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가 아직 어린이집 다닐 때다.

어린이집 원장의 늦둥이 아들 김군은 마침 마로랑 같은 나이고,

마로는 어린이집에서 연장보육을 거의 매일 하는 그런 아이였기에,

김군과 마로는 참 친하게 지냈고 김군은 마로 생일도 발렌타인데이도 크리스마스도 곧잘 챙겼다.

그러다 마로가 유치원에 다니게 되면서 둘은 더 이상 매일 보지 못 하게 됐지만,

원장 선생님에게 한번씩 놀러갈 때면 마로와 김군은 여전히 사이좋은 친구였다.


시간이 흘러 둘 다 초등학생이 되고 원장 선생님이 다른 동네에 어린이집을 내게 된 후

둘은 한 번도 못 만났지만 둘다 휴대폰이 있는지라

서로 곧잘 문자도 주고 받고 가끔은 통화도 하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원장선생님과 나는 애들 방학 때 한 번 봐요 라는 인사만 마냥 주고받을 뿐

늘 시간이 맞지 않아 둘은 4년이 넘게 한 번도 못 보고 지냈다.


그런데 발렌타인데이 전날 두둥~

딸아이가 저녁을 먹다 말고 문자를 확인하더니 난리가 났다.

"엄마, 어떡해. 김군이 나에게 고백했어."


'사실은 나 너 좋아해.'


짧지만 왠지 김군의 진심이 느껴졌달까?

하필 발렌타이 데이 전날에 고백한 그 마음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생애 첫 고백에 뭐라고 답장해야 하냐며 호들갑을 떠는 딸아이에게 솔직하게 대하라고 권했다.

ㅋㅎㅎㅎ 그 결과.


'사실 너가 잘 기억 안 나. 그래도 한 번 볼래?'


오늘 아침까지 김군은 소식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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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2-15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하나둘 생각날 수 있고,
생각 안 난대도 잘 지내면 좋을 텐데
아주아주... 기가 죽었나 보네요 ㅋㅋ

hnine 2012-02-15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너가 잘 기억 안 나' 이 말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뒤에 나오는 말, '그래도 한 번 볼래?' 여기에 집중했어야 하는데...김군이 놓쳤군요. 늦게라도 깨닫고 소식이 오면 좋겠네요 ^^

울보 2012-02-15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귀여운 마로랑 친구네요,,만났을까요?궁금해지네요,,ㅎㅎ

마녀고양이 2012-02-15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진짜루 기절하게 귀여운 이야기입니다... ㅋㅋ.

꼬마요정 2012-02-15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핫 ㅋㅋㅋㅋ

솔직하게 대하라는 엄마의 충고에 정말 솔직하게 대했군요..^^
왠지 김군은 방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을것만 같아요..

아... 김군은 슬픈데 저는 왜 이렇게 웃음이 날까요...^^;;;;;;

Kir 2012-02-1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처받았을 게 분명한 김군은 불쌍한데, 전 왜 이렇게 마로가 귀여울까요?^^

조선인 2012-02-1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된장님, 답장만 온다면 전 기꺼이 만남을 주선해줄텐데 말이죠. ㅎㅎ
hnine님, 김군의 후속담을 쓰길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키득키득.
울보님, 만나게 되면 꼭 페이퍼 남길게요.
마녀고양이님, 제 딸아이가 벌써 이런 페이퍼의 소재가 되다니 저도 기절할 거 같아요. ㅋㅋ
꼬마요정님, 아, 김군은 정말 슬플까요? 옆지기는 발렌타인 초콜릿을 노리고 대량발송한 문자는 아니냐고 의심합니다.
kirchesis님, 암요, 마로는 귀엽죠. 히히

진주 2012-02-15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같긴한데 하필 보내는 싯점이...그것참..ㅋㅋ

BRINY 2012-02-15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ㅍㅎㅎㅎㅎㅎㅎㅎ 저도 기절할 뻔 했어요!

무스탕 2012-02-15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우리 마로 한 방 있다니까요. ㅎㅎㅎㅎ

조선인 2012-02-15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ㅎㅎ 진주님 덕분에 올린 페이퍼에요.
briny님, 아, 기절 사태를 유발하다니 흐뭇해요.
무스탕님, 제가 생각해도 참 강한 한방입니다. ㅋㄷㅋㄷ

2012-02-15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2-02-15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이를 어째요...ㅜ.ㅜ
근데요, 저도 이런 경험있어요. 아이러브 스쿨 통해서 초딩3년 때 남학우가 메일을 보내왔는데 저는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15년쯤 지난 뒤인지라 아무리 짱구를 굴려도...;;; 그래서 얼굴이 기억이 안 난다고 했더니 다시 연락 없더라구요...;;;;;;;

조선인 2012-02-16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아, 그 친구 상처가 큰가봐요. 아직도 답장이 없어요. 이제는 온 가족이 김군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노아님, 푸하하하 역시 솔직한 건 상처... ^^;;

책읽는나무 2012-02-1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로가 총각 하나 울렸네요.어떡해.
ㅎㅎㅎㅎ
마로도 진심으로 좋아했을텐데...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