 님이 올린 글 봤어요. ^^
네무코님, 제, 제가 그런 황공한... 삐질...

호랑녀 2005-08-22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귓가에 멜로디가 멤도네요 ^^
남이 차려준 밥상 => 한표 던집니다.
참, 대전입니다. 가을산님 만나러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