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이의 심부름을 보고.

마로에게 몇 차례 심부름을 시킨 적이 있지만, 
그 때마다 엄마가 멀찌감치 뒤에서 망을 보았더랬다.
그러다 지난 토요일 드디어 온전히 마로 혼자서 심부름을 해냈다.

발단은 지난 월요일.
이사하고 처음 유치원을 통학하는 날이라 살짝 긴장을 했지만,
아침에 무사히 버스를 탄 지라 크게 걱정을 안 했다.
그런데 아뿔사. 저녁엔 원장 선생님이 직접 운전을 하는데 이사한 주소가 전달 안 된 것.
아침 버스 운전기사도, 안전지도 선생님도, 마로 담임도 모두 이야기하는 걸 깜박했단다. @,@
7시 30분이 되도록 마로가 안 오길래 마로 담임에게 전화했다가
원장선생님이 이사 전 주소에 마로를 내려줬다는 걸 알게 되곤 공황상태에 빠졌다.
담임 선생님도 원장선생님도 당황하여 우리 동네에 와서 아이를 찾겠다고 하고,
나는 나대로 부랴부랴 예전 집에 가보려고 허둥지둥 해람이만 안아들고 집을 나서는데,
층계를 걸어 올라오는 마로.
감격의 상봉을 마치고 마로에게 혼자 왔냐고 물어봤다.

"응, 내가 깜박 잊고 2단지에 내렸어. 
그래서 집에 갔다가 옆집 하늘언니를 만났는데 우리집이 여기(1단지)라고 가르쳐줬어."

이사한 걸 깜박했다고 '아이쿠 바보 바보' 이러며 제 머리를 쥐어박는 마로에게
혼자서 집을 찾아왔으니 절대 바보가 아니고 천재라고 거듭 거듭 말해주었다.
그날 밤 잠든 마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도와 함께 어찌나 뿌듯하고 대견한지.
그리고 지난 토요일엔 혼자 수퍼에 가서 우유를 사오도록 시켰는데
마로는 무난히 해치웠고 이번에도 안절부절한 건 오히려 엄마이니,
아이의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오냐오냐 응석을 조장한 건 오히려 부모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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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6-0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헉!. ㅋㅋㅋ
그래도 마로는 첫 심부름을 성공하셨군요. 정말 다행이예요. 어찌보면 이것도 아이에의 성취감에 관련된 문제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러면서 다시한번 저한테 "아이쿠 바보바보" 하면 구박을 해 봅니다. ^ ^;;;

antitheme 2007-06-0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도 이제 다 컸네요... 하지만 애를 혼자 내보내면 불안한건 누구나 마찬가진가 봅니다.

바람돌이 2007-06-0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일날뻔 했네요. 휴~~~ 다행!! 정말 제대로 집을 찾아온 마로는 천재입니다. ^^
저희집은 둘이니 심부름 보내기가 좀 나아요. 올해들어 유난히 지들끼리 심부름도 가고 싶어하고 해서 보내 봤는데 곧잘 갔다옵니다. 예린이는 별로 걱정이 안되는데 아무래도 천방지축인 해아가... 그래서 늘 예린이한테 해아 손 꼭 잡고 갔다오라고 신신당부를 해요. ^^

무스탕 2007-06-04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마로가 다 커버렸네요.. 기특한것..
당황하지 않고 제대로 잘 찾아온 마로를 많이 칭찬해 주세요 ^^*
아이들은 엄마가 걱정하는것보다 그렇게 작지 않은가 봅니다...

마노아 2007-06-04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마로 천재! 제가 다 뿌듯해요. 대견한걸요^^

paviana 2007-06-04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슴이 다 덜컹 내려앉았네요.
우리 마로가 워낙 이쁘잖아요. 휴~ 집에 잘 돌아와서 정말 너무다행이네요.

2007-06-04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설 2007-06-04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놀래라.. 마로 정말 대견하네요.

건우와 연우 2007-06-04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씩씩한 마로!!!
제머리를 쥐어박았을 깜찍한 마로가 눈에 선해요~

울보 2007-06-04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놀라셨겟어요,
그래요 우리의 마로 의젓하게 집을 찾아왔네요,
너무 대견해요,,

마법천자문 2007-06-04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까지도 집을 못 찾아 울면서 경찰서에 가곤 했지요.

아영엄마 2007-06-04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침착하게 잘 찾아 왔군요. 정말 다행이어요. (우리 애들 같았으면 당황해서 울고 있었을지도.. -.-)

水巖 2007-06-0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짝 놀랐군요. 처음 글을 읽고 철렁했어요. 마로 대단해요. 짝, 짝 짝 ㅡ

조선인 2007-06-05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홍이도 다음엔 잘 해낼 거에요. 당연히요.
안티테마님, 제일 무서운 게 자동차에요. 어찌나 단지 안에서도 질주해주시는지 깜짝 깜짝 놀란답니다.
바람돌이님, 아흑, 아까워라. 해람이와 마로는 연출할 수 없는 장면이군요. 쩝.
속닥님, 넵, 아찔했어요. 순간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걸 경험했을 정도로요.
무스탕님, 생각해보면 전 7살 때 혼자 유치원까지 걸어다녔고, 교회도 다녔고, 옆동네 놀이터도 갔더랬어요(물론 이건 어머니한테 맞을 짓이었지만). 제가 너무 간이 작은가봐요.
마노아님, 고마워요, 부비부비.
새벽별님, 참 겁이 많은 아이인데 용케 집 찾는 문제는 말짱히 해냈더라구요.
파비아나님, 아이를 키우면서 말로만 쓰던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심장이 멈춘 것 같은, 등등의 말을 매일같이 실제로 느끼고 삽니다. 흑흑.
속닥님, 그러게요. 세상이 참 험하죠. ㅠ.ㅠ
미설님, 이사에 대해 제가 너무 방심했나봐요. 정말이지 운이 좋았던 거 같습니다.
건우와 연우님, 솔직히 그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는데, 대체 어디서 배운 걸까요? 왠 자학모드? 좀 만화스럽죠?
울보님, 이제 슬슬 우리 딸이 자립모드가 되어가는 징조가 아닐까 조금 아쉽기도 해요.
삽질공주님, ㅋㅋㅋ 님말은 못 믿어요!
아영엄마님, 마트에서 엄마 얼굴이 잠깐 안 보여도 우는 아이인데, 정말 뜻밖이었어요.
수암님, 님이 요새 댓글을 남겨주시니 참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