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희 몽골방랑 -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김홍희 지음 / 예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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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보고자 하는 목적지로 몽골을 꼽는다. 그곳이 태고의 지구 모습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외계의 모습을 가진 듯 보이기 때문이라 한다. 김홍희 또한 몽골을 찾게 되는데, 왜 찾아왔는지는 자신도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몽골방랑이라 이름 지었다. 고독한 여행자의 방랑...은 사진에서 또한 철학적인 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단지 카메라 하나를 의지해 떠난 여행은, 사람들의 가슴 뛰는 심장만을 피사체로 삼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유난히 인물 사진이 많다. 드넓은 몽골 초원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방랑하는 여행자의 모습을 찾는다. 방랑자는 여행하는 저자이기도 했고 그곳에 뿌리 내리지 않고 살아가는 몽골인들 이기도 했다.

이 책은 철학이 깃든 사진을 추구하는 작가 김홍희의 몽골 여행을 담은 책이다. 여행이라 하기엔 목적도 원하는 바도 없기에 방랑이라 불리 울만한 여정을 담았다. 사진은 아름다웠지만 구슬픈 느낌이 묻어난다. 작가의 외로움이 드러나 그런가보다 했지만 유심히 본다면 한 곳으로 내리쬐는 햇살의 기운이 따스하다. 햇살의 기운 덕에 드리워지는 그림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내가 본 김홍희의 사진들은 대개 그러했다. 그가 본 몽골의 모습이 이러했을까...사색이 깊은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바도 이와 다르지 않다.

목적지는 없지만 가고자하는 길이 생기기도 했다. 사막 속의 호수라는 데에 문득 일어난 호기심에 햐르가스 호수를 찾았고, 카자흐인의 마을 울기를 찾아 떠나기도 했다. 몽골의 서쪽 끝이기에 떠난다는 여행자의 모습은 정처 없는 발걸음처럼 보이기까지 하다. 무엇을 확인하고 싶어 떠나야 했고 무엇을 깨닫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깨달음은 얻었을까. 작가의 생각만큼이나 나의 의문은 깊어져 간다.

결국 작가는 나를 찾기 위한 힘든 여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자신의 존재를 찾을 수 있었다. 카메라가 남겨놓은 사진들이 이를 증명해 준다. 카메라는 쇠뭉치로 깎아낸 도구에 불과했으나 결국 자신의 의지로 나온 것들이었다. 어쩌면 작가는 찾기 위해 떠난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부유하며 떠도는 자신의 모습에 정체성을 잃었었는지도...자연의 준엄한 법칙이 거대한 수레바퀴처럼 구르고 사람들이 수레바퀴에 떨어지지 않고 시간의 순열에 맞춰 함께 돌아가야만 하듯이, 그 모습을 통해 신의 의지로 나타난 자연의 섭리를 스스럼없이 깨우치고 싶어했는 지도 모른다. 몽골인의 모습이 방랑이나 자유처럼 보일지 모르나 이 또한 모두 자연의 섭리로 나타난 삶의 율동이었듯이 말이다. 그 모습을 담는 작가 또한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는 여정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이러한 모습을 가지지 않는가. 조용히 그 여정을 따라 가보는 것도 좋으리라 싶다. 드넓은 초원의 모습과 시린 겨울 호수의 모습을 덤으로 볼 수 있고 삶의 여정에 맞춰 살아가는 몽골인의 아름다운 모습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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