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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정병선 옮김 / 돌베개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전염볌의 사회적 생산』이라는 부제가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주고 있다. 조류독감이 우리 나라에서 주목받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전염병이기 때문에 나 또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전염병이리라 짐작하고 있었다. 신문지상이나 언론 보도가 최근 광우병 파동에 묻혀 수그러들고 있기는 하지만, 그 전에는 심각한 전염병임을 대대적으로 대중에게 알린 적이 있어 그 피해를 걱정하고 있는 와중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무지에 의한 공포의 확산이 더 큰 걱정거리라고 여긴 나는 알고라도 있어야 대처도 한다라는 생각을 하던 터였기에 책 내용이 다소 학문적인 부분으로 인해 어렵긴 하되 열의가 적었던 것은 아니었다.

 서문에서는 대재앙의 개인화를 통한 일화를 통해 조류독감의 치명적이고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세계대전이나 홀로코스트 그리고 최근 쓰촨성의 대지진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숫자의 많음과는 달리 다른 종에 비해 대재앙에 대한 슬픔이 부재하다. 조류독감의 피해 또한 마찬가지이고, 그렇기에 시의적절한 대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타이 스리솜분의 두 모녀의 비극을 통해 재앙을 개인화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큰 성공을 이루리라 짐작하한다.

 저자는 조류독감의 생성과정과 변형과정을 학문적으로 설명하되 대다수 독자가 학자나 연구자가 아닌 상황을 감안한 듯, 논리적이면서 다소 이해하기 쉬운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일관된 주장을 감지하기는 어렵지 않다. 

 우선 조류독감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책 내용의 요약이 불가피하리라 생각한다. 조류독감이라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다시피 조류의 몸속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조류독감이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그 생성은 수십만, 또는 수백만 년 동안 존재하고 있는 현상이었다. 분류를 한다면 인플루엔자는 크게 A, B, C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B, C는 인간 집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감기다. 인플루엔자 A는 보유 숙주가 오리와 물새류로서 해마다 아미노산을 바꾸어 새로운 백신이 필요한 변종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조류의 창자 속에 존재하던 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질 경우 세계적인 대유행병을 막을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저자의 말대로 수백만 년 전부터 존재해 오던 이 조류독감이 현재의 우리에게 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야생 조류의 접촉가능성이 수없이 확대되어왔다는 점, 또한 세계적인 농업방식에 의한 집단 사육으로 말미암아 조류간, 조류-돼지간의 독감이 확산되었다는 점을 미리 짐작할 수 있다. 조류에 의한 독감은 돼지를 숙주로 하여 변형되어 인간에게 옮기거나, 바이러스가 바로 인간을 숙주로 하는 변형 독감으로 나타난 몇 가지 사건으로 말미암아 위험성이 감지되었다. 아시아의 인구 밀도가 높은 중국 남부 지방과 홍콩 연안의 조류독감 발병은 세계화의 결과 인구이동에 따라 전 세계 지역으로의 이동이 불가피 하다. 뿐만 아니라 축산업의 혁명이라고도 불리울만한 집단 사육방식은 세계 곳곳의 위험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류독감 위기의 핵심은, 저자의 말대로 지구적 규모의 농업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생태적 조건에 확고하게 적응한 치명적인 변종 독감이 새로운 유전자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곳은 아마도 산업화로 인해 인간의 밀집 지역이 되어버린 도시와 그보다 열악한 환경의 도시의 슬럼가가 될 것이다.

 저자의 일관된 주장은 그동안 조류독감의 위험성은 정부와 정치인들의 정치에 이용되어 왔고, 그 이해관계 속에서 그 위험성이 인위적으로 축소되어 왔다는 것이라는데, 지금도 이 변형된 인플루엔자를 수수방관하고 있다가는 언제 또 1918년의 악몽이 재현될지 모르리라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의 의도는 그러한 모습을 바꾸기 위해 세계의 독자들이 알고 그 때를 예방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조류독감의 아형의 돌연변이는 학자들도 인정한 바 있듯이 지나치게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섣불리 판단할 수도 없으며, 스위스 제약회사의 독점적인 지위 때문에 타미플루의 대량생산도 불가능 하다는 것. 산업화의 결과로 나타난 도시 슬럼가를 벌목하듯 밀어낼 수도 없다는 점이다.

 책을 손에서 놓은 지금도 처음 책을 집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착잡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저자의 경고대로 무시무시한 전염병의 유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란 이토록 없는 것인가 말이다. 잘 먹고 잘 쉬어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밖에는 남아있지 않은 지금 우리는 또 먹을 것에 대한 걱정과 위협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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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깊다 - 서울의 시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탐사
전우용 지음 / 돌베개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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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겨울 『우리 역사의 이해』란 주제를 가지고 서울 지역을 답사하는 것을 연수한 적이 있었다. 매우 추운 날이어서 발가락이 얼 정도였었는데, 그래서인지 처음엔 빨리 끝내지 하는 안이한 생각이 드는 것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열 강의를 펼치고 있는 교수님의 덕분인지 추위는 사그라지고 잔잔한 감동과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아쉬운 점은 작가가 우려하고 있듯이 현실에 도움도 되지 않고 외국 여행에서 본 베르사유 궁이나 자금성 등의 궁궐보다는 초라하게 느끼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몇몇을 위한 답사로 그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서울이 조선조 500여년의 수도인 때문에 곳곳에서 숨은 역사를 느낄 수 있음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인데도, 사람들의 관심을 잃은 지 오래라 아쉬움이 남았었고, 가끔 문화재청이나 특별한 연구 목적의 흥미를 가질 수 없는 팜플렛의 한 단편으로 소개하는 내용에 부족함을 느끼던 차에, 이런 좋은 책 한 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더없이 기쁘고 설레이기까지 해 책을 받자마자 펼쳐들었다.

 자료의 풍부함과 옛 사진으로 만나는 서울의 면면을 구경할 수 있는 것도 기쁠 일이었지만, 역시 작가의 장소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설명은 처음 서울을 만나듯 생소하면서도 즐겁다.

 왜 서울인가? 어릴 적엔 서울이 수도라는 말인 줄 알았다. 가끔 선생님들이 어느 나라의 수도 예를 들어 베이징을 설명할 때면, 중국의 서울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하던 기억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서울이라는 지명 속에도 다양한 해석이 들어있음을 제시하며 흥미를 돋운다.

 서울은 애초에 계획도시다. 한양으로 천도를 계획한 사람은 정도전이었다. 정도전은 신권중심의 정치체제를 꿈꾸다가 결국 왕권중심의 정치를 원하던 이방원에게 제거된다. 둘의 동상이몽의 꿈은 조선이라는 나라를 건국하는데 까지는 같았으나 그 이후로는 운명이 엇갈리게 된다. 이러한 둘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궁궐이라는데 정도전의 궁궐은 궐역 중심으로 이방원의 궁궐은 궁역 중심으로 나타나 후세의 우리에게도 그 의미를 전하고 있다. 궁을 즐겨 찾는 나로서는 저자의 설명에 찬탄이 절로 쏟아진다. 역시 또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똥물, 똥개라는 대목에서는 서울의 도시 하수처리에 대한 재미난 에피소드를 통해 중세 도시의 면모를 소개하고 있다. 똥물이야 그렇다지만, 똥개라니...저자말대로 똥소나 똥말은 없다. 집집마다 개와 돼지를 기르던 사연이 기막히다.

 땅거지는 또 어떤가. 서울의 옛 모습과 자취만 담은 책인 줄 알았더니,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의 기원에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똥개나 똥돼지 만으로는 더 이상 분뇨를 감당해 내지 못한다. 도시가 커지면서 사람이 늘면 의식주도 자연히 늘게 되는 법. 땔감 사용으로 인한 재가 하상에 쌓여 여름이면 홍수가 나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떨어진 영조의 준천 작업령에 의해 하천 양안에 두 산이 생겨난다. 거지도 그 수가 늘어 다리 밑 어느 자리도 낄 수 없던 거지들이 두 산을 파고 기어들자 땅거지가 등장하게 된다. 이들이 뱀을 잡아 팔 수 있는 독점권을 얻게 되는데 그들이 땅꾼이다. 서울로의 인구이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가 보다.

 압구정과 석파정에서는 붕당정치의 폐단으로 말미암은 왕권 약화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산속의 정자는 왕도 능가하는 그들만의 정치가 있던 장소임을 가끔 쉬어가는 사람들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러한 붕당정치의 폐단을 막고 왕권을 강화하고자 한 영조와 정조의 탕평정치는 어찌 보면 실패할 수밖에 없던 일임을 서울의 땅 소유를 통해 설명한다. 땅평이 제대로 되지 않은 끼리끼리 모여살기의 땅 소유 방식으로 말미암은 폐단이라는 것인데, 오늘날 강북, 강남의 차별도 결국 땅평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서울이 점점 커지면서, 도심과 부도심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음을 종로와 전차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구도심 종로의 기억은 도심의 추억을 기억하는 이곳으로 모여드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그리고 지하철 1호선의 모습에서 아련하게 남아 기억되고 있다. 서울이 성장하며 팔각정, 시계탑, 제중원, 촬영국, 파리국 등은 추억 속에나 그 모습을 회상할 수 있는 곳으로 치부되었고, 물장수와 복덕방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성장의 모습 이면에는 이렇듯 쇠락한 모습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쓸쓸한 기분이 들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덕수궁 분수대의 건설배경에 대해 쓰고 있는데, 덕수궁에 가 본 사람은 알리라. 석조전과 분수대의 생뚱맞음을. 조선 시대에는 죄인의 집을 헐어 못을 팠다고들 하는데, 분수대라니 했었는데, 저자의 상상력으로 완성된 하나의 시나리오는 약소국으로 전락해버린 대한제국의 수도 서울의 모습이 한스럽기까지 하다.

 처음 수도 서울이 탄생하게 된 시절부터 최근의 서울 모습까지 논리적이거나 기계적인 배열이 아닌 구성으로 찬찬히 서울의 모습을 둘러보고 역사를 읽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된 책읽기였다. 조만간 아무래도 이 책에 나온 몇몇의 장소를 둘러보고 싶다는 욕심이 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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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 2008-07-13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흥미롭네요! 언제 읽어봐야겠어요. 늘 서울에 살았으면서 서울에 대해 참 모르고 사네요. 홍성태님의 '서울에서 서울을 찾는다'는 읽었는데 서울이란 도시의 근현대사에서의 변화상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려있어요.

책사랑(지현) 2008-08-05 0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추예요. 정말 서울을 다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소중해지는 듯 하구요~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밖에서 본 한국사 - 김기협의 역사 에세이
김기협 지음 / 돌베개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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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사는 인류가 과거를 통하여 무엇을 이룩했는가를 이해하는 데 필요하지만, 그것을 통하여 우리 민족을 상대화하여 보는 데에도 필요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종래와 같이 세계사와 국사를 분리시켜 학습하기보다는 서로 밀접하게 연계하여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국사 지도서 첫 머리에 적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국사의 영역을 우리가 익히 알고 느끼는 한반도 내의 역사만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되어버렸다. 세계사와의 호환성도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 정도로 제각각 따로 배우고 있다. 게다가 근대 역사가 씌어지고 중요시되는 것이 제국주의 사관의 반동에 의한 민족주의 사관의 시작점과 같은 시기라고 볼 때, 우리가 배우고 알고 있는 역사는 조금은 편협한 시각으로 해석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밖에서 본 한국사에서의 ‘밖에서’보는 위치란 이를테면 조선족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국가기준으로는 한반도 밖에 있고, 민족 기준으로는 한민족 안에 있는 위치라는 것인데 세계화로 인한 영향으로 국가보다는 민족을 기준으로 하는 역사 접근하기로서 조금 더 객관적인 역사보기를 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저자의 밖에서 보는 한국사는 한민족의 공간에서 시작하여 지금의 우리 시대까지 흐르듯 기술하고 있다. 역사 에세이라고 밝혔듯이, 학문적으로 풍부한 역사적 사실과 정보를 담고 있는 역사책은 아니다. 내용면에서 보면 우리가 배우고 익힌 국사의 내용과 그리 다르지 않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은 지양하려고 한다. 한민족의 역사는 독자적이기 전에, 외래로부터 유입된 문화를 바탕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우리 역사를 주변의 여러 나라의 역사와 함께 보기가 바로 밖에서 보는 역사가 아닐까 싶다.

 또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작가의 객관적으로 서술하고자 하는 노력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식어 “세계 최초”, “세계 최고”를 역사 곳곳에 심어둔 모습을 민족주의 사관의 모습으로 세계화 시대의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말하고자 하였으며, 이러한 역사 내세우기가 없어도 충분히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역사가 될 수 있음을, 한민족의 역사는 중국에서도 인정할 만한 훌륭한 문화유산의 축적임을 차분한 어투로 말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이 주변의 냉대와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는 주변국의 역사를 낮은 것, 좋지 않은 것으로 보는 그 태도가 주요함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저자의 후기에서도 들었던 일화를 적는 것으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사학창궐을 고발하며 엄단을 요구하는 상소를 받은 정조가 거꾸로 상소한 자를 벌 준일이 있다. 사학의 창궐은 정학의 쇠퇴를 반영하는 현상일 뿐인데, 정학 진흥에 힘쓰는 대신 분란만을 일으키려는 태도가 옳지 못하다는 것을 경계하는 일화다. 이 일화를 통해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충분히 독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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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사이언스 - 과학선생 몰리의 살짝 위험한 아프리카 여행
조수영 지음 / 효형출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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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읽은 미애와 루이 가족의 여행기는 가족의 소소한 일상이 여행지의 아름다움과 어울려 빛이 나는 듯한 인상을 받았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한비야님의 여행기는 여정에 힘과 열정이 돋보여 더 없이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 책 조수영님의 사파리 사이언스는 여행지의 아름다움, 여정에 대한 열정 그리고 저자의 아는 만큼 보인다의 신조처럼 여행기내의 갖가지 정보를 종합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책을 읽는 내내 기쁨의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이 책의 장점을 나름의 기준으로 몇 가지 적어본다면, 우선 그림지도를 읽어내는 기쁨이 있다. 아기자기한 삽화는 글과 어울려 멋스러움 자아낸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담은 풍경과 인물 사진들, 색감이 너무 곱고 예쁘다. 어느새 여행지에 와 있는 착각을 절로 일으킨다.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저자의 설명과 해석이다. 여행기를 읽다보면 여행지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많은데, 이 책은 그 지역의 역사,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그 지역의 문화, 아프리카의 또 다른 주인 동물들에 대한 자세하고도 과학적인 설명,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지리 상식까지...종합 학문적인 설명을 읽고 음미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겠다. 장과 장 사이에는 전장에서 만난 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해도 쏙쏙 되고 재미도 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여행기답게 여행지에 대한 유익한 정보가 곳곳에 있으니, 아프리카 여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큰 선물이 될 것 같다.

케냐의 나이로비 공항에서 시작된 아프리카 여행, 역시 과학 선생님은 달랐다. 케냐 선수들이 잘 달리는 원인을 동부 아프리카 고원지대의 지리적인 특성으로 과학적으로 설명을 하면서 시작하고 있다. 독특하면서도 즐거운 책읽기가 시작되었다.

곳곳의 인상 깊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흥미롭게 읽은 부분을 간추려 본다면, 응고롱고로 분화구에서 만난 동물들에 대한 관찰이 그 중 하나였다. 누와 얼룩말은 왜 함께 이동하는가에 대한 설명, 하마가 물속에서 살아가는 이유, 코끼리의 방귀냄새와 동작에 따라 달라지는 방귀소리까지 그 질문의 넓이와 설명의 깊이가 대단해 보였다. 나도 나중에 여행지를 가기 전에 사전공부를 철저히 해보고 싶은 욕심이 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잔지바르섬에서의 다이빙 포인트 부분에서는 감탄과 부러움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언제 또 다이빙은 배운 것인지 하는 생각, 참으로 열정적인 사람이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저자가 바다 속에서 바다거북을 타고 유영했을 장면이 오버랩 되면서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러워졌다. 바다거북 외에 수중 생물에 대한 설명도 꼼꼼히 적고 있어, 읽고 알게 되는 재미는 계속되었다. 

탄자니아에서 잠비아로 가는 사파리 기차 안에서,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왜 기차에는 안전벨트가 없느냐고? 그 정도는 쉽게 대답할 수 있지 하며 읽어나가는데 오토바이도 안전벨트가 없단다. 관찰력이 보통이 아니다. 알고 있지만 실은 몰랐던 사실처럼 새롭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감탄사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잘 쓴 여행기는 역시, 여행자에 대한 감정이입을 통해 여행의 기쁨을 함께 느끼게 되는 것일 듯 하다. 그렇다면 이 여행기는 너무도 잘 쓴 여행기리라! 나 또한 아프리카를 꼭 밟아보겠다는 의지사 새록새록 샘솟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너무 행복했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픈 사람에게 꼭 권하고픈 책이 오늘로 하나 더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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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 2008-07-13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 발견요! "역시 과학 선생님을 달랐다." ^^;
비록 이집트지만 전 내일 아프리카땅에 발을 딛습니다. 아♪

책사랑(지현) 2008-08-05 0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신데요...저도 몇 번이나 읽고 고친다고 했는데, 와우~
 
잡인열전 - 파격과 열정이 살아 숨쉬는 조선의 뒷골목 히스토리
이수광 지음 / 바우하우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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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시대를 이끈 주역들을 중심으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잡인들을 통하지 않으면 당대를 뜨겁게 호흡하면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살필 수가 없다.” 이러한 연유로 작가는 살인사건을 통해서, 연애사건을 통해서 그리고 이번에는 잡인들의 모습을 통해서, 조선의 역사를 풍부하게 소개하고자 했다.  

 ‘열전’이란 여러 사람의 전기(傳記)를 차례로 벌여서 기록한 책이므로 이 책 또한 잡인들의 이야기를 나열해 놓은 것을 구성으로 하고 있다. 총 24명의 잡인의 기록을 담은 이 책은 각 잡인의 소개가 그리 길지 않고 각종 삽화가 끼어있어 쉽게 읽어 낼 수 있다.

 잡인열전을 쓴 저자의 다른 책들 외에도 최근 시도되고 있는 새로 쓰는 역사가 한창이다. 왕의 이야기가 아닌 민초들의 이야기와 잡인들의 이야기들이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은, 아마도 이 시대의 요구를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유럽의 중세 말 인문주의 운동의 르네상스가 신에서의 인간중심으로의 시각 변화의 한 맥락으로 이해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최근 이러한 새로 쓰기의 역사는 개인 블로그 시대라고도 일컫는 웹 2.0 시대와 맞물려 개인의 모습을 더없이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생활 속의 달인들이 인기방송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와 같은 인식의 결과일 것이다.

 이 책 전반에 소개되고 있는 조선 최고의 잡인 12인은 협객, 왈자, 노름꾼, 대리 시험꾼, 사기꾼, 주당, 파계승 등등... 그 직업의 정도가 다소 부정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조선 후기의 사람들로 붕당 정치의 폐단으로 인해 정치 기강이 해이해지면서, 백성들의 삶을 돌보지 않는 목민관들의 등장과도 맞물린다라는 점이 다시 생각해 볼 점이라 생각한다. 또한 나랏님이 제대로 된 정치를 하지 못하면, 백성들의 삶은 피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역사에서 얻을 교훈이 아닌가 싶다.

 후반에 소개되고 있는 천하제일의 잡인들은 그 분야의 대가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대가라고 해도 좋지 않은 분야가 몇 있다. 좀 더 긍정적인 분야의 대가들을 만나보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도 남아있다.

 뭐니뭐니 해도 이 책의 또 다른 즐거움은 옛 잡인들의 모습에서 이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을 읽는 동안, 어쩜 이 시대나 저 시대나 사람 모습은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역사의 한 부분으로서의 잊혀졌던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내어 새로 쓰고 있는 이 책은 당대를 열정적이게 살았던 그들의 모습을 잠시 기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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