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기사, 피로 얼룩진
가쿠타 미쓰요 지음, 민경욱 옮김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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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제 한 TV프로그램에서 최근 사회 기사에서 이슈화 되고 있는 “묻지마 범죄”를 다루었다. 일본에서 흔해 보이던 이러한 범죄가 왜 꾸준히 잦아지고 있으며 원인은 무엇이고 대안은 없는가를 전문가들이 분석해 보려는 시도였던 것 같은데, 묻지마라고 했듯이 이유가 없어서 더 위험하다라는 결과를 내보내 더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당할 수밖에 없다는 건가하며 무섬증을 호소해보기도 하지만, 대안이 없다니 막막해져버렸다. 이 책에 나오는 기사들은 이유가 있었다. 막연한 이유이라는 것이 문제이긴 했지만.

이 책은 최근 일본의 사회면 기사 중에서 이슈화 된 사건들을 꼽아, 왜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파헤친다. 이러한 의도는 어떤 면에서는 바람직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 본다면 그렇지 못하다. 우선 바람직하다는 것은, 범행 동기를 살펴보게 함으로써 조금 더 사회적으로 공공의 노력으로 사건을 미리 방지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회가 발달하고 어느 면에서는 진일보한 면이 있으나, 결국 소외받고 고통 받는 사람이 늘어감에 따라 등장하게 되는 부작용을 같이 짊어지고 나아감을 호소해 어느 정도 수긍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역시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인간에 대한 파괴욕구를 정당화하는 부분이 있어 그렇다. 물론 누구에게나 사정이 있다라는 말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 해도 상식이라든지 인간으로써의 마땅히 지켜야할 무언가가 결여되었다는 점이 그런 생각을 더한다.

유독 동양인들은 사건의 배경을 파헤치기 좋아한다고 한다. 범인의 범행에 앞서 그가 살아온 지난날에 대한 지나친 각색과 설명은 동의를 불러일으켜 결국에 가서는 죄를 가벼이 여기게 하는 작용을 불러일으킨다. 함께 모색하고 대안을 찾는 것은 좋지만 이러한 의도는 생각 밖으로 죄질을 가볍게 함으로써 다수의 선량한 시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될 것이다. 범인들의 범행동기가 현대사회의 소외였던 점을 부각시켜 이해를 높이는 이 책도 그러한 평가를 지나치지 못하리라는 생각이다. 책 뒷면에 책 소개란에 이런 글귀가 있다. “평범한 인간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묘파한 가쿠타 미쓰요의 연민에 찬 시선”, 이 책의 몇 가지 에피소드들은 한눈에 사로잡을 정도로 엽기적인 사건들이다. 그 사건들에 보내는 연민에 찬 시선이라...물론 책 내용도 그러한 시선으로 쓰여 졌다. 일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작은 행복에 연연해한다. 그들은 소외되었으므로 소설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연민의 기분을 자아낸다. 빨간 필통의 미치와 영원의 화원의 아미의 시선을 좇다보면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어, 범행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하게 되는 수준까지 다다른다. 어느새 감정이입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결국 인간에 대한 동정일지는 모르나 지나치게 되면 안된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이 책을 읽기 전 주의할 사항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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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교향곡
조셉 젤리네크 지음, 김현철 옮김 / 세계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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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클래식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라, 선뜻 읽기 쉽지 않았다. 다른 책들에 순위가 밀려 한참이나 후에야 읽을 수 있었다. 읽는 동안 전문용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책 귀퉁이에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정도로 클래식은 둘째 치고 고등학교 음악시간 이후로 볼 수 없었던 각 기호들에도 익숙해 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잘 읽혔다. 역사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을 소재로한 소설은 요즘 나오는 팩션 소설들에 비해 구성면에 있어서나 스토리 전개 면에 있어, 탄탄한 면모를 지닌다. 두꺼운 책이었고, 알지 못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다 읽은 후에나 털고 일어설 수 있을 정도로 재미가 상당했다.

우선 이야기는 1980년의 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어느 연인의 드라이브 장면, 젊은이들의 치기를 보여주듯 약간의 알코올 섭취와 장난기 섞인 행동은 맞은편의 트랙터를 피하지 못하고 도로를 이탈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 장면은 왠지 동떨어진 듯 보였다. 27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 오스트리아 빈으로 넘어가 전개되는 소설은 한동안 첫 장면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잊었을 정도이니까.

주인공인 다니엘 파니아구아는 음악학과의 역사음악학 교수이다. 어느 날 학과장 두란의 지시로 한 콘서트에 참석하게 되는데, 주최자는 로널드 토머스로 베토벤의 제10번 교향곡을 재구성한 곡을 선보이는 콘서트였다. 콘서트에 참석한 다니엘의 감상은 이 곡은 토머스가 재구성한 것이 아니며, 베토벤의 것이란다. 짐작은 결국 확신으로 굳어가고 있을 무렵 콘서트 직후 토머스가 살해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전해진다. 베토벤의 제10번 교향곡의 필사본이 존재하는 것이며 범인은 악보의 장소를 알고 있는 토머스를 살해한 것이라 판단한다.

사건 해결을 위한 나름의 노력은 여러 방향에서 진행된다. 수사나 판사에 공조하는 다니엘과 살해사건에 빠질 수 없는 형사 마테오스와 아길라르는 각기 다른 방법으로 범인을 모색해 나아간다. 이상한 것은 역시 판사가 직접 사건 해결을 위한 기초자료를 모으고 있다는 데에 있지만. 나중에 첫 장면과 수사나 판사의 일그러진 묘한 표정을 매치했더라면 금방 알아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기도 했다. 아무튼 범인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나온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이라는 비밀 결사조직, 알베르티의 암호바퀴, 보나파르트 황태자 부부, 나폴레옹의 독살설 등은 소설 다빈치 코드와 닮은 점이 많았다. 하나 하나 제각각 구실을 해 내었다면 다빈치 코드를 넘어서는 소설이 되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 부분이다. 아쉬움이 절로 생길 정도로 괜찮은 소설이었다는 말이다.

결국 제10번 교향곡은 악보를 손에 쥔 인물이 비행기와 함께 산화되면서 세상에 나타날 수 없는 악보의 운명을 지닌 듯하다. 불멸의 연인에게 바쳤으나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사라졌던 악보를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 덕에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 중이다. 얼마 전 한 TV프로에서 음악이 나오는 장면을 배경삼아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장면이 떠오른다. 곡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 대한 설명은 음악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는 아닐지 모르나 필요조건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었는데, 이 책을 통해 음악가들의 삶과 음악에 호기심이 생겼다고나 할까. 다빈치 코드가 그림에 있어 대중과 가까이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만큼 이 소설이 음악에 있어 그러한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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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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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 책에 관한 책을 가까이 하게 된다.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어느 저자의 지적하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부터인가보다. 하나를 보아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지속되는 일이 잦다. 목적은 있다. 조금 더 책읽기를 잘 하고 싶었다. 범람하고 있는 신상 책에 현혹되어 좋은 책을 가까이 두고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앞으로 지속하게 될 책읽기는 어떠해야 하는가...하는 물음이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그동안 읽었던 책들에서도 느끼는 바가 많았지만, 이 책 내가 원하던 책이다. 눈이 반짝반짝 해진다. 저자도 그동안 빈약하고 쏠림이 심한 책들을 보고 고심했더란다. 저자도 느끼는 바였음을 채우고자 함이었으니 내게는 단비와 같았다.

책은 무척이나 쉽게 쓰였다. 아마도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강력하게 ‘책읽기!’이기 때문이리라. 책을 멀리하고 혹은 책을 가까이하고자 하는 이들을 상대로 설득하기 위한 내용이기에 쉽다.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저자의 경험을 담았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였노라고 고백한다. 쓰기 어렵지는 않으나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저자의 경험이 필요했다고 한다. 말로만 하는 설득은 힘을 잃는 것과 같다. 경험을 더하고 스스로 인정할 만큼 책읽기를 지속한 저자의 글은 너무나 유용했다.

책은 크게 왜 읽는가와 어떻게 읽을 것인가로 구성된다. 책이 좋은 것은 알지만, 왜 좋은가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차에 잘 되었다 싶었다. 내게 지속적인 독서를 가능하게 해 주리라 여겨졌다. 예상처럼 내용은 만족스러웠다. 그동안 알고 있던 장점과 더해져 견고해 지리라 믿는다. 우선 책읽기는 자전거 타기와 같기 때문이란다. 자전거 타기는 운전자의 지속적인 개입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책읽기와 유사하다. 책을 읽는 사람이 주체적으로, 씌어진 것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귄터 그라스가 지적한 진지한 독서와 맥락을 같이한다. 요즘 자전거 타기의 열풍은 자동차가 필수인 시대에도 지속될 것이란 점을 생각해보면 될 것 같다. 또한 책읽기는 사랑을 가르쳐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상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점을 최고의 장점으로 꼽는다면 이는 남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으로 말할 수 있다. 저자의 관점을 이해하고 나아가 글 속에서 나 아닌 타인을 이해하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회나 개인의 미래는 밝다. 이는 반복적으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덧붙여 말하자면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고전읽기를 권한다. 고전이라는 거인의, 무동을 타고 기대어야 알게 될 것이란다. 고전은 끊임없는 고민과 사색의 흔적이므로 뜨겁다. 그동안 옛 화석처럼 식어버린 책이라는 편견을 고쳐먹는다. 그렇다고 모든 고전이 좋은 것은 아니란다. 저자에게 삼국지나 폭풍의 언덕은 읽지 않아도 무방한 책이다. 이는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독서가 비판적 사고력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해본다. 개인적으로 삼국지는 좋고 폭풍의 언덕은 그렇지 못했기에 반만 수긍하기로 한다.

이렇게 좋은 책읽기! 어떻게 읽어야 할까?의 답을 구해볼 차례다. 느리게 읽어야 한단다. 책이란 완행열차를 타고 고향에 가는 것처럼 읽어야 함을 강조한다. 절대적이다.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일 정도다. ‘빨리 읽으려면 뭐하러 책을 읽느냐’라고 지적할 정도이니 말 다했다. 이 부분에서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는 것처럼 무안해져버렸다.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천천히 읽기의 필요성을 위해 다양한 인물들의 글을 인용하는데, 이 정도라면 듣지 않을 수 없다. “천천히 읽어야 분석이 되고, 게으르게 읽어야 상상이 되고, 느긋하게 읽어야 비판할 거리가 보이는 법이다. p.123"라는 말을 새겨둔다. 깊이 읽기와 겹쳐 읽기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책읽기를 하다보면 경험하게 되는 ‘독서의 후폭풍’, 전작주의라는 독서법. 학술적 글쓰기처럼 겹쳐 읽기 등은 사고를 깊고 넓어지게 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 그러니 또다시 책을 읽으라고 권할 수밖에 없다. 읽은 후에 쓰고 토론하는 방법도 추천하고 있다. 온전히 내 것으로 하기 위한 필수 코스라고 할 수 있겠다. 서평을 쓴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비교해 보면 그 효과를 알 수 있으리라.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왕도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좋은 책읽기는 많은 책을 읽는 과정을 통해 갈고 닦아지는 것이다. 저자처럼 경지에 오르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읽다보면 책을 제대로 읽게 된다는 말일 것이다. 구구절절 옳은 말들을 담아놓은 이 책도 읽어봐야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읽기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혹은 이미 즐겨하는 이들에게 권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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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파크 : 사춘기 직장인
홍인혜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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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파크를 만나게 된 것은 꽤 오래되었다. 다이어리를 루나파크로 사용하고 있고, 홈페이지는 하루에 꼭 한번은 들러 올라오는 일기를 탐독하는 일도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이제는 익숙해진 그림이지만 볼 때마다 단순하면서도 매력을 잃지 않는 루나의 모습에 빠져버리고 만다. 루나파크는 나를 열광하게 만든다.

이 책은 루나의 일기들을 하나씩 모아 내놓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2007년 1월부터 12월까지 거의 매일의 일기를 담았는데, 굴곡 있는 소재와 줄거리가 없음에도 재미가 쏠쏠하다. 아마도 일상의 모습이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나이 27인 것도 비슷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기도 하지만, 그녀의 성격이 나와 비교해 본다면 판박이 같다. 성실하면서도 소심한 면이 있고 그래서 가끔 심각한 슈크림상태(연약한 상태다...슈크림처럼)를 보이지만 바게트처럼 강인한 모습을 가지며 꿋꿋이 열정을 불태우려 노력한다. 일기를 훔쳐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일기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나도 일기 쓰기를 좋아해 일기 쓰기를 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루나의 일기는 평범하고도 반복적인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것이 있어 보인다. 이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바를 흘려버리고는 일기 쓸때엔 특별한 일이 없었던 것처럼 느껴질 때 하루를 통째로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종종 가지게 되는데, 루나의 일기엔 소소한 일상마저 특별한 소재가 된다. 일기를 쓴다는 것에 종종 염증을 느끼는 나로서는 닮고 싶은 점이 많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일기에 들어간 글은 상당히 짧다. 아마도 귀여운 그림이 들어가기에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하고자 하는 바는 정확히 전달된다. 루나의 일기에 책을 읽거나 덮어둔 장면이 많은 것으로 보아 다독의 결과인 것 같다. 항상 일에 치여 바쁘며 열심히 생활하는 루나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때로 방황하며 때로 우울해 지면서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모습은 우리의 일상과 너무도 닮았다. 일기를 보며 공감하기도 했고 힘을 얻을 수도 있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함으로 바꾸어 기록하는 루나의 일기를 닮고 싶다. 그래서 한동안 심각하게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자 했었다. 물론 상상으로만 열심이고 말았지만...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잃어버릴 듯 하다는 소심녀 루나의 일상 그리고 곳곳에 남겨놓은 생각해 볼 주제들, 귀여운 그림과 재치 있는 글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여기 저기 소개하고 있는 통에 이제는 모두 루나의 팬이 되어버릴 정도니 루나파크 사랑은 말 안 해도 알겠다. 앞으로 쭈욱 좋아하는 그림과 글을 쓰며 열심히 살아가길 바라며 바쁜 와중에도 출간은 지속되기를 루나를 좋아하는 독자로써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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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몽골방랑 -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김홍희 지음 / 예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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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보고자 하는 목적지로 몽골을 꼽는다. 그곳이 태고의 지구 모습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외계의 모습을 가진 듯 보이기 때문이라 한다. 김홍희 또한 몽골을 찾게 되는데, 왜 찾아왔는지는 자신도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몽골방랑이라 이름 지었다. 고독한 여행자의 방랑...은 사진에서 또한 철학적인 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단지 카메라 하나를 의지해 떠난 여행은, 사람들의 가슴 뛰는 심장만을 피사체로 삼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유난히 인물 사진이 많다. 드넓은 몽골 초원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방랑하는 여행자의 모습을 찾는다. 방랑자는 여행하는 저자이기도 했고 그곳에 뿌리 내리지 않고 살아가는 몽골인들 이기도 했다.

이 책은 철학이 깃든 사진을 추구하는 작가 김홍희의 몽골 여행을 담은 책이다. 여행이라 하기엔 목적도 원하는 바도 없기에 방랑이라 불리 울만한 여정을 담았다. 사진은 아름다웠지만 구슬픈 느낌이 묻어난다. 작가의 외로움이 드러나 그런가보다 했지만 유심히 본다면 한 곳으로 내리쬐는 햇살의 기운이 따스하다. 햇살의 기운 덕에 드리워지는 그림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내가 본 김홍희의 사진들은 대개 그러했다. 그가 본 몽골의 모습이 이러했을까...사색이 깊은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바도 이와 다르지 않다.

목적지는 없지만 가고자하는 길이 생기기도 했다. 사막 속의 호수라는 데에 문득 일어난 호기심에 햐르가스 호수를 찾았고, 카자흐인의 마을 울기를 찾아 떠나기도 했다. 몽골의 서쪽 끝이기에 떠난다는 여행자의 모습은 정처 없는 발걸음처럼 보이기까지 하다. 무엇을 확인하고 싶어 떠나야 했고 무엇을 깨닫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깨달음은 얻었을까. 작가의 생각만큼이나 나의 의문은 깊어져 간다.

결국 작가는 나를 찾기 위한 힘든 여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자신의 존재를 찾을 수 있었다. 카메라가 남겨놓은 사진들이 이를 증명해 준다. 카메라는 쇠뭉치로 깎아낸 도구에 불과했으나 결국 자신의 의지로 나온 것들이었다. 어쩌면 작가는 찾기 위해 떠난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부유하며 떠도는 자신의 모습에 정체성을 잃었었는지도...자연의 준엄한 법칙이 거대한 수레바퀴처럼 구르고 사람들이 수레바퀴에 떨어지지 않고 시간의 순열에 맞춰 함께 돌아가야만 하듯이, 그 모습을 통해 신의 의지로 나타난 자연의 섭리를 스스럼없이 깨우치고 싶어했는 지도 모른다. 몽골인의 모습이 방랑이나 자유처럼 보일지 모르나 이 또한 모두 자연의 섭리로 나타난 삶의 율동이었듯이 말이다. 그 모습을 담는 작가 또한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는 여정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이러한 모습을 가지지 않는가. 조용히 그 여정을 따라 가보는 것도 좋으리라 싶다. 드넓은 초원의 모습과 시린 겨울 호수의 모습을 덤으로 볼 수 있고 삶의 여정에 맞춰 살아가는 몽골인의 아름다운 모습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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