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헌의 내 삶을 만들어준 명언노트
안상헌 지음 / 소통(랜덤하우스중앙)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 자신만의 좌우명을 적어오라는 숙제를 받아본 사람들이 많을거다.
막 코흘리개 초등학생을 벗어나 까까머리 중학생시절. 그 당시 직장때문에 우리 집에 와있던 외삼촌은 나에겐 대단한 사람이었다. 회사일도 그렇지만 매달말경 월급을 탈때마다 나를 불러내서 맛난걸 사주고 했으니 그 어린 마음에는 그게 무조건 좋았던 거다.

그런 외삼촌이 회사를 옮기면서 다른 곳으로 갈 때 내 책상 머리맡에 "굳은 신념은 나의 지름길이 된다"라는 말을 적어주고 간적이있다. 그런데 그 당시 어린 마음에도 그 글귀는 나에게 엄청나게 큰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때 그글은 나의 학창시절 좌우명이 되었고, 지금도  한해가 시작되는 첫날 내 다이어리의 첫장을 장식하는 글로 남아있다.

어떤면에서는 누구나 다 잘아는 내용으로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다. 하지만 그 순간 나에게 있어서는 이 세상 어느 현자의 말보다도 더 진하게 다가온 말이었다.

이 책은 그런 나의 경험에서 본다면 너무나 소중한 글들이다. 한번씩 곱씹어보고 싶은 말들이다.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아까운 말들이다. 자신의 생활이 지치거나 오만해진다고 생각할 때 쯤이면 이 책을 한번쯤 들춰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책을 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언들은 찾아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출처가 불분명한 말들이나 배우들의 말,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인용된 명언들은 다른 어느 철학자들이나 인사들의 명언들보다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건 지은이가 살아오면서 읽은 수천권의 책과 자신의 생활에서 감명을 받은 글들로 우리들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들의 생활에 밀접한 명언들을 행복한 삶, 삶의 태도, 돈, 자아·정체성, 인간관계, 삶의 목적, 깨달음이라는 7개의 챕터로 나누어 지은이가 강연을 하거나 생활 중에 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이 단순히 명언들을 통해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뭔가를 전해주고자 하는 글이라는 건 하나의 명언을 소개하면서 마지막에 담아 놓은 지은이의 아내와의 대화에서 눈에 번뜩이는 통찰력을 가지게 한다.

지은이가 던지는 명언은 가장 이상적이게 들릴 수도 있지만 지은이의 부인이 던져주는 한마디 한마디는 어떻게 보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명언을 뛰어넘는 생활의 지혜가 보인다는 점에서 더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어떤 면에서는 지은이가 소개하는 명언보다 지은이의 부인의 말이 더 절실하게 다가온 적도 있었다.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인생에 있어 시련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련을 극복하고 못하고는 자신에게 달린 문제일거다. 누군가가 그 시련을 대신해 줄 수는 없는거다. 하지만 그 시련을 이겨내는데 큰 힘이 되어주는 결정적인 말들은 있을 수 있다.

나 어릴적 외삼촌이 들려주었던 말이 현재까지도 내 인생을 지배하는 가장 소중한 글귀가 되었던 것처럼 누구나에게 그러한 글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명언들도 이 책에서 지은이가 밝히고 있듯이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는 아무리 좁은 도랑도 건널 수 없다. 소원과 목적은 있으나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어떤 환경도 소용이 없다(57쪽 내지60쪽), 학습이란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재발견하는 것이고, 행동은 아는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진정한 천재란 비범한 일을 수행하는 능력이 아니라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수행하는 능력을 가진 자를 말한다(256쪽 내지 263쪽)."라고 한 것처럼 나라는 자신이 직접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외삼촌이 적어 준 글을 실천에 옮겨보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요즘 봇물처럼 쏟아지는 많은 처세서나 경영서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겠지만 위에서 밝힌 것처럼 기존의 책들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명언들이 아니고, 지은이의 생활에서 터특한 지혜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전하는 한마디 한마디의 명언에서는 강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가까이 두고 내 생활의 자양분이 되도록 지은이가 한번 꼽씹었듯이 나는 지은이의 글을 다시 한번 더 꼽씹어보는 인생을 이 책을 통해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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