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가 아직 어린이집 다닐 때다.
어린이집 원장의 늦둥이 아들 김군은 마침 마로랑 같은 나이고,
마로는 어린이집에서 연장보육을 거의 매일 하는 그런 아이였기에,
김군과 마로는 참 친하게 지냈고 김군은 마로 생일도 발렌타인데이도 크리스마스도 곧잘 챙겼다.
그러다 마로가 유치원에 다니게 되면서 둘은 더 이상 매일 보지 못 하게 됐지만,
원장 선생님에게 한번씩 놀러갈 때면 마로와 김군은 여전히 사이좋은 친구였다.
시간이 흘러 둘 다 초등학생이 되고 원장 선생님이 다른 동네에 어린이집을 내게 된 후
둘은 한 번도 못 만났지만 둘다 휴대폰이 있는지라
서로 곧잘 문자도 주고 받고 가끔은 통화도 하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원장선생님과 나는 애들 방학 때 한 번 봐요 라는 인사만 마냥 주고받을 뿐
늘 시간이 맞지 않아 둘은 4년이 넘게 한 번도 못 보고 지냈다.
그런데 발렌타인데이 전날 두둥~
딸아이가 저녁을 먹다 말고 문자를 확인하더니 난리가 났다.
"엄마, 어떡해. 김군이 나에게 고백했어."
'사실은 나 너 좋아해.'
짧지만 왠지 김군의 진심이 느껴졌달까?
하필 발렌타이 데이 전날에 고백한 그 마음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생애 첫 고백에 뭐라고 답장해야 하냐며 호들갑을 떠는 딸아이에게 솔직하게 대하라고 권했다.
ㅋㅎㅎㅎ 그 결과.
'사실 너가 잘 기억 안 나. 그래도 한 번 볼래?'
오늘 아침까지 김군은 소식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