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서울에서의 회의 일정을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와보니
당연하게도 모두 퇴근하고 없었다.
몇 가지 일을 마무리하고 습관처럼 테스트베드에 들려보니
개발사 PM이 혼자 덩그러니 일하고 있었다.
향후 일정에 대해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한숨만 나오는데,
마침 라디오에선 '사랑 참 어렵다'라는 노래가 나왔고,
나도 모르게 '일이 더 어렵지 사랑이 어렵나'라는 소리가 나왔다.
모 PM은 화들짝 놀라며 사랑이 더 어렵다고 강변을 했고,
난 딱히 대꾸를 못 하고 화제를 다시 일로 돌렸다.
퇴근하는 길 곰곰히 생각해 보니 역시 일이 더 어렵다.
사랑은 내 감정에 충실하면 되고 솔직해지기 위해 더 노력하면 되는 거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내 가치관이나 신념과 위배되는 결정을 내려야 하기도 하고,
솔직한 감정은 묻어야 할 때가 많으니 마음이 괴리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때로 회사에서의 나를 들여다보는 건 정신분열, 혹은 다중인격장애 체험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쉽다는 건 아니다.
PM의 말대로 사랑해서 결혼해도 죽을 때까지 라는 단서는 참 어마어마하고,
아이를 사랑하지만, 부모 노릇하며 사랑한다는 건 참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