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도의 악몽 - 소설보다 무서운 지구온난화와 환경 대재앙 시나리오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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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신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사는 강원도의 물 부족이다. 사회문제로까지 부각되고 있는 강원도의 가뭄은 그동안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산이 많기로 소문난 우리나라이지만,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매일 부족함을 모르고 사용하고 있는 물이 전국적으로 부족하게 될 날이 머지않았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겨울가뭄도 큰 문제다. 물의 부족은 사람들이 겪는 기본적인 불편함 이외에 커다란 환경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부족해진 지표수와 지하수의 고갈로 인해 더 많은 지역이 황폐화 될 것이고 세계로 수출되는 밀의 생장에 방해가 되므로 곡물가는 치솟고 그로인한 기아 사태도 예상된다. 이 모든 일은 지구의 온도가 1도 미만 상승한 요즘의 일에 속한다. 이 책에서 살펴볼 것은 6도까지의 온도 상승이다. 그 결과는 매우 부정적이며 인류의 멸종 상황까지 야기한다.

우선 6도까지 상승하는 시나리오를 살피기 전에 왜 지구는 더워질까를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탄소”의 증가 때문이다. 인간이 편의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일상적인 기계와 장치들은 모두 탄소를 배출한다. 산업화 이후로 증가된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근래 들어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자연은 그동안의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여 희석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 데, 요즘과 같은 속도라고 한다면 그러한 기능도 마비가 될 것이다. 인도와 중국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국가에서의 급속 성장은 이러한 상황을 부추긴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인이기 때문인지 중국과 인도의 산업화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이러한 속도로 산업화를 지속시킬 경우, 인류의 몰락은 눈앞에 와있는 것 같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더워진 지구는 가뭄과 홍수를 유발한다. 1도에서 6도까지의 온도 상승 시나리오는 명확한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명백한 것은 해수면의 점차 높은 지대로까지 상승한다는 점이다. 4도의 상승이 있게 되면 극지방의 빙하는 남아있지 않는다. 저지대의 국가들은 모두 터전을 잃고 이주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높은 지대의 지역은 그동안의 빙하의 영향으로 토양이 부실하고 유기물질이 적은 곳이다. 인간을 먹여 살리기에 불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의 온도가 높을수록 바다의 힘은 더욱 거대해져서 주기적으로 내륙으로 침투할 것이고, 가뭄은 지속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인간에 의한 산업화가 줄어 탄소의 배출이 줄 것이지만, 식물들의 사라짐으로 인해 오히려 탄소의 증가량은 늘어난다. 지구의 생태계는 그 기능을 잃어버렸다.  

 

【이에 대해 제임스 러브록은 자신의 책 『가이아의 복수』에서 ‘이중의 파국’이라고 말한다. 원자로의 안전시스템을 불능화한 다음에 열을 높인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엔지니어들처럼, 우리는 가장 필요할 때에 숲을 베어버리고 바다를 오염시킴으로써 지구의 열 조절 시스템을 불능화했다. p.217】  

 

게다가 차오르는 해수면의 상승으로 살 곳을 잃은 각국의 국민들은 높은 지대로 이주하기 위해 서슴없이 핵무기를 사용하게 될 지도 모른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 미국의 국민들은 탄소의 줄임에 관심은 있지만 적극적이지는 않다. 환경문제라고 하는 것은 눈앞에 그 위기가 닥칠 때에만 인식하게 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선발산업국 혹은 후발산업국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지 않으면 오히려 분열만 늘어가게 될 뿐이다. '저탄소시대‘라는 시대적인 합의만이 악몽으로부터 발을 빼는 유일한 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더 이상 윤리적이나 감정적인 호소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적이며 경제적인 문제로서의 합의가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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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기억 - 행성 지구 46억 년의 역사
이언 플리머 지음, 김소정 옮김 / 삼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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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는 성간 먼지와 성간 가스가 응축되어 만들어졌다. 태양계가 생성될 초기 무렵 지구는 암석이 녹은 형태로 크기는 지금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이후에 지속적으로 태양주위를 돌던 먼지들이 응축되어 만들어진 운석들을 삼키며 점점 더 커지는 과정을 거쳤다. 그 시간은 우리가 느낄 수 없는 무한한 것이었지만 지구는 증명이라도 하듯 그 과정을 돌에 새겨 놓았다. 우리는 그 과정을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저자의 글을 통해 알아 볼 수 있다.

지질에 새겨진 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던 방사성 원소를 통해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과 위에서 언급했듯이 초기 지구의 형성에 날아들었던 입자나 광물을 분석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무거운 원소는 대개 지구 속으로 들어가고 가벼운 것은 지각 가까운 곳에 분포하기 때문에 땅 속의 물질이 위로 솟는 용암의 구성요소를 탐구하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하고 오랜 퇴적물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발견하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지구는 생성 초기 이후 서서히 식어갔다는 것이다. 적당한 온도가 되었을 때에는 생물체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어떠한 이유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복잡한 구조를 띤 생물체가 나타났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물 때문이었다. 물의 존재로 인해 지구는 달처럼 죽은 행성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달과 지구의 구조는 유사하지만, 오늘날 판이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은 초기 지구보다 대류와 순환의 속도를 늦추는데 일조한다. 지각의 형성 과정이 훨씬 속도를 빼앗긴 것이다. 오늘날에도 지각형성 과정은 지속되지만, 그 시기는 예전보다 아주 느리다.

지구는 지각변동을 계속하면서 또 다른 변혁을 맞이하게 된다. 광합성을 하는 세포의 등장이 그것이다. 광합성을 한다는 것은 행성 지구에 산소가 가득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미생물이 번식한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인류와 같은 생물이 등장한 것은 아주 오랜 시간 이후이며 이 변혁이 어찌 보면 하찮게 느껴질지 모르나, 인류의 등장 배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음은 확실하다. 저자는 이 시기를 산소혁명이라고 일컫고 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지각변동과 기후의 변화로 지구는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다. 여러 생물이 지구에 존재하기도 했으며 그 중 일부는 진화했고, 아주 많은 부분은 멸종의 위기를 맞았다. 화석으로나 볼 수 있는 존재들이 바로 그것이다. 지구의 대구조가 어느 정도 형성된 이후에는 소구조를 변화시키는 여러 운동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의 모습은 지구의 역사로 본다면 그저께 일어난 일 정도이며 우리가 바라볼 수 없는 많은 시간이 흐른 이후에는 지금의 모습을 상상할 수도 없게 될 것이란다.

현재 우리가 기후에 관한한 그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때, 저자는 끝으로 5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지구의 미래 모습을 예견하고 있다. 우리가 걱정하는 바처럼 지구 온난화에 인간이 완벽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이전에 그래왔듯이 빙하기 이전까지는 이러한 변화가 지속될 것이란다.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에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저지대의 나라들은 어쩔 수 없이 잠길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다시 찾아올 빙하기에는 또 다시 지구가 얼음으로 뒤덮일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말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과학서적을 접하게 되었던 때문인지 책 읽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나 전문용어에 대한 친절한 해설이 부족한지라 사전을 끼고 읽은 책이 되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지구인으로써 지구의 역사에 관심이 많아야 하건만 그렇지 못했음을 시인하게 된다. 어찌 되었든 유익한 책이라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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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숲에서 사람의 길을 찾다
최복현 지음 / 휴먼드림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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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현님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 첫 번째의 기억을 되살려 망설임 없이 집어든 책이다. 지난번에는 신화의 세계로 이번에는 고전의 세계로 안내하는 책이 되었다. 고전의 중요성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책들에 비해 극적인 반전도 재미도 덜 한 것이 사실이다. 단지 인간의 삶 모습을 오랫동안 비춰왔던 책이기에 깊은 의미가 담긴 책이라는 것 밖에는 흥미요소가 적은 편이다. 그래서 읽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뒤처지는 책이 되고 만다. 아마도 고전을 시험지의 한 지문으로 떠올리며 어려워한 경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역시 읽어야한다는 강박적인 생각도 있긴 했다. 그러한 때 최복현님의 이 책을 접한 것은 행운이다.

최복현님의 글은 친절한 선생님의 모습과 닮았다.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 그런 문장의 사용도 적다. 간결하지만 감동이 전해지는 문장이라고 생각되는데 읽다보면 ‘아하’하는 감탄사가 나온다든지 하는 절로 이해가 되는 책읽기가 된다. 그렇게 그동안 미뤄왔던 고전들을 만난다.

친절하게도 고전이라 불리우는 책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책을 지은 지은이의 소개로 책에 대한 이해를 깊이 있게 돕는다. 뿐만 아니라 당시 지은이가 살던 시대의 분위기나 문학적인 분위기에 대한 설명도 있다. 책 내용에 대한 최복현님의 해석은 무척이나 따뜻하다. 사람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담은 노력이라고 볼 수 있겠다. 고전을 통해 사람다움과 삶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 저자의 말들이 책 속에 녹아있다. 아...이래서 고전을 읽어야 하는구나. 고전을 읽는 이들은 이처럼 이해와 마음의 넓이가 뭇사람과는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그동안 읽어봤던 고전의 이해가 좁았던 부분이 있기에 혹은 작가에 대한 이해가 덜 해 중점적으로 살피지 못했던 책들이 있기에 다시 읽고 싶어진다. 물론 읽지 못했던 책은 찾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책 소개에 관한 글들은 언제나 나를 집중시키지만, 이 책은 조금 더 진한 감동과 더불어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고전을 읽어보고 싶지만 주저된다면 최복현님의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쉬운 이해와 관심의 증가로 인해 곧 고전을 읽지 않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시간은 부족하고 읽을 책은 많다라는 생각에 또 사로잡히고 만다.  

 

『고전이라고 이야기하는 명작들은 대개가 쏠쏠한 재미는 없는 책들이다. 하지만 그 고전들이 영원한 고전으로 인정받는 주된 이유는 진정한 삶의 모습들을 담고 있으며, 또한 등장인물들의 노정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며, 왜 살아야하며,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은연중에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명작은 인간의 본래의 모습을 제대로 그리고 있으며, 시대를 초월하여 변치 않는 인간 본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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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갤리온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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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를 멈추지 않았음에도 욕심을 내던 이유때문인지 밀린 책이 여럿이었다. 좋아하는 분야의 책도 딱딱한 내용이 가득할 때에는 잠시 멈추기를 여러 번 하게 되는데, 머릿속 생각이 많은 요즘 다른 분야의 책까지 섭렵하기에는 책읽기가 쉽지 않다. 그러던 중 오늘 도착한 책이지만 듀이의 귀엽지만 호소하는 눈빛에 이끌려 집어 읽기 시작했다. 도서관의 듀이라는 설정이 흥미롭기도 했고 이 조그마한 고양이가 어떻게 한 도시를 변모시켰다는 것인지 의아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듀이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하트랜드. 즉 심장부에 위치한 아이오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이오와는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책에서 찾아보기 힘든 지역이며 별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지역은 아니다. 사회시간에 미국의 옥수수와 콩이 재배지로 무수한 점들이 박혀있던 지도를 봤던 기억을 제외하고는 낯선 곳이다. 저자 비키는 도전력과 사리분별을 갖춘 지성적인 여자로서 이곳 스펜서의 도서관 관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북서풍을 가려줄 무언가가 없어 매섭던 겨울 어느 날 도서 반납함에 버려진 아기고양이를 만나 인연을 맺게 되는 과정을 적고 있다. 농업의 기계화로 혹은 산업시설의 부재로 인해 사양길에 접어선 어느 마을의 도서관은 그리 매력적인 곳은 아니다. 그러나 듀이를 만난 이후 도서관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전적으로 믿고 신뢰하며 그들의 상처를 하나하나 보듬어 주는 듀이는 삶의 활력소 같은 존재였다. 아이들은 듀이를 보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으며, 맞벌이 부모를 가진 아이들은 부모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도서관에 머물렀다.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에게 대화의 장을 열어준 것도 듀이의 역할이었다.

도서관의 듀이는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누구나 듀이의 친구라고 생각했다. 도서관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야한다는 비키의 믿음에 힘을 실어준 이도 듀이었다. 듀이가 모든 이의 친구이고 삶의 일부분이라고 느끼듯이 도서관도 그런 곳이 되어 주었다. 이러한 듀이의 모습은 소문을 타고 미국 전역 그리고 바다건너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주는 스펜서의 시민들은 고무되었다. 듀이에게서 자신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이다. 냉혹한 추위와 죽음에 직면했지만 사람들을 믿고 신뢰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가진 듀이에게서 말이다. 스펜서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자부심을 가진 시민들에 의해 새롭게 변모해 나아갔다.

비키 마이런의 인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많은데 읽을수록 믿을 수 없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어린 나이에 자궁을 적출해야 했던 일을 시작으로 남편의 알코올 중독에 이어 친정식구들의 죽음 그리고 암투병과 딸과의 불화 등등. 이러한 많은 일을 겪은 여자임에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 도서관, 자신의 고향인 아이오와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헌신 그리고 듀이에 대한 진심어린 우정은 책을 읽는 동안에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도서관의 관장이었으며 이글의 저자이기도 한 비키는 진정으로 듀이를 사랑했다. 듀이를 위해 이 책을 지었다는 비키 마이런은 참으로 사랑스러운 여자이기도 했다. 듀이가 아마 이런 만남을 가졌기에 더욱 사랑스럽게 살아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반려동물을 통해 사랑을 배우기도 하지만 동물 역시 주인을 닮아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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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새 시대를 열어간 사람들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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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님의 다른 책을 접한 뒤라 서슴없이 집어든 책이었다. 허나 미루기를 차일피일하다가 묻어둔 지 6개월 만에 읽은 책이 되었다. 2권은 바로 구매하였으나 아직 미도착이다. 빨리 읽어야 할 텐데 하는 조바심마저 생긴다. 바로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추리 소설류가 주는 긴박감 때문이 아닌 의무감 비슷한 감정 때문인데 그런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다산 정약용, 이름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정약용의 삶은 영광의 모습은 아니다. 정조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며 똑똑하고 다방면의 재주가 뛰어났던 정약용의 화려한 이력의 이면에는 유배지에서 18년 동안을 쓸쓸히 살아야 했던 시대의 불운이 있었다. 형제나 혈육이 죽거나 유배를 떠나야 했거나 노비가 되어야 했다. 천주교를 핍박하던 시대의 일이었으나 당쟁이 근본 원인이다. 정조 또한 당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으니 남인이었던 그야 오죽했겠는가. 그러나 시대도 천재 정약용을 버리지 못했는지 그의 기록은 오늘날까지도 전해져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를 배우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그를 안타깝게 그리는 이덕일과 같은 이도 있지 않은가.

때는 영조 재위 시절 사도세자의 죽음의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뒤주에 갇힌 지 여드레 째 결국 하늘로 돌아간 그 날 남인 정재원의 집에 약용이 넷째 아들로 세상에 나온다. 태어남과 동시에 역사적 사건과 무관하지 못했던 정약용은 이후 사도세자의 일에 우연치고 잦게 마주친다. 그럴 때 마다 정조는 고마움을 마음 속 깊이 새겨두었다. 노론의 시대에 왕이 되었던 정조는 아버지를 제거한 세력과도 손잡아야 했다. 남인을 가까이 두고자 하였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럼에도 공정하고 사리분별 있는 다스림을 멈추지 않고 남인 세력을 키워나가 때를 기다렸다. 기다린 자에게 하늘도 답을 하시는지 바라던 치세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남인을 가까이 두었고, 몇 번의 방해가 있었지만 정약용도 귀이 쓰셨다. 때로는 반대파의 속임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혹독한 시험을 주기도 했으나 그 때마다 정약용은 잘 치러내었다. 더없이 만족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었다. 사도세자의 능을 옮기고 화성을 쌓는 일도 잘 해결하였다. 이 때 사용한 기술이며 백성들을 동원하는 일이며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한 파격적인 것이었는데, 백성을 생각하고 임금을 위하는 정약용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후에 목민심서를 쓰게 된 배경이 지방관으로써의 생활 때문이었음도 알 수 있다. 목민관으로써 아래로는 백성을 위하고 위로는 임금을 극진히 섬기는 정약용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공정하며 의리가 있고, 세상의 이치를 따지는 것을 탁상공론에 머무르지 않는 정약용이 시대를 잘못 만난 이유로 스러져 가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1권에서는 지방관 정약용의 모습에서 그치고 있다. 이후 그의 유배지에서의 생활은 2권으로 만나봐야 할 것 같다. 오로지 당쟁만을 일삼느라 조선에 필요한 정약용과 같은 사람이 쓰일 곳이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못내 안타깝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당이 아니면 원수라고 일삼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떠올라 역사란 결코 발전하는 것임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다. 발전은 둘째 치고 실수를 반복하는 모습만은 보게 되지 않기를 바라며 2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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