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교향곡
조셉 젤리네크 지음, 김현철 옮김 / 세계사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클래식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라, 선뜻 읽기 쉽지 않았다. 다른 책들에 순위가 밀려 한참이나 후에야 읽을 수 있었다. 읽는 동안 전문용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책 귀퉁이에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정도로 클래식은 둘째 치고 고등학교 음악시간 이후로 볼 수 없었던 각 기호들에도 익숙해 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잘 읽혔다. 역사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을 소재로한 소설은 요즘 나오는 팩션 소설들에 비해 구성면에 있어서나 스토리 전개 면에 있어, 탄탄한 면모를 지닌다. 두꺼운 책이었고, 알지 못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다 읽은 후에나 털고 일어설 수 있을 정도로 재미가 상당했다.

우선 이야기는 1980년의 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어느 연인의 드라이브 장면, 젊은이들의 치기를 보여주듯 약간의 알코올 섭취와 장난기 섞인 행동은 맞은편의 트랙터를 피하지 못하고 도로를 이탈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 장면은 왠지 동떨어진 듯 보였다. 27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 오스트리아 빈으로 넘어가 전개되는 소설은 한동안 첫 장면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잊었을 정도이니까.

주인공인 다니엘 파니아구아는 음악학과의 역사음악학 교수이다. 어느 날 학과장 두란의 지시로 한 콘서트에 참석하게 되는데, 주최자는 로널드 토머스로 베토벤의 제10번 교향곡을 재구성한 곡을 선보이는 콘서트였다. 콘서트에 참석한 다니엘의 감상은 이 곡은 토머스가 재구성한 것이 아니며, 베토벤의 것이란다. 짐작은 결국 확신으로 굳어가고 있을 무렵 콘서트 직후 토머스가 살해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전해진다. 베토벤의 제10번 교향곡의 필사본이 존재하는 것이며 범인은 악보의 장소를 알고 있는 토머스를 살해한 것이라 판단한다.

사건 해결을 위한 나름의 노력은 여러 방향에서 진행된다. 수사나 판사에 공조하는 다니엘과 살해사건에 빠질 수 없는 형사 마테오스와 아길라르는 각기 다른 방법으로 범인을 모색해 나아간다. 이상한 것은 역시 판사가 직접 사건 해결을 위한 기초자료를 모으고 있다는 데에 있지만. 나중에 첫 장면과 수사나 판사의 일그러진 묘한 표정을 매치했더라면 금방 알아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기도 했다. 아무튼 범인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나온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이라는 비밀 결사조직, 알베르티의 암호바퀴, 보나파르트 황태자 부부, 나폴레옹의 독살설 등은 소설 다빈치 코드와 닮은 점이 많았다. 하나 하나 제각각 구실을 해 내었다면 다빈치 코드를 넘어서는 소설이 되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 부분이다. 아쉬움이 절로 생길 정도로 괜찮은 소설이었다는 말이다.

결국 제10번 교향곡은 악보를 손에 쥔 인물이 비행기와 함께 산화되면서 세상에 나타날 수 없는 악보의 운명을 지닌 듯하다. 불멸의 연인에게 바쳤으나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사라졌던 악보를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 덕에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 중이다. 얼마 전 한 TV프로에서 음악이 나오는 장면을 배경삼아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장면이 떠오른다. 곡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 대한 설명은 음악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는 아닐지 모르나 필요조건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었는데, 이 책을 통해 음악가들의 삶과 음악에 호기심이 생겼다고나 할까. 다빈치 코드가 그림에 있어 대중과 가까이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만큼 이 소설이 음악에 있어 그러한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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