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막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어린왕자였다. 어느 날 지구의 사막에 불시착하는 어린왕자의 이야기는 몇 번을 읽어도 세월에 해지지 않고 가슴에 감동의 불을 놓는다. 이 책도 내게는 그런 이야기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열정적이면서도 엉뚱하고 무엇이든 온전히 사랑할 줄 아는 싼마오의 이야기는 재미와 더불어 감동을 가져다준다.

방랑벽에 가까울 만큼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 듯 여행을 하던 싼마오는 사하라에 정착한다. 무엇을 찾아 왔는지 모르지만, 사하라의 신비한 마력에 이끌렸음이 분명하다. 싼마오를 사랑한 스페인 청년 호세의 사하라 이야기는 용기와 낭만의 서사시라고 보일 정도다. 싼마오 자신은 사막을 원한 이유이기 때문이지만, 호세는 사랑을 위한 여정이기 때문이다. 이 둘의 사하라 정착기는 정착이라 하기보다는 여행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사막의 바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해주기 때문일까.

사하라에 정착하기로 정한 뒤 일사천리로 결혼을 준비해 나가는 두 사람의 노력과는 반대로, 절차도 기간도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이 둘의 결혼이 무사히 마쳐질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걱정과는 달리, 눈 깜짝 할 새 본인들도 모를 정도로 급작스레 결혼식이 닥친다. 결혼 선물로 신랑이 건넨 상자를 풀어보니 낙타의 해골이 나타난다. 정말이지 너무 마음에 꼭 든다는 대답을 통해 이 부부의 성격을 파악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 시내까지 걸어 가 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막위의 부부의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지만 애처롭기 그지없다. 이 둘이 결혼 축하 케이크를 두고 아옹다옹 하는 모습에서 내 걱정은 기우가 되고 만다.

결혼식까지 무사히 마친 이 둘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환상의 사하라 이야기로 넘어갈 듯하지만, 역시 사람 사는 이야기이므로 현실 이야기의 연장이다.
『결혼 생활의 핵심은 어쨌든지 간에 먹는데 있었다. 그리고 다른 시간들은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는데, 그 시간들은 별 재미가 없었다. p.16』

그렇다고 그녀의 일상이 재미없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녀만 이렇게 생각했던 것도 아니니 실망하지 않았음 한다. 그녀의 재미없다는 이야기들은 모두 색다르고 유쾌하고 방방 뛰며 웃어댈 정도의 재미가 있으며 호기심 넘치는 이야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있고 그녀의 감정이 온전히 전해질만큼 생동감이 넘친다.

그녀의 의술로 사하라위족 이웃사람들을 고친이야기는 결국 배를 잡고 웃는 것으로 끝난다. 이를 때워주는 그녀가 사용한 것이 매니큐어라나. 엉뚱하지만 이웃을 걱정하는 따스한 정을 가진 그녀를 미워할 수 없다. 그녀의 대범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는 황야의 밤 호세를 잃을 뻔 했지만 극적으로 구해내는 이야기. 사막의 밤은 차갑기도 하지만 무섬을 느끼게도 한다. 포기하지 않고 내일 다시 길을 떠나겠다는 그녀는 머리로 이해해서는 절대 공감할 수 없다. 가장 호기심 넘치는 이야기는 단연코 사막의 샘 이야기. 사하라위족의 목욕에 대한 것인데, 뜨악할 정도로 놀랍다. 몸 바깥을 씻는 것도 놀라운데 속을 씻는 것에서는 넘어가겠다. 싼마오의 호기심에 경의를 표해야할 정도다. 덕분에 놀랍지만 재미난 사하라위족의 목욕습관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녀의 좌충우돌 이야기들은 끝이 있어 아쉽다.

『사하라 사막은 이토록 아름답건만, 여기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의지와 끈기를 대가로 지불하며 스스로 적응해 가야 했다. 나는 사막을 미워하지 않았다. 단지 사막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서 작은 좌절을 겪었을 뿐이다. p.216』싼마오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사랑이 넘친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는 감동을 준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묻지 말아요.

나의 고향은 머나먼 곳.
무엇을 찾아 이토록 멀리서 떠도는 걸까요.

그녀가 작사한 노래의 일부분으로 그녀의 일생을 간략하게 표현하고 있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사하라에 정착한 이유가 호세를 만나기 위함이었을까. 호세를 잃은 그녀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호세와 싼마오를 잃어버린 듯해 마음이 아프다. 사랑을 할 줄 아는 싼마오와 호세의 이야기는 곧 출간될 『흐느끼는 낙타』로 다시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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