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이의 심부름을 보고.
마로에게 몇 차례 심부름을 시킨 적이 있지만,
그 때마다 엄마가 멀찌감치 뒤에서 망을 보았더랬다.
그러다 지난 토요일 드디어 온전히 마로 혼자서 심부름을 해냈다.
발단은 지난 월요일.
이사하고 처음 유치원을 통학하는 날이라 살짝 긴장을 했지만,
아침에 무사히 버스를 탄 지라 크게 걱정을 안 했다.
그런데 아뿔사. 저녁엔 원장 선생님이 직접 운전을 하는데 이사한 주소가 전달 안 된 것.
아침 버스 운전기사도, 안전지도 선생님도, 마로 담임도 모두 이야기하는 걸 깜박했단다. @,@
7시 30분이 되도록 마로가 안 오길래 마로 담임에게 전화했다가
원장선생님이 이사 전 주소에 마로를 내려줬다는 걸 알게 되곤 공황상태에 빠졌다.
담임 선생님도 원장선생님도 당황하여 우리 동네에 와서 아이를 찾겠다고 하고,
나는 나대로 부랴부랴 예전 집에 가보려고 허둥지둥 해람이만 안아들고 집을 나서는데,
층계를 걸어 올라오는 마로.
감격의 상봉을 마치고 마로에게 혼자 왔냐고 물어봤다.
"응, 내가 깜박 잊고 2단지에 내렸어.
그래서 집에 갔다가 옆집 하늘언니를 만났는데 우리집이 여기(1단지)라고 가르쳐줬어."
이사한 걸 깜박했다고 '아이쿠 바보 바보' 이러며 제 머리를 쥐어박는 마로에게
혼자서 집을 찾아왔으니 절대 바보가 아니고 천재라고 거듭 거듭 말해주었다.
그날 밤 잠든 마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도와 함께 어찌나 뿌듯하고 대견한지.
그리고 지난 토요일엔 혼자 수퍼에 가서 우유를 사오도록 시켰는데
마로는 무난히 해치웠고 이번에도 안절부절한 건 오히려 엄마이니,
아이의 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오냐오냐 응석을 조장한 건 오히려 부모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