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새 시대를 열어간 사람들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덕일님의 다른 책을 접한 뒤라 서슴없이 집어든 책이었다. 허나 미루기를 차일피일하다가 묻어둔 지 6개월 만에 읽은 책이 되었다. 2권은 바로 구매하였으나 아직 미도착이다. 빨리 읽어야 할 텐데 하는 조바심마저 생긴다. 바로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추리 소설류가 주는 긴박감 때문이 아닌 의무감 비슷한 감정 때문인데 그런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다산 정약용, 이름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정약용의 삶은 영광의 모습은 아니다. 정조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며 똑똑하고 다방면의 재주가 뛰어났던 정약용의 화려한 이력의 이면에는 유배지에서 18년 동안을 쓸쓸히 살아야 했던 시대의 불운이 있었다. 형제나 혈육이 죽거나 유배를 떠나야 했거나 노비가 되어야 했다. 천주교를 핍박하던 시대의 일이었으나 당쟁이 근본 원인이다. 정조 또한 당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으니 남인이었던 그야 오죽했겠는가. 그러나 시대도 천재 정약용을 버리지 못했는지 그의 기록은 오늘날까지도 전해져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를 배우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그를 안타깝게 그리는 이덕일과 같은 이도 있지 않은가.

때는 영조 재위 시절 사도세자의 죽음의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뒤주에 갇힌 지 여드레 째 결국 하늘로 돌아간 그 날 남인 정재원의 집에 약용이 넷째 아들로 세상에 나온다. 태어남과 동시에 역사적 사건과 무관하지 못했던 정약용은 이후 사도세자의 일에 우연치고 잦게 마주친다. 그럴 때 마다 정조는 고마움을 마음 속 깊이 새겨두었다. 노론의 시대에 왕이 되었던 정조는 아버지를 제거한 세력과도 손잡아야 했다. 남인을 가까이 두고자 하였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럼에도 공정하고 사리분별 있는 다스림을 멈추지 않고 남인 세력을 키워나가 때를 기다렸다. 기다린 자에게 하늘도 답을 하시는지 바라던 치세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남인을 가까이 두었고, 몇 번의 방해가 있었지만 정약용도 귀이 쓰셨다. 때로는 반대파의 속임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혹독한 시험을 주기도 했으나 그 때마다 정약용은 잘 치러내었다. 더없이 만족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었다. 사도세자의 능을 옮기고 화성을 쌓는 일도 잘 해결하였다. 이 때 사용한 기술이며 백성들을 동원하는 일이며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한 파격적인 것이었는데, 백성을 생각하고 임금을 위하는 정약용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후에 목민심서를 쓰게 된 배경이 지방관으로써의 생활 때문이었음도 알 수 있다. 목민관으로써 아래로는 백성을 위하고 위로는 임금을 극진히 섬기는 정약용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공정하며 의리가 있고, 세상의 이치를 따지는 것을 탁상공론에 머무르지 않는 정약용이 시대를 잘못 만난 이유로 스러져 가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1권에서는 지방관 정약용의 모습에서 그치고 있다. 이후 그의 유배지에서의 생활은 2권으로 만나봐야 할 것 같다. 오로지 당쟁만을 일삼느라 조선에 필요한 정약용과 같은 사람이 쓰일 곳이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못내 안타깝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당이 아니면 원수라고 일삼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떠올라 역사란 결코 발전하는 것임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다. 발전은 둘째 치고 실수를 반복하는 모습만은 보게 되지 않기를 바라며 2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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