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의 나라
이케가미 에이코 지음, 남명수 옮김 / 지식노마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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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성의 존중과 전통, 사회적 공공성에 대한 책임의 문제를 다룬 책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 일본의 집단주의적인 움직임 속의 개인주의적인 모습을 함께 파악해야 올바른 일본문화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라는 일침을 가하는 저자는 일본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사무라이의 역사를 통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헤이안조 시대에 귀족들의 교토에서 세련된 문화생활을 즐기던 9-10세기, 무력의 소유를 특징으로 하는 사무라이 집단이 출현한다. 사무라이는 그들이 가진 군사 기능으로 지배계급에게 봉사하는 직능집단이다. 이들의 출현은 그 이전부터지만 본격적인 사회조직으로 나타난 것은 11세기 정도로 본다. 고대의 왕실세력이 쇠락하면서 이들의 지위가 향상되어 토지를 소유한 영주가 되고, 본래 귀족이 소유했던 토지마저 이들의 소유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중세는 쇠락한 황실세력과 새롭게 성장한 사무라이 권력의 이중구조라는 특징을 가지게 된다.

『12세기 후반 가마쿠라 바쿠후에서 시작하여 16세기까지 점차로 확대되어 간 일본 중세사는 사무라이의 권력과 그에 상응하는 문신 귀족의 몰락으로 특징된다. p.90』

그렇다면 왜 일본에서 유독 군사적 기능을 하는 사무라이 계급의 출현이 나타났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헤이안 시대 폭력이 가지는 중요성 때문이라 한다. 교토의 궁정 귀족은 기요메(정화)와 게가레(오염)의 문화에 취해있어, 죽음이 다가온 천황조차 격리될 정도였다. 이러한 시기는 사무라이가 무력을 효과적으로 행사하고 지방정부와 중앙관청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므로 경제적 영향력도 커졌을 것이다.

또한 사무라이라는 계급이 중세 일본을 장악하게 된 것은 그들의 뛰어난 연대가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사무라이 주군-신하 관계는 충성심이 희박한 궁정 사회와는 차이가 있었다. 사무라이 정권 자체의 특징에 따라 지방 분권적인 요소가 많은데, 이를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한 연대로써 충의의 이데올로기를 도입한 것이다. 충의의 이데올로기는 명예라는 요소와 맞물리게 된다.

가마쿠라 바쿠후 시대부터 ‘세켄’, 즉 사무라이 세계에서 좋은 평판을 취하는 것이 가신인 무사들의 신임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 요소가 된다. 이는 주군들에게 좋은 평판을 획득하는 자기규제를 강요하게 된다. 자신의 평판 특히 무사로서의 명예를 위해서는 생명마저 거는 사무라이의 심리적 성향은 일본 역사를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가마쿠라 시대의 사무라이들은 가문의 영광을 위해 싸우기도 했지만, 개인의 명예를 드러내기를 더 좋아했다. 격렬한 전투는 명예를 드러내기에 맞춤인 장소였다. 세습적이긴 했으나 안정적인 지위가 될 수 없었던 사무라이들은 끊임없이 실력을 증명해야만 했고, 이러한 무사계급의 오랜 지배는 일본문화의 개인주의적이고 성취지향적인 측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사라는 계급이 지배계급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집단주의라는 특징으로만 이해해온 나로서는 새로운 시각의 발견이었다. 이는 일본의 현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주는 중요자료가 될 것이다.

무로마치 바쿠후가 시작 되면서부터 한 명의 권위자를 따르던 단결된 사회적 상하관계는 좀 더 느슨한 형태가 된다. 이는 무로마치 바쿠후 시대에 지방분권적인 성격이 더 짙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고다이고 천황의 몰락(1338년)과 함께 조정의 실추는 표면적으로는 사무라이 계급의 승리처럼 보일지 모르나, 토지소유를 법률적 구조로 인정해주는 조직의 와해로 볼 수 있다. 이는 사무라이 계급의 토지소유의 부정으로까지 나타날 수 있는 위험상황이기 때문에 권리 쟁취를 위한 공격적 성향이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사무라이의 각 ‘이에’는 독점적인 토지소유권을 놓고 서로 다투게 된다. 일본의 전국 시대라 불리 우는 시기가 도래하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해 농민들의 저항이 집단적으로까지 성장하게 되면서 토지에 대한 징세의 문제까지 겹치게 된다. 농민들의 집단은 때로 영주를 바꾸는 일로 나타나게 되는데 토지를 둘러싼 끊임없는 경쟁이 심화되는 시기라 볼 수 있다.  

이때에 힘을 얻게 되는 세력이 ‘센고쿠다이묘’로 약체가 된 중앙권력에서 떨어져 나와 현지 사무라이를 스스로의 군사력 아래 피라미드형으로 재편성함으로써 지역의 정치적 조직체로서 자립해 나아간다. 이들은 부유한 농민들을 자신의 조직 안으로 편입시킴으로써 자율성을 박탈하고 군사적인 봉사의무까지 장악함으로써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시기 부대의 전술적인 움직임을 특징으로 하는 전쟁의 성격 변화는 사무라이를 집단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성격으로 변화시킨다. 명예로운 죽음의 방법으로써 할복자살이 이전의 자율적인 모습에서 제도화된 측면으로 변화 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6세기 말 전국 시대를 통합하여 혼란스러운 내전이 종식되었음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곧 도쿠가와 바쿠후가 전국을 제압하고 ‘오코기’(위대한 공적 권위)에 선다. 좀 더 확실한 제압을 위해 사적인 분쟁해결은 물론이고 비사무라이에 의한 무장을 일체 금지한다. 이른 바 ‘칼 사냥’은 강력한 사회 통제 수단으로서 기능하게 된다. 이로써 사무라이라는 계급은 전국 시대에 혼란과 살상을 야기했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으로써 인정받게 된다. 명예를 가질 수 있는 공식적인 계급으로써 우뚝 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도쿠가와 바쿠후 시대의 특징을 요약해 본다면 군신제도를 수직적으로 재편함으로써 국가를 통일한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후에 나타나게 될 농업 생산력의 향상과 상업의 발전으로 인해 사무라이 본연의 정체성에 관한 혼돈이 나타나게 된다는 특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도쿠가와 시대 사무라이의 순응은 다음과 같은 영향을 가져오게 된다. 우선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의식을 제도가 정한 역할이나 책임과 조화하도록 하는 정신풍토가 확립된다. 또한 도쿠가와 사무라이들에게 명예형 정서의 가장 역동적인 부분인 자율성을 향한 열망을 품게 한다. 이는 국가의 위기상황에 연대를 이끌어내게 하는 국면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비록 머리가 잘리더라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라는 개인적인 면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이 둘은 현대의 일본 문화에서 나타나는 집단주의적인 경향과 개인주의적인 경향을 설명할 수 있는 역사적 근거로써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쿠가와 시기에 나타난 이러한 양상은 일본 문화의 큰 줄기로써 기능하게 되기 때문에 많은 분량을 들여 이에 대한 설명을 다루고 있다.

힘겨운 책읽기가 되었다. 그동안 현대 일본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읽기 시작했기에 어려웠던 점도 있지만, 책의 양이 워낙에 방대하고 심오해서 쉬이 읽히지 않는 책이었던 이유  때문이다. 인내를 발휘하여 읽기를 반복한 끝에 사무라이의 변천에 관한 저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흥미 있게 바라 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덕분에 일본 문화의 저변에 있는 사무라이 역사, 그리고 아직도 남아 활약하고 있는 사무라이 정체성에 대해 조금 다가설 수 있었다. 일본의 현재를 알고 싶은 이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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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후의 인간 경영학
리 아오 지음, 강성애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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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은 연인 서태후를 떠올리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책의 내용과 같은 인물이지만 약간의 시선차이를 보인다. 전작이 서태후의 일대기를 조금 더 부드럽고 소설적으로 그렸다고나 할까. 이 책은 서태후의 일대기를 대부분 넣고 있지만 주제에 따라 몇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서태후의 인간 경영학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당대 그녀의 인간 경영의 원칙을 위주로 설명하고 있는 줄 알았던 예상은 빗나갔다. 큰 줄기로 본다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나, 역시 제목으로 내세운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덕분에 경영서적에 마음을 두지 않는 내게는 만족할 만한 책읽기가 되었다.

서태후라는 여인에 대한 평가는 양분되나 대부분 악랄하고 청조의 운명을 앞당긴 악녀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이 책의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함풍제를 시작으로 해 동치제, 광서제를 거쳐 권력에 오르고 쥐락펴락한 세월 동안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다. 가냘프고 여리던 그녀가 구중궁궐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잡고 휘두르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똑똑하고 재기 있는 여인네들이 궁으로 들어선 순간 변하는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은 모습이기도 했다.

그녀가 다수의 궁녀들 중에서 간택되고 태후의 자리에 오르고 나아가 최고 권력자에 오르게 된 데에는 여러 특기 중에서도 인재를 발탁하고 다스리는 재주가 으뜸이다. 신구 세력을 적절이 중용 하는 모습은 정조 대왕의 탕평이 떠오르기도 했다. 또한 한 번 기용하면 평생 자신의 곁에 두고 친애 하였는데, 신하의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기용된 신하들의 성향이 여럿이다보니 갈등과 대립이 있었지만 서태후는 이를 적절히 다스려 조화를 이루어 내었다고 한다. 서태후의 이러한 재주가 청의 재건을 위한 것이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주위에 뛰어난 인재를 두었고 막강한 권력을 두었지만, 권력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그녀는 황제가 아닌 자신이 직접 정치를 장악하면서 내분의 불씨를 키워간다. 이는 서양 열강아래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재촉하고 만다.

이 책의 장점은 중국 근대사를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서태후 일인이 청조의 몰락 원인이 아니듯이 서태후를 다루기 위해서는 당대의 모습을 함께 설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서태후 개인의 업적과 과오를 평가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을 접할 수 있는 것도 큰 소득이다. 덕분에 이해하기 쉬운 역사공부의 시간이 되었다. 또한 서태후를 설명하기 위해 중국 역사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여인들을 설명하고 있어 그동안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도 풀 수 있었다. 어찌되었든 서태후가 청나라의 몰락을 가속화 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개인적인 권력욕에 취해 초래한 결과이니만큼 냉혹한 평가를 피해갈 수 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어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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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비테의 공부의 즐거움 - 아이와 함께 읽어야 더 효과적인 자녀교육 바이블
칼 비테 지음, 남은숙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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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몇 개의 과외와 학원 수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사교육비의 문제점도 심각한 수준인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더욱이 문제는 그 효과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오히려 학생들은 이 때문에 공부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공부를 싫어하게 된다. 예전에 비해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은 늘었지만 즐기는 학생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름의 원칙을 세웠었는데, 아이는 아이답게 노는 것이 중요하며 조기교육은 하지 말자였다.

이 책은 이러한 내 생각을 단숨에 바꾸어준 책이 되었다. 그동안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다고 여겼던 조기 교육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나 할까. 극성 엄마들이 아이를 괴롭게 한다고 인식했던 조기교육은 칼 비테의 아버지를 보고는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교육이오. 교육만 잘 시킨다면 재능이 50밖에 안 되는 아이도 잠재력을 8.90% 이끌어 낼 수 있고, 다른 80의 재능을 가진 아이보다 뒤쳐지진 않을 거요. p.32』

이 책은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지식 주입이 아닌 지혜와 지능을 길러 스스로 공부에 대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길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16세가 되던 해 법학 교수로 임용되었을 때 아버지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지만 한 가지 당부 말씀을 잊지 않는다. 인생의 목표는 공부만이 아니며 공부를 통한 행복을 찾는 것이라고. 행복은 다양한 감정과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만이 꿈꿀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대목에서 여느 아버지와 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아버지는 자신부터, 행동부터 바꾸었다. 공부하라는 잔소리 대신에 유명한 위인의 전기를 들려주며 그들이 어릴 때부터 배움에 최선을 다했음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어린 때부터 배움에 최선을 다했음을 알려주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위인들과 공부가 하나로 연관 지어져 마침내 배움에 대한 태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p.91』

아이의 가장 큰 선생님은 부모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지식교육에 더불어 인성교육까지 부모의 역할을 결코 가볍지 않다. 부모를 통해 세상을 배우게 되는 아이를 위해서는 우선 부모가 배워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칼 비테를 저능아에서 천재로 키워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의 아버지였다는 점은 깊이 생각할 기회를 준다. 이에 더해 요즈음 맞벌이 집들이 많아 아이교육을 가정 밖에서 하려하는 부모가 많은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바르지 못한 인성을 자르고 다듬어 줄 시기를 놓치는 경우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부작용으로 나타날 듯해 더욱 그렇다. 조기 교육의 필요성과 효과를 미리 알게 되었으니, 준비할 시간을 벌어둔 것 같아 안심이다. 곧 1권 아버지 칼 비테의 자녀교육법을 읽어 보충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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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
폴 인그램 지음, 홍성녕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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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하나의 세계라는 테마로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성공의 이면에는 다수의 희생이라는 전제와 진정한 하나로의 숙제가 아직 남아있지만 말이다. 올림픽이 열리기 직전까지도 티베트의 독립운동은 치열하게 전개되어 전 세계 뉴스와 신문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그 이전의 어떤 시기보다 더 많은 기사와 관심을 국내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인가보다. 서점에 가보면 티베트에 관한 두꺼운 책을 찾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은. 한 민족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 때문에 책을 찾게 되었다. 그들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에서 유대인을 죽음으로 몰아대던 나치가 떠오르기도 했고, 캄보디아를 킬링필드라는 명사로 바꾸어 놓았던 폴 포트 시대를 떠올릴 수도 멀리 가지 않고 100여 년 전 우리 민족을 말살코자 했던 일제의 지독한 행위들이 떠오르기도 해 괴로웠다. 읽는 것으로도 힘에 부치는 사실들을 겪고 당해야하는 입장에서는 어떠할까.

이 책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티베트인들에 대한 중국의 만행을 믿을 수 있는 정보력에 의한 정보들로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티베트의 독립운동이 그동안에도 지속되어 왔으며, 그들이 왜 독립을 원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될 만한 사실들을 폭로하고 있는 글이라고 볼 수 있다. 독립을 원하는 이유야 따질 수도 없는 것이지만, 대외적으로 이들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중요 자료가 될 것이다.

1949년 중국은 그 이전부터 지속적이던 공격에 더해 맹공격을 가한다. 티베트는 중국의 불가결한 일부이며, ‘반동적인 달라이 도당’과 외국의 ‘제국주의적’ 세력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이 의견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그동안 티베트는 중국과는 별도의 역사를 만들어온 독립국이었으며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불교문화는 티베트를 풍요롭게 하는 삶의 양식이었다. 제국주의를 물리치려한다는 주장에서는 코웃음을 치게 한다. 아무튼 이들의 이러한 주장은 결국 티베트를 공격했고 지배하고 만다. 이들의 공격은 지배이후부터 더 이상의 잔혹함을 논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달라이 도당’이라고 표현했듯이 일체의 종교를 참을 수 없는 중국은 종교 인사들을 잡아가 구타와 고문 후에 살해한다. 그들의 안식처였던 사원은 철저히 파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다. 이러한 일은 현 중국의 책임전가로 인해 지목된 문화혁명의 4인방의 책임을 고수하고 있지만, 그 이전부터 진행되어온 중국의 의지였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들의 목표는 티베트 문화의 철저한 파괴였다. 문화는 인간이 만들어냄을 인식한다면 이들의 만행을 예상할 수도 있겠다. 티베트인들의 멸족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제거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며 태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결국 비위생과 중국인들이 퍼뜨린 질병에 의해 평균연령이 40세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든 죽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여자들은 임신9개월에 처해진 상황에서도 태아를 잃어야 했고 처녀일지라도 불임이라는 고통을 당해야했다.

우리는 수술텐트 앞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많은 여자들의 울음소리와 절규를 들었고, 텐트 밖에 죽은 태아가 무더기로 쌓여가는 모습을 보았다. 무시무시한 냄새가 진동했다. 산아제한 팀은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중국인 여자는 건드리지 않았다. p.109』

일제의 우리 민족의 말살정책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듯이, 이들은 이름, 언어, 문화, 종교 모든 것을 잃었다. 그들의 소수민족 우대정책이라는 선전은 거짓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교육을 받지 못하는 티베트인들은 거지가 되거나 고된 노동으로 건강을 잃고 죽어간다. 이러한 고리는 되풀이 되어 무력감과 두려움을 심어 넣게 되어 정신이상이나 알코올 중독이라는 사회적인 문제점까지 유발한다. 실제로 중국은 가장 싸고 건강에 치명적인 술을 무한공급하고 있다. 또한 현재 티베트 자치주가 훨씬 많은 중국인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돌아보건대 자신의 민족을 제외한 민족을 지배하려는 야욕은 결국 자기파멸로 돌아설 수 있음을 기억한다. 진나라와 로마가 그러했고 영국이 그러했다. 일본 또한 마찬가지. 제국이 강할 때에는 식민지를 통해 번성하지만, 그 영화를 잊지 못하고 집착하다보면 결국 자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중국의 다양한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과 잔혹한 만행이 결국 자기 발등을 찧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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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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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어린왕자였다. 어느 날 지구의 사막에 불시착하는 어린왕자의 이야기는 몇 번을 읽어도 세월에 해지지 않고 가슴에 감동의 불을 놓는다. 이 책도 내게는 그런 이야기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열정적이면서도 엉뚱하고 무엇이든 온전히 사랑할 줄 아는 싼마오의 이야기는 재미와 더불어 감동을 가져다준다.

방랑벽에 가까울 만큼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 듯 여행을 하던 싼마오는 사하라에 정착한다. 무엇을 찾아 왔는지 모르지만, 사하라의 신비한 마력에 이끌렸음이 분명하다. 싼마오를 사랑한 스페인 청년 호세의 사하라 이야기는 용기와 낭만의 서사시라고 보일 정도다. 싼마오 자신은 사막을 원한 이유이기 때문이지만, 호세는 사랑을 위한 여정이기 때문이다. 이 둘의 사하라 정착기는 정착이라 하기보다는 여행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사막의 바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해주기 때문일까.

사하라에 정착하기로 정한 뒤 일사천리로 결혼을 준비해 나가는 두 사람의 노력과는 반대로, 절차도 기간도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이 둘의 결혼이 무사히 마쳐질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걱정과는 달리, 눈 깜짝 할 새 본인들도 모를 정도로 급작스레 결혼식이 닥친다. 결혼 선물로 신랑이 건넨 상자를 풀어보니 낙타의 해골이 나타난다. 정말이지 너무 마음에 꼭 든다는 대답을 통해 이 부부의 성격을 파악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 시내까지 걸어 가 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막위의 부부의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지만 애처롭기 그지없다. 이 둘이 결혼 축하 케이크를 두고 아옹다옹 하는 모습에서 내 걱정은 기우가 되고 만다.

결혼식까지 무사히 마친 이 둘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환상의 사하라 이야기로 넘어갈 듯하지만, 역시 사람 사는 이야기이므로 현실 이야기의 연장이다.
『결혼 생활의 핵심은 어쨌든지 간에 먹는데 있었다. 그리고 다른 시간들은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는데, 그 시간들은 별 재미가 없었다. p.16』

그렇다고 그녀의 일상이 재미없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녀만 이렇게 생각했던 것도 아니니 실망하지 않았음 한다. 그녀의 재미없다는 이야기들은 모두 색다르고 유쾌하고 방방 뛰며 웃어댈 정도의 재미가 있으며 호기심 넘치는 이야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있고 그녀의 감정이 온전히 전해질만큼 생동감이 넘친다.

그녀의 의술로 사하라위족 이웃사람들을 고친이야기는 결국 배를 잡고 웃는 것으로 끝난다. 이를 때워주는 그녀가 사용한 것이 매니큐어라나. 엉뚱하지만 이웃을 걱정하는 따스한 정을 가진 그녀를 미워할 수 없다. 그녀의 대범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는 황야의 밤 호세를 잃을 뻔 했지만 극적으로 구해내는 이야기. 사막의 밤은 차갑기도 하지만 무섬을 느끼게도 한다. 포기하지 않고 내일 다시 길을 떠나겠다는 그녀는 머리로 이해해서는 절대 공감할 수 없다. 가장 호기심 넘치는 이야기는 단연코 사막의 샘 이야기. 사하라위족의 목욕에 대한 것인데, 뜨악할 정도로 놀랍다. 몸 바깥을 씻는 것도 놀라운데 속을 씻는 것에서는 넘어가겠다. 싼마오의 호기심에 경의를 표해야할 정도다. 덕분에 놀랍지만 재미난 사하라위족의 목욕습관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녀의 좌충우돌 이야기들은 끝이 있어 아쉽다.

『사하라 사막은 이토록 아름답건만, 여기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의지와 끈기를 대가로 지불하며 스스로 적응해 가야 했다. 나는 사막을 미워하지 않았다. 단지 사막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서 작은 좌절을 겪었을 뿐이다. p.216』싼마오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사랑이 넘친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는 감동을 준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묻지 말아요.

나의 고향은 머나먼 곳.
무엇을 찾아 이토록 멀리서 떠도는 걸까요.

그녀가 작사한 노래의 일부분으로 그녀의 일생을 간략하게 표현하고 있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사하라에 정착한 이유가 호세를 만나기 위함이었을까. 호세를 잃은 그녀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호세와 싼마오를 잃어버린 듯해 마음이 아프다. 사랑을 할 줄 아는 싼마오와 호세의 이야기는 곧 출간될 『흐느끼는 낙타』로 다시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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