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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기억 - 행성 지구 46억 년의 역사
이언 플리머 지음, 김소정 옮김 / 삼인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태양계는 성간 먼지와 성간 가스가 응축되어 만들어졌다. 태양계가 생성될 초기 무렵 지구는 암석이 녹은 형태로 크기는 지금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이후에 지속적으로 태양주위를 돌던 먼지들이 응축되어 만들어진 운석들을 삼키며 점점 더 커지는 과정을 거쳤다. 그 시간은 우리가 느낄 수 없는 무한한 것이었지만 지구는 증명이라도 하듯 그 과정을 돌에 새겨 놓았다. 우리는 그 과정을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저자의 글을 통해 알아 볼 수 있다.
지질에 새겨진 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던 방사성 원소를 통해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과 위에서 언급했듯이 초기 지구의 형성에 날아들었던 입자나 광물을 분석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무거운 원소는 대개 지구 속으로 들어가고 가벼운 것은 지각 가까운 곳에 분포하기 때문에 땅 속의 물질이 위로 솟는 용암의 구성요소를 탐구하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하고 오랜 퇴적물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발견하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지구는 생성 초기 이후 서서히 식어갔다는 것이다. 적당한 온도가 되었을 때에는 생물체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어떠한 이유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복잡한 구조를 띤 생물체가 나타났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물 때문이었다. 물의 존재로 인해 지구는 달처럼 죽은 행성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달과 지구의 구조는 유사하지만, 오늘날 판이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은 초기 지구보다 대류와 순환의 속도를 늦추는데 일조한다. 지각의 형성 과정이 훨씬 속도를 빼앗긴 것이다. 오늘날에도 지각형성 과정은 지속되지만, 그 시기는 예전보다 아주 느리다.
지구는 지각변동을 계속하면서 또 다른 변혁을 맞이하게 된다. 광합성을 하는 세포의 등장이 그것이다. 광합성을 한다는 것은 행성 지구에 산소가 가득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미생물이 번식한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인류와 같은 생물이 등장한 것은 아주 오랜 시간 이후이며 이 변혁이 어찌 보면 하찮게 느껴질지 모르나, 인류의 등장 배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음은 확실하다. 저자는 이 시기를 산소혁명이라고 일컫고 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지각변동과 기후의 변화로 지구는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다. 여러 생물이 지구에 존재하기도 했으며 그 중 일부는 진화했고, 아주 많은 부분은 멸종의 위기를 맞았다. 화석으로나 볼 수 있는 존재들이 바로 그것이다. 지구의 대구조가 어느 정도 형성된 이후에는 소구조를 변화시키는 여러 운동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의 모습은 지구의 역사로 본다면 그저께 일어난 일 정도이며 우리가 바라볼 수 없는 많은 시간이 흐른 이후에는 지금의 모습을 상상할 수도 없게 될 것이란다.
현재 우리가 기후에 관한한 그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때, 저자는 끝으로 5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지구의 미래 모습을 예견하고 있다. 우리가 걱정하는 바처럼 지구 온난화에 인간이 완벽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이전에 그래왔듯이 빙하기 이전까지는 이러한 변화가 지속될 것이란다.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에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저지대의 나라들은 어쩔 수 없이 잠길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다시 찾아올 빙하기에는 또 다시 지구가 얼음으로 뒤덮일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말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과학서적을 접하게 되었던 때문인지 책 읽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나 전문용어에 대한 친절한 해설이 부족한지라 사전을 끼고 읽은 책이 되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지구인으로써 지구의 역사에 관심이 많아야 하건만 그렇지 못했음을 시인하게 된다. 어찌 되었든 유익한 책이라는 것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