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를 갔다가 문득 가을이라는 걸 깨달았다.
옷장정리를 하면서도 실감 못했는데, 어느새 나무들은 옷을 갈아입은 뒤였다.
바로 장보기엔 아쉬워 마트 옆 장안구청 공원을 잠시 산책.
마로, 뭐 그리니?
비밀. 나중에 보여줄게.
마로, 해람, 둘 다 많이 컸다. 동생 손잡아주는 누나, 누나 손잡고 걷고 걷고 또 걷는 동생.
옆지기가 찍어준 사진을 건졌다. 감격이다. 마로, 해람과 같이 찍은 사진을 얼마나 열망했던가.
장 보고 돌아오는 길, 미련이 남아 이번엔 창룡문에 들렸다. 억새가 그림 같았다.
아빠, 아이비 춤 춰줄게. 나나나나나나나나나~
쳇, 맨날 사진찍는 건 내 몫이다. 자기들만 정다운 척. 흥.
마른풀 내음이 너무 좋아 드러누웠다가 올려본 딸.
순간 딸아이가 이뻐 견딜 수가 없었다. 벌떡 일어나 클로즈업.
해람이는 누나가 가득 뿌려준 낙엽 위에 앉아 가을을 느꼈겠지?
덧붙임) 마로가 열심히 그렸던 건 동생을 위한 낱말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