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바라본 자신의 모습

박찬욱의 몽타주
박찬욱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2월

'삼인조'라는 영화를 찍었을 때만 하더라도 독특한 감독이라는 인상은 받았지만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대단한 감독이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 책을 집어든 순간 박찬욱이라는 감독이 단순히 운이좋았다거나 재수가 좋았다는 것이 아니란 걸 느끼게 되었다. 끊임없는 자신의 계발과 부단한 노력이 지금의 박찬욱이라는 감독을 만들었던 것이다.

몽타주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박찬욱의 일상을 훑어주고 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라든지 아니면 자신의 일상사를 가감없이 아주 솔직 담백하게 옮겨 두고 있다. 여기서도 박찬욱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자신의 매일 일상사를 글로 옮겨둔다는 것은 왠만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이 하나 있는데. 그건 다름아니라 박찬욱 자신이 인터뷰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에게 질문하고 자신이 대답하는 식의 글이었다. 사뭇 진지해 질 수 있는 책을 좀 더 편안하고 친숙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한 것 같아 좋앗으며 무엇보다 박찬욱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러한 신변잡기적인 에피소드와 함께 자신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있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공동경비구역 JSA를 만들면서 발생한 재미난 에피소드와 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어서 우리 일반인들이 보는 영화가 아닌 감독의 눈으로 보는 영화에 대한 이야여서 영화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분량적으로 '복수는 나의 것'에 많은 부분이 지면으로 할애되어 있고, 친절한 금자씨는 몇 페이지 되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친절한 금자씨가 가장 최근에 개봉한 영화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복수 3부작에 대한 비교, 설명은 막연히 평론가들의 입을 통해 듣는 것보다 더욱 생생하게 들렸다.

그리고 뒷부분은 박찬욱 감독이 본 영화에 대한 간단한 리뷰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전에 박찬욱 감독이 배고픈 시절 비디오영화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실어서 상당한 호응을 얻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오마주라는 제목으로 새로 나온면서 이 책에도 일부분이 실려있다. 그가 설명하고 있는 영화들을 통해 박찬욱 감독이 추구하고자 하는 스타일의 영화를 이해하는데도 일조를 하지 않을까 한다.

아직 현재진행형인 감독 벅천욱. 그의 몽타주에 실리지 못한 부분이 계속해서 실리기를 바라면서 그의 영화적 매력이 물씬 풍겨나오는 작품들을 기대해본다,

정감이 뭍어나는 집이야기

이지누의 집 이야기
이지누 지음, 류충렬 그림 / 삼인 / 2006년 4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의, 식, 주"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간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되는 것 중의 하나가 집이다.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거나 아니면 업무차 들렀을 때 막상 내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려고 하거나 아니면 잘 곳이 마땅치 않을 때는 집이라는 것이 생각이상으로 엄청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요즘은 집이라는 것이 가족들이 오손도손 살아가는 생활의 보금자리라는 느낌보다는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서 투기의 대상이라는 생각부터가 먼저 들 정도로 우리들의 집에 대한 생각도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요즘은 집이라면 아파트라고 통할 정도로 우리들의 집은 언제부터인가 담이 사라지고 마당이 사라지고 뒷뜰이 사라지고 사각형 박스같은 답답한 아파트의 벽에 둘러 쌓이게 되었다. 집이라는 것도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편리함을 ?다보니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한옥은 이제 구닥다리 불편한 존재로만 느껴지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서 나는 지은이의 손에 이끌려 더벅머리 꼬맹이들의 목소리가 넘쳐나는 어린 시절의 골목길을 따라 마당 넓은 옛집으로 돌아간다. 지은이의 말처럼 문을 잠구는 게 아니라 문을 걸어 두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은이가 보여주는 우리들의 집은 단순히 무생물로서의 집이 아니라 우리들의 가족들과 같이 호흡하고 숨쉬는 살아있는 우리들의 가족인 것이다. 말썽꾸러기 동생, 엄하면서도 인자하신 아버지, 언제나 희생을 아끼지 않으시는 어머니, 인생의 혜안을 가르쳐 주시며 사랑으로 보살펴 주시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지은이가 보여주는 집에는 소중한 우리들의 가족이 있었다.

지은이는 골목, 대문, 울타리, 변소, 마당, 지붕, 우물, 부엌마루, 창문, 구들, 방 그 모든 것들을 꼽십어가며 우리가 잃어가고 잇는 소중한 것들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편하기만 했던 그 시절의 집이 이제와서는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그 속에 나의 추억이 뭍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아파트보다는 직접 몸으로 부대끼며 자연과 그대로 같이 공존했기 때문이 아닐까.

갑자기 아랫목에 묻어 두었던 밥과 온 동네를 하얗게 만들었던 여름날의 방역차가  보고싶다. 소중한 것들을 이제는 글이나 사진으로만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 서글프긴 하지만 이렇게 추억으로라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싶다.. 가슴 한켠이 따스해 져오는 책이었다. 단순히 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맑고 깨끗한 책이다.

진정한 마케팅을 배우기에는 역부족인

돼지개 귄터 마케팅을 배우다
슈테판 프레드리히 지음, 티모 뷔르츠 그림, 유영미 옮김 / 해냄 / 2006년 2월

"돼지개 귄터, 마케팅을 배우다"라는 책 제목에서부터 이 책은 요즘 유행하는 우화식의 경영서 내지는 처세서일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지은이는 우리 마음속의 게으름을 상징하는 돼지개 귄터를 내세워 마케팅에 잇어서 필요한 지식들을 아주 쉽고 간결하게 풀어쓰고 있다.

경영서라든지 처세서를 많이 읽어 본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책 내용이 너무 원론적이라는 것이다. 마케팅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마케팅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잇는 내용들이라 하겠다.

물론 내용이 간결하고 단순하다고 해서 그 책이 가지는 가치가 평가절하되어서는 안된다. 모든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이라는 말이 있듯이 기본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다른 것들을 이해할 수 없듯이 간결한 내용이지만 거기에 담겨진 내용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잇다는 것이다. 지만 그러한 내용 자체가 일반인들도 이미 많은 매스미디어를 통하여 알고 있는 내용들이라면 그건 말이 달라진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결함 아닌 결함을 가지고 있다.

왼쪽 페이지에는 주요 테마와 함께 그림을 곁들이고 있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거기에 관계된 글을 풀어 쓰고 있는데 읽어보면 별다른 내용이 없다는 것을 금새 알게 될 것이다. 읽는데는 몇시간만 투자하면 될 정도다.

양장본으로 잘 다듬어진 외관에 비해 내용이 많이 빈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책 내용이 마케팅에 관한 것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대인관계에서의 지침을 담아 놓은 책이라고봐도 무방하다. 처세술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알고 싶어하시는 분들에게는 나름대로 가치를 가질 수 있지만 좀 더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실망을 안겨다 줄 수도 있다.

재밌게 읽는 미국의 역사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11 - 미국 : 미국역사 편 ㅣ 먼나라 이웃나라 11
이원복 글 그림 / 김영사 / 2004년 7월

책을 읽다보면 좀 더 편하고 재미나게 읽을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분야가 있다. 아마도 그런 분야 중의 대표적인 분야가 역사가 아닐까 한다. 오랜 세월동안 펼쳐진 역사의 파노라마를 긴 글을 통해 다 읽고 이해한다는 건 솔직히 무리다. 우리나라의 역사도 아닌 경우에는 그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을 기억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등장하는 인물도 한 두 사람이 아니고 거기다가 이름도 외우기 힘드니 말이다.

그럴때면 이런 만화책을 읽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간단하게 요약한 글과 그림에서 오는 편안함은 쉽게 책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무엇보다 역사속의 인물이 작가의 손에 의해 일정한 모습으로 캐릭터화되니 기억하기도 쉽고..

20세기 초강대국으로 등장한 미국. 다인종 사회, 거기다가 결코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를 들었다 놨다하는 힘을 가진 나라.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걸까. 그건 그들이 걸어온 역사를 통해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프론티어 정신과 자유, 평등이라는 이념을 내걸고 다민종 사회를 하나로 결속시키는 그들의 힘을 결코 얕보아서는 안된다. 그들은 분명 이 세계의 최강국이다. 어느 나라도 미국을 적대할만한 나라는 없다. 이 책을 통해서 미국을 읽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역사가 아니라 그들이 일구어온 역사속에 함축된 정신을 이해하는 길이다.

역사는 읽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거다. 역사속에 숨겨진 그들의 힘과 정신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딱딱한 역사서에서 오는 지루함을 탈피하고자 하는 본서의 의도는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본다.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깊이있는 미국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혹평을 받기도 하지만, 저자는 이 분야에서는 남다른 재능을 발휘하는 것 같다. 어렵고 복잡한 역사를 몇줄의 글과 간략한 삽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와닿게하는 재능은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물론 판단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잊혀져가는 우리의 늪에 관심을....

한국의 늪 - 생명의 땅, 습지를 찾아서
강병국 지음, 최종수 사진 / 지성사 / 2006년 1월

얼마전 새만금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사를 재개해도 좋다는 것이다.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2명의 대법관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그렇게 본다면 이 판결이 전적으로 옳다고는 볼 수 없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라고는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판결에 의해서 잔연을 재단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지금 당장은 모르겠지만 향후 수십년 뒤에 그 자연이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장담을 할 수 없다. 실패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시화호가 아니던가.

우리 주위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것들 중의 하나인 늪. 경제 논리에 밀려서 우리와 함께 호흡하던 늪이 이제는 자꾸만 사라져 버린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말이 나온다. 지금 서구 유럽에서는 예전 간척지로 막았던 곳을 다시 원상으로 돌려놓는 국가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우리가 인위적으로 그려놓은 그림은 분명히 자연이 만들어낸 그림과는 다를 것이다. 모든 것이 좋은 것이 있으면 나쁜 것이 있듯이 자연의 생명력이 살아 숨쉰다고 하는 늪을 막는다면 우리 자연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지은이는 서문에서 "이 땅의 아름다운 습지는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랍니다. 단지 다음 세대들에게 잠시 빌려 쓰고 있을 뿐입니다.''생명이 있는 모든 동식물은 다 우리의 형제''이기 때문에 뭇 생명들의 삶의 터전인 습지를 훼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훼손되거나 파괴된 습지를 되살리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기도 합니다"(본문 7페이지 참조)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면서도 우리가 쉽게 망각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자연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늪에 대한 보호를 위한 세계적인 협약으로 람사 협약이 있는데 그 람사 협약에 의할 경우 늪이란 무엇인지, 늪이 우리에게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 늪의 보전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쉽게 풀어쓰고 있어 청소년들도 읽을 만한 책이다. 무엇보다 작품이라고 할만한 수십점의 사진들은 우리 늪이 이렇게도 아름답고 눈부신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지은이는 이처럼 많은 사진과 설명 뿐만 아니라 책의 말미에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 2급, 습지와 관련된 인터넷 웹사이드 등을 수록하는가 하면 우리가 몰랐던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지은이의 세심하면서도 자상한 글쓰기를 느끼게 한다.

선진국들은 이전의 경제 일변도에서 나온 부작용으로 빚어진 자연 파괴 현상이 우리들의 생활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인식하면서, 너나할 것없이 서로 앞다투어 자연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국민들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도 다시금 한번 우리 주위의 자연을 돌아 보아야 할때가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차츰 잊혀져가던 늪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본서는 더없이 훌륭한 자연공부임과 동시에 더불어 사는 기쁨을 맛보게 하는 책이다. 여유가 되면 이 책에 등장하는 늪을 직접 가보는 것도 좋은 체험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