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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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헷세의 <데미안>

오늘 우연히 <설민석의 책 읽어드립니다>의 ‘데미안 편‘을 시청하게 되었다. 대학 들어가기 전에 읽은 것으로 기억한다. 다시 방송으로 접하니 새로웠다.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른바 ‘성장소설‘(Bildungsroman)이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싱클레어는 작가 자신의 성장배경이 투영되어 있다. 아버지는 목사였고, 할아버지는 선교사였던 기독교적 가정이 바로 헷세의 뿌리였다. 흔히 모태신앙인들이 가지는 아킬레스 건이 바로 너무 규범적이고 엄격한 종교적인 틀에서 자란 것에 대한 반발과 저항심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헤르만 헷세는 <수레바퀴 밑에서>에서 신학교를 다니다가 뛰쳐 나오는 대목이 그런 작가의 성향을 보여준다. 헷세는 그런 기독교적인 분위기를 벗어나고 싶어했고 나중에는 동양철학에 눈을 돌렸던 것 같다.



-헤르만 헷세는 <데미안>을 출간할때 ‘에밀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출간했다고 한다.





2 싱클레어가 만난 사람들

에밀 싱클레어는 가정을 떠나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느낀 이질감을 극복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어설픈 거짓말이 오히려 일진과도 같은 존재인, 프란츠 크로머에게 덜미를 잡히는 형국이 되어 계속 시달림을 받게 된다. 하지만, 데미안의 등장으로 인해 싱클레어는 더 이상 크로머의 위협으로부터 자유하게 된다. 싱클레어의 학창시절, 그리고 젊은 시절 전쟁에 뛰어던 시기까지가 <데미안>의 이야기이다. 싱클레어가 온실 속의 화초로 자랐던 부모님의 품을 떠나 만난 프란츠 크로머, 자기를 도와 준 데미안, 마음 속에 짝사랑했던 베아트리체(자기 혼자서 지은 여인의 필명인 셈이다, 단테의 <신곡>에 등장한다), 종교적인 열정이 가득했던 피스토리우스, 데미안의 엄마 에바 부인, 그리고 다시 데미안...수많은 사람들의 만남을 통해 싱클레어는 성장하게 되고, 마지막은 싱클레어가 데미안처럼 성숙한 자아를 가지게 되는 형태를 띤다.





3 소설의 첫 구절

<데미안>의 첫 구절이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4 나를 찾아가는 구도자

헤르만 헷세는 <데미안>의 첫 구절처럼,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기독교적인 전통과 분위기를 벗어나서 초월하기 위해 노력한 듯 싶다(원래 문학의 첫 문장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냥 쓰여지는 것이 아니란 말씀이다) . 헷세의 인생에서는 두 번의 세계대전이 있었기 때문에 더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나 싶다. 참혹한 전쟁의 경험을 했던 헷세에게 자신이 온실처럼 자랐던 기독교적인 선의 세계와 현실은 너무나 대조적이었을 것이다. 거기서 오는 갈등과 분열과 균열이 헷세를 더 자신의 내면에서 자기를 찾아가는, ‘나‘를 찾아가는 구도자의 스토리로 나아간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나는 여기서 신이라고 일컫는, 아프락사스나 데미안이나 이런 인물들의 이름, 상징성, 의미를 파헤치고 싶진 않다.





5 가장 유명한 문장

헷세가 추구했던 문학세계와 철학들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오늘은 <데미안>의 유명한 문장에 주목하고 싶다.
소위 “알까기” 문장이다.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내게 익숙한 문장은 이렇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또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6 성장은 통합하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일평생 성장하면서 살아간다. 육체적인 성장이 멈추어 도태될 수도 있지만, 정신적, 영적인 성장은 평생 자라간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은 만난다. 우리를 억압하고 약점을 잡고 늘어지면서 숨통을 죄어오는 프란츠 크로머같은 인간도 만난다. 하지만 인생의 쓴맛을 안겨준 크로머를 배제시키거나 삭제해선 아니된다. 내게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겨준, 기억하기도 싫은 크로머라도 내 인생에 우겨넣으면서까지 통합시켜야 성장이 이뤄진다. 반대로 우리의 고충과 아픔을 경청하면서 나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도움을 주고 위로를 주는 데미안같은 인물을 만나기도 한다. 일종의 멘토mentor라고 볼 수도 있겠다. 처음에 공감과 이해가 되었던 사람이지만, 나중에는 관계의 ‘유리벽‘을 느껴 멀어지고 결별하는 피스토리우스 유형의 인간도 있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마음 떨리게 하며 연모하게 하는, 베아트리체와 같은 인물도 만난다. 마지막으로 싱클레어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에바 부인, 이브Eve를 상징한다. 베아트리체 때와는 다른 연모의 정을 느끼는 에바 부인이었지만, 작품의 마지막에서 작가는 야전병원에 누워있는 싱클레어에게 입맞추는


‘데미안의 입맞춤은 에바 부인의 입맞춤‘


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은 데미안과 에바 부인, 더 나아가서 싱클레어의 인생에서 만난 모든 인간, 존재들은 남성과 여성, 성격과 캐릭터, 선과 악을 구분하여 쪼개어지는 것이 아니라 싱클레어의 자아 안에서 통합되어진다는 측면을 보여준다. 성장은 이처럼, 쓴맛과 단맛이 뒤범벅된 인생을 내것으로 통합시킬때 이뤄진다.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 ‘나‘(unifying ego)는 그렇게 자신의 인생의 구도자로 서 가는 것이다.





7 성장하고자 하는 자는 ‘성장통‘이 필요하다

헤르만 헷세는 에밀 싱클레어는 한 개인을 통한 내면세계의 성장을 보여주었지만, 이것은 확대해보면 인류라는 세계가 가지고 가야할 ‘통합의 성장통’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성장하고자 하는 자는 ‘성장통‘이 필요한 것임을!

한번쯤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가?

정말 위대하고 탁월한 인물이 되려면, 얼마나 많은 실패와 상처를 감내해야 하는가? 아니면 반대로 인간이 실패와 절망과 상처와 비탄의 곁길을 되도록이면 밟지 않고 순탄하게 살아낸 것이 더 아름다운가?


예를 들어,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요셉은 도덕적으로 굉장히 순결한 인물이었다. 성적인 유혹을 이겨낸 대단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형이었던 유다는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겠지만, 며느리 다말과 관계를 맺게 되어 쌍둥이를 낳고 메시야의 계보를 잇게 된다. 물론 성경의 이야기와 세속사는 결이 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인간이 실패를 많이 경험한 자나 실패없이 성공의 가도만을 달린 자가 보여줄 수 있는 정신적인 크기와 상처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나는 전자가 더 옳거니 후자가 더 옳거니 하는 식의 판단은 거절하고 싶다. 삶이란 한 자아의 선택의 합이고, 그 선택은 한 선택자의 몫이고, 책임이기도 하고, 전자나 후자나 둘 다 감당해야 할 성장통은 우리들의 숙제이기도 하고, 오늘 하루의 숙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또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내 기억에 제일 잘 남은 ‘알까기’ 버젼으로 인용한다! 기억을 더듬어 간만에 글을 적는다. 오늘도 손흥민은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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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7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0-10-27 1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대인 러바이가 그랬다고 합니다.

소라게들이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
는 성장통을 필요하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먼저 인식
해야 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맞는 집에서 살다가 자라면
다시 새로운 집을 찾고 적응해 가는
그런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삶에서
배워야할 그런 게 아닐까요.

카알벨루치 2020-10-27 19:56   좋아요 0 | URL
불편함은 인식하고 통합하고 자기화한다는 것, 그 고통이 만만치 않음을...그래서 성장은 쉽지 않은듯합니다
 
피은경의 톡톡 칼럼 - 블로거 페크의 생활칼럼집
피은경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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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은경의 톡톡칼럼>을 읽는데, 아는 블로거, 페크님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참 생각의 깊이가 남다르신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옛날의 기억을 소환하게 되었다.





2

˝내겐 친구가 없어!˝

이 말을 친구들 앞에서 했더랬다. 20대의 푸르른 청춘의 시절에 나는 교회에서 항상 부대끼던 ㅂㅇ친구 둘 앞에서 내뱉었다. 그것도 우리 집에 초대해서 1박을 하면서 노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면 우리집에 와 있던 그 두 명의 친구들은 친구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내가 그 때 무슨 생각이 골몰한 나머지 그런 말을 했는지 참 똘아이도 그런 똘아이가 없다 싶다. 지금 생각하니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발언 때문인지, 시간의 풍화작용에 의해서인지 우리는 연락을 거의 하지 못했다. 나는 그때의 독소와 같은 말의 영향력은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단지 시간의 풍화작용에 의해 우리의 관계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지냈던 것 같다.






3

말이란 것이 얼마나 파급효과가 큰 가! 그 말 한 마디가 사람의 내면 속에서 맴돌다가 혀 끝에서 준비하다가 입 밖으로 튀어져 나올 때 그 말이 주는 무게감이라는 것, 그 영향력이란 것이 얼마나 거센가! 후폭풍이 얼마나 대단한가 하는 것은 우리가 오늘날의 정치판에서도 너무나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네가 하면 불륜이다‘는 말처럼, 저자 피은경은


‘직장에서 내가 휴식을 취하면 재충전이지만, 남이 휴식을 취하면 근무태만이다‘(59p)


라는 말로 인간의 내면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말이라는 것은 한 개인에게서 출발하여 누군가에게 전달되어질 지향점, 목표지점을 향해 달려간다. 다른 이의 가슴이란 과녁과 표적에 정확하게 맞는다면, 그것이 상처의 데미지를 줄 수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는 감동의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자신에게서 출발되어지는 것인데, 그 출발지점에 선 나 자신, 나라는 인간이 어떤 내면의 풍경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상처의 화살인지, 위로의 화살인지가 결정날 것이다.


마태복음 7:1-5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


그래서,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은 비판 자체를 하지 말라고, 헤아리는 그 헤아림과 판단을 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내가 비판하고 판단한다면, 반드시 그것을 내게로 되돌아 올것이라고 말한다.






4

저자의 글 중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지인이 친구들과 모임에서 다들 차를 몰고 왔는데, 자신은 차를 몰고 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차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친구 중에 하나가 집으로 가는 길이 같은 방향이니 태워주겠다고 큰 소리로 이야기한 대목이 오히려 본인에게는 상처가 되었다고 말한다.


‘배려해 준 것은 고마웠으나 그 말을 하는 바람에 다른 이들이 자신이 차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게 문제였다. 그 친구는 차가 없는 자기 처지를 자각하게 되면서 자존심이 상하더란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에 따르면 ‘악‘은 평범한 것으로 ‘사유하지 않음‘에서 시작된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린 타인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52p)


이 대목을 읽는데 저자의 범상치 않은 사유에 감탄을 하게 된다. ‘배려‘라는 것은 인간의 내면의 동서남북을 얼마나 측량할 수 있는 지, 그 정신적 크기가 얼만큼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내겐 친구가 없어!˝


나는 왜 그때 미친 또라이 같은 발언을 했을까! 적어도 20년은 지난 듯 한데, 글이 기억을 소환하니 갑자기 미친 듯이 글을 적고 있다.







5

아이가 아팠을 때다. 통장의 잔고는 바닥을 치고 있고 치료비는 계속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20년 전에 친구의 면전에다 그 비수같은 말을 꽂았는데, 그 사실은 새까맣게 잊고 전화를 걸었다. 내가 그때 내가 했던 그 말을 기억했다면, 미안해서라도 연락을 못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친구가 자신의 상황도, 여건도 좋지는 않지만, 20여년 만에 전화해서 부탁하는 나에게 거액을 빌려주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씩이나 빌려주었다. 내가 얼마나 몹쓸 놈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어려운 부탁을 해도 거절하지 않고 받아주는 사람이 친구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 바보같은 놈아!



˝내겐 친구가 있다!˝



인제 이렇게 다시 바꿔 20여년 만에 친구에게 연락해야겠다. 아직 빚이 있으니, 빚 갚을 때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 용서를 구해야겠다. 빚은 지니깐 채무자가 된다. 채무자는 채무의 의무 때문에 채주에게 얼굴을 잘 못 들게 된다. 친구에게 약속을 제대로 지킨 후에, 이 과거의 썰을 풀어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고맙다, 친구야!˝


˝그리고, 그때는 내가 어리석었다. 미안하다, 친구야!˝






6

잠언 27:17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 것 같이 사람이 그의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느니라




“고맙다, 친구야!”


*페크님 감사합니다!
읽으면서 기억소환하는게 많아 천천히 음미중입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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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19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쓰기를 끝내신 걸 축하드립니다.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기에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카알벨루치 님이 나중에 책 내시면 그땐 제가 리뷰를 써 드리겠습니다. 좋은 이웃 덕분에 감사한 밤입니다.

카알벨루치 2020-09-19 22:54   좋아요 1 | URL
리뷰쓰기라기보단 그냥 제 기억을 소환하여 성찰한 내용이 많아서 제가 오히려 감사하죠 문학과 기타 독서가 삶에 녹아내린 글과 사유가 너무 좋던대요 아직 읽고있습니다 페크님 다음 책 기대할께요 페크님 배려심이 장난 아니신 듯 싶어요 뫼르소 이야기도 좀 놀랬습니다 또 이야기를 페이퍼로 쓸수 있을 듯 합니다 ^^

2020-09-19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9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8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29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았다


이병률의 <혼자가 혼자에게>란 에세이집에 보면, 시인은 그런 이야길 한다. 만약 당신에게 앞으로 살 날이 10분 밖에 없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아니 앞으로 1년만 살 수 있다면?’ 이런 질문을 들어봤는데, 앞으로 10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질문에 순간 온갖 생각이 다 지나갔다. 그 질문에 대뜸 막내가 생각이 났다.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아직 막내에겐 아빠가 부재(不在)’이거나 불투명한, 기억에 제대로 자리잡지도 않은 존재로 남아 있을 것 같은 느낌에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10분이면...당장 병원으로 달려가기도 어렵고 전화통화를 해야 하나? 아니면 편지를 남겨야 하나? 몇 자 적다가 시간이 다 되어버리겠지. 생각이 복잡했다. 아내...그리고 애들에겐 뭘 남겨야 하나? 그러니 생각이 바빠졌다. 조급해졌다.

 

순간 시간이 남아 있다는 현실이 너무 감격적으로 다가왔다.


 

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았다

 

 




2 시간이 선물이다


이 명제thesis가 엄청 큰 위로로 다가왔다. 가족...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더 시간을 보내며 소비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 그래서 책을 보다가 첫째 초딩 5학년 아들을 안고 쇼파에서 잠들었다. 아들의 머릿결, 촉감, 느낌, 목덜미, 등...매끈한 다리와 엉덩이를 더듬어보며 주어진 시간에 감사했다. 그렇게 따지다 보니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 무언가란 질문을 해보았다. 인생에서 가장 the best의 선물은 시간’이란 생각, 스펜서 존슨의 ‘Present is present’라는 말은 너무 식상하고, 상업적이고 지루하게 들린다.




시간이 선물이다

 



 

3 아직 굿나잇 키스는 안 됩니다!


이어령 박사가 자신보다, 부모보다 먼저 떠난 딸을 그리워하며 적은 글이 책으로 나왔더랬다.




딸과 함께 놀이동산에서 탔던 회전목마를 기억하면서 딸은 회전목마를 어릴 적 겁 없이 타고는 한 바퀴 돌고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딸을 회전목마에서 내리게 해야했다고 혼잣말을 한다. 그 말에서 사람의 마음을 잡고 울리는 아비의 슬픔이 느껴졌다. 딸과 함께 보낸 시간 속의 추억과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어 기억이 되고, 회상이 되고, 추억이 되는 걸까? 만약 그 추억꺼리가 될 시간조차 기억조차 없다면, 부재한다면 떠나보낸, 남아 있는 이는 얼마나 슬플까? 내가 고작 3살박이 늦둥이 막내 입장이 되었을 때, 딸의 입장이 되었을 때 아빠에 대한 기억의 부재가 그런 느낌으로 다가올까 봐 그게 너무 슬펐던 거다. 물론 내가 10분만 살고 죽으면, 아내는 혼자 살기보다 새 사람을 만나는게 나을 듯 하고, 기억 없는 생부인 나 대신에 새 아빠의 시간을 막내에게 선물해 줄지도 모를 일이다. 죽음은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끔 만든다.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직 사랑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게 너무 감사했던 몇 달 전의 기록을 생각나서 들추어보았다.


 구약성경 출애굽기에 여호와 하나님이 모세를 부르시면서 질문하는 그 대사가 훅 치고 들어온다. 


출애굽기 4:2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그가 이르되 지팡이니이다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나는 시간이란 대답을 했다. 내 손에 있는 시간의 지팡이! 아직 사랑할 수 있는, 막내와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사였던지 모른다. 다행히 막내는 4개월 동안의 입원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시술 후에 퇴원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아플 즈음에 코로나가 발발했다. 알라딘에서 내 글은 블랭크로 공백을 가졌지만, 솔직히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글을 썼다. 살아남기 위해, 힘을 내기 위해 난 더 글을 썼다. 그리고 지금은 조금 한 숨을 돌릴 수 있다.



아.직.사.랑.할.시.간.은.남.았.다.

 

 




5 조금 더 사랑해야


작가 김종원의 <사색이 자본이다>라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인생에 있어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마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가슴 아플 것이다.”(316p)


라고 말했다.

 





6 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았다


시간은 선물이다.


내 손 안에 들려진 시간, 이 소중한 모래시계...



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았다

아직 사랑할 시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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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0-09-18 1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카알님
콧등이 시큰거리네예.
딸과 아내, 부모님 생각을 한번더 해봅니다.
저도 어제 7살난 딸애 자는데 옆에 가서 꼭 껴안아보니 얼마나 행복하던지요
이번주말은 사랑하는데 시간을 써야겠습니다^^

카알벨루치 2020-09-18 13:26   좋아요 2 | URL
사랑해도 사랑해도 모자랄 우리의 인생인데 그게 제일 어려운 숙제인 듯 하기도 합니다 응원합니다 북키님!!!!

북프리쿠키 2020-09-18 13:32   좋아요 2 | URL
본격적으로 컴백하십니까 ㅎ

카알벨루치 2020-09-18 13:38   좋아요 2 | URL
지금은 뭐라고 말을 못하겠습니다 말이란 것이 사람의 행동을 규정지울 수 있는 족쇄가 될 수도 있느니~전 무엇에 얽매이는 걸 힘들어해서요 ㅎㅎㅎㅎㅎ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여백도 생기겠지요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가을이란 단어가 훅 들어옵니다 ^^

stella.K 2020-09-18 15: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유, 힘든 시간이 있으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그 시간속에 더욱 단단해지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얽매이는 거 싫어하시는 건 저랑 똑같습니다.ㅋ

카알벨루치 2020-09-18 16:21   좋아요 2 | URL
고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
 

 

 

1

 

30대였던가? 그때 <나는 4시간만 일한다>는 책을 집어 들었다. 4시간만 일하고 자기를 만족할만한 월급과 연봉을 손에 쥔 그가 너무 부러웠다. 하지만 그 책은 읽다가 말았다. 예전에는 읽다가 만 책이 즐비했다. 그 책을 쓴 저자는 팀 페리스이다. 팀 페리스가 또 하나의 베스트셀러를 탄생시켰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라는 책이다. 언젠가부터 베스트셀러에 대한 경외심(?)은 사라졌지만, 또 읽어볼만한 것은 읽어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책은 팀 페리스가 133명의 성공한 이들, 현자들에게 메일을 보냈고, 100명이상의 사람들부터 답장을 받아냈다. 그리고서 그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정리해서 만든 책이다. 우리는 팀 페리스의 도움으로 우리 인생의 가이드, 인생의 세르파sherpa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독서노트를 정리하다가 지쳐서 접고 글을 친다.

 

 

 

 

 

 

 

 

2

 

마르셀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방대한 소설로 유명한 작가이다. 대학때 그 수업에 대해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책은 아직 읽지 못했다. 읽지도 못한 책 제목을 따오다니! 참, 나도 어지간하다 싶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이런 글을 남겼다.

 

 

 

"여행의 진가는 수백 개의 다른 땅을 같은 눈으로 바라볼 때가 아니라 수백 개의 다른 눈으로 같은 땅을 바라 볼 때 드러난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은 수많은 낯선 땅을 돌아다니면 자신이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한다. 더 좋은 것은 다른 나라의 언어, 외국어를 배워보라고 추천한다. 다른 나라의 문화와 풍습, 철학, 정신 등. 이 모든 것을 제대로 느끼려면 언어를 배우라고 이야기한다. 그래,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을 또 하나의 정신세계가 열리는 것이겠지. 근데...참 내가 할 수 있는 언어가 얼마나 되는가? 젠장!

 

 

프루스트가 이야기하는 이 문장이 참 가슴에 내려앉는다. '수백 개의 다른 땅을 같은 눈으로 바라 볼 때'가 아니라 '수백 개의 다른 눈으로 같은 땅을 바라볼 때' 여행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말한다. 같은 땅을 계속 쳐다보면 거기에 무슨 새로운 것이 있을까? 거기에는 '새로운 눈, 수 백개의 다른 눈'이 필요한 것이다.

 

 

 

 

 

 

 

 

3

 

언젠가 읽었던 사진 작가, 사울 레이터는 이런 말을 남겼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행복이다."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아무 일이 수 없이 일어난 사람만이 이 문장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사진작가, 사울 레이터였다. 그는 평생 뉴욕시였던가? 거기서 60년을 살았다고 한다. 이사 가지 않고 한 곳에서, 허름한 도시에서 그렇게 생애를 보냈다. 거기서만 사진을 찍고 '수백 개의 다른 눈으로 같은 땅을 바라보았던' 사진 작가였다. 수백 개의 다른 땅을 다니면 '넓이'는 생기겠지만, '깊이'는 부재할 것이다. 김영하 작가였던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가 어느 도시를 여행했다고 칠 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얼마나 여행했을 때, 여행했다고 할 수 있느냐는 그런 질문을 던진다. 일본의 작가가 20여년 전에 여러 나라에서 똥을 싸 보라는 경험을 하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많이 돌아다니란 이야기인데, 과연 여행을 얼마만큼 해야 그 도시를 여행했다고 할 수 있을까? 숙박하고 관광하고 인증샷 날리고 그런 것이 과연 여행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런 식으로 여행을 접근한다는 말이다. 하일지 소설가는 한국인들은 관광을 사진 찍기 위해 한다고 그의 소설에서 비판한 적이 있다. 다들 '증거 수집'을 위해 SNS에 인증샷을 컬렉션하고들 난리다. 그게 여행은 한 것인가? 나이가 들면서 더 그런 생각이 절실하다. 여행을 흔히 '돌아다니는 것'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여행에 대한 사색을 담은 책을 보면, 어떤 이들은 배를 타고 여행을 가긴 했지만, 배에서 내리지 않고 그 도시를 돌아다니지 않고서도 정박한 배 안에서 글을 쓴 이들도 있다고 한다. 여행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수백 개의 눈'이란 생각이 든다. 그것이 '같은 땅'이면 더 '깊이'가 있지 않겠는가!

 

 

 

 

 

 

 

4

 

우리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똥을 쌀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본 작가의 말처럼 똥을 싼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싶기도 하다.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여행은 젊은 때, 힘이 있을 때 다니라고 인생의 선배들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오늘날 코로나 시대로, 팬데믹 현상이 지구촌에 가득한데, 여행의 욕심은 살포시 접어놓은 타이밍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수백 개의 다른 눈'이 필요하다는 것.

 

 

 

"나는 찾아내지 못하면, 나를 만드는 일을 하지 않으면,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진다"(15p)

 

 

 

팀 페리스가 한 말이다. 아무리 많은 여행지를 다니고 화려하고 찬란한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자아를 찾고, 자아를 만드는 일을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의미한 일이라는 이야기에 동감이 간다.

 

 

 

 

 

 

5

 

<타임Time>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에 한 사람인 아리아나 허핑턴이란 작자가 있다고 한다. 아직 나한테는 영향력이 없는데, 내 허락도 없이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단 말인가? 허참! ㅎㅎ그래도 이 문장 하나만으로 영향력을 내게 끼쳤기에 인정해준다.

 

 

"나는 확신한다. 앞으로 부자는, 성공하는 사람은 돈이 아니라 마음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로 결정될 것이다."(267p)

 

 

돈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는 말이다. 이 사실에 다들 동의할지 모르겠다.

 

 

 

 

 

 

 

 

6

 

오늘 하루도 내 마음을 잘 지킬려고 노력했다. 거기에 감사한 하루이다. 우리는 날마다 우리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살아간다. 내 삶 가운데 같은 땅, 같은 집, 같은 차, 같은 가족, 같은 인간관계, 같은 공동체, 같은 직장, 같은 나라, 같은 모든 것...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하나의 눈이 아니라, '수백 개의 눈'으로 바라볼 줄 아는 시선과 마음이 중요하다. 한국의 현실은 지금 이데올로기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가운데 있다. '하나의 눈'으로만 바라보면, 비판과 비난과 분노가 일어난다. 부디 나 자신부터 '수백 개의 눈으로 같은 땅을 바라 볼 수 있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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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0-08-31 0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은 곳이어도 다르게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게 그거다 생각할 때가 더 많네요 같아 보여도 잘 들여다 보면 다를 텐데, 지난해와 올해 하늘은 다르겠지요 꽃이나 나무도... 보다보면 못 본 것도 보게 되죠 그런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가끔이라도 있다면 좋겠지요 정말 아무 일 일어나지 않는 게 좋죠 그건 무슨 일이 일어나야 깨닫는 거네요

카알벨루치 님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팔월 마지막 날 건강하게 보내세요


희선

coolcat329 2020-08-31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백개의 눈으로 같은 땅을 바라보라...멋진 말이네요. 고정관념을 버리고 마음을 열고 바라보라는 뜻이겠죠? 여행이 너무나 가고싶은 요즘 입니다 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일거 같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글씨체도 오랜만에 반가웠구요 😊

카알벨루치 2020-09-04 00:01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기억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언제나 건강이 최고입니다 ^^
 

  

 

1

 

오늘은 늘 썼던 paper를 놔두고, 존 파이퍼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그리스도>에 대한 리뷰를 적어야겠다.

 

 

 

 

 

 

 

 

 

 

 

 

 

 

 

2 살든지 죽든지 임마누엘!

 

존 파이퍼 목사는 1부에서 <코로나를 다스리시는 하나님>에서 자신의 2005년 전립선 암 진단결과에 대한 이야길 한다. 코로나19에 대한 확진자 판정을 받는 것과 암 선고를 받는 것의 경중을 따질 때 어느 것이 더 충격이 클까? 이런 질문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질문이다. 무엇이 더 무서운 질병일까? 문득 질문해 보게 된다. 사람이 일평생 살아가면서 한 번은 꼭 죽는다. 그게 인간의 운명이다. 저자가 자신의 암 진단 이야기를 했을때, 인생은 원래부터 종말론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파이퍼야, 이것은 나의 진노가 아니다.

살든지 죽든지 너는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

 

 

암이든, 코로나 바이러스든, 우리가 그 질병에 걸릴 확률은 사뭇 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살든지 죽든지 너는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라는 이 메시지는 '반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의 발을 받쳐주는, 그리스도인들의 발을 받쳐주는 견고한 반석인 것이다. 우리가 찬양하고 노래하고 예배하는 그 하나님 아버지는 견고한 반석이 되신다는 믿음! 팬데믹 시대에 인류는 수많은 불안과 공포와 두려움에 가득 차 있다. 하지만,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나의 생사 여부에 관계없이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얼마나 놀라운 사실인가!

 

 

 

 

 

 

 

3 주의 뜻이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파이퍼 목사는 이 이야기를 한다.

 

야고보서 4:13-15

13.들으라 너희 중에 말하기를 오늘이나 내일이나 우리가 어떤 도시에 가서 거기서 일 년을 머물며 장사하여 이익을 보리라 하는 자들아

14.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

15.너희가 도리어 말하기를 주의 뜻이면 우리가 살기도 하고 이것이나 저것을 하리라 할 것이거늘

 

-15절에 '주의 뜻이면 우리가 살기도 하고 이것이나 저것을 하리라'...이 말은 하나님이 결정하시면 우리는 이것이나 저것을 한다는 말씀이다. 다음은 저자가 개인적으로 받은 메시지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깨어 있든지 자든지 너는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네가 살아 있는 동안 내가 결정하지 않은 일은 네게 단 한 가지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결정하면 너는 살 것이고, 내가 결정하면 너는 죽을 것이다. 네가 나의 결정에 따라 죽을 때까지 나는 네가 이것이나 저것이나 하도록 결정할 것이다. 그러니 일하거라."(21p)

 

저자는 말한다. 이것이 오늘과 내일 과 영원토록 자신을 받쳐주는 반석이라고!

 

 

 

 

 

 

4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

 

하나님께서 관여하지 않은 세상사가 어디에 있는가?

 

 

'모든 것은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이루어진다. 하나님의 주권은 모든 것을 포괄하며, 모든 것에 미친다. 이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통치는 절대적이다. 그 분은 성경가운데 바람, 번갯불, , 개구리, , 파리, 메뚜기, 메추라기, 벌레, 물고기, 참새, , 박넝쿨, 기근, 태양, 감옥의 문, 시각상실, 청각상실, 신체 마비, 열병, 모든 질병, 여행 계획, 왕의 마음, 민족들, 살인자들, 영적 죽음 을 다스리신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을 이룬다.'(49p)

 

우리가 어떤 환난과 고통과 상실과 재앙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바로 '하나님의 주권'이다. 하나님께서 왜 우리에게 고통을 허락하시는가? 왜 재앙을 허락하시는가? 이 문제에 대해선, 아래의 나의 페이퍼를 참고하시면 좋겠다.

 

https://blog.aladin.co.kr/karl21/10377493

 

 

 

 

 

 

5 나의 일이 끝날 때까지 죽지 않는다

 

'인도와 페르시아(이란)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헨리 마틴은 31살의 나이에 역병으로 세상을 떠났다(18121016). 그가 죽기 9개월 전에 쓴 신앙 일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느 모로 보나 올해는 지금까지의 그 어느 해보다 더 위험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페르시아어 신약성경을 완성할 때까지 산다면 나의 소임을 다한 셈이 될 것이다. 살든지 죽든지 내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영광을 얻으시기를 소원한다. 만일 주님이 내게 맡기실 일이 있다면 나는 죽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도를 위한 모든 사역이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 헨리 마틴은 죽기 7년 전인 24살 때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이 우주의 주권자가 아니시라면 나는 참으로 비참할 것이다. 그러나 주님이 다스리시니, 땅은 즐거워하라. 그리스도의 대의가 승리할 것이다. , 나의 영혼아, 너는 그것을 알고 행복해해라.''(60-61p)

 

파이퍼 목사의 고백이다.

 

'나는 이 책이 출판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나의 친척 가운데 한 사람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내 나이는 일흔 넷이고, 내 폐는 혈전이 막혀 있는 데다 계절적 기관지염을 앓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이 궁극적으로 나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결정하신다.이것은 좋은 소식일까? 물론이다.'(51p)

 

 

 

 

 

 

6

 

문득 코로나 시대는 우리에게 '죽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우리 삶에 밀착되어 있고 내재되어 있는 지를 보여주는 알림음과 같은 것 같다. 우리는 스마트폰과 뉴스를 통해 날마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와 데이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데이터에 내가 들어갈 지 말 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하나님만이 아신다!

 

그리스도인에겐 견고한 반석이신 그리스도가 계시기에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른다. 우리는 우리의 믿음과 신앙을 빌미 삼아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심과 조심성을 늦추어선 아니 될 것이다. 이 코로나는 나 혼자만 걸려서 혼자만 죽는 게 아니라 파급성과 전염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차원 뿐만 아니라 공동체적인 차원에서 경계심과 예방을 공유해야 한다. 이것은 교통사고가 내가 아무리 운전을 잘 해도 다른 이가 나를 들이박으면 사고가 나는 것이 교통사고인 것처럼,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다른 이가 내게 바이러스를 퍼트리면 어쩔 수 없는 경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죽음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신호등이 또 하나 생긴 셈이다.

 

 

 

 

 

 

7

 

성경속의 하나님은 언제나 재앙과 심판과 환난을 통하여서 인류를 징벌하신다. 코로나 또한 하나님의 징벌의 도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징벌이 아니라 '정화를 위한 징벌'이다. '회개를 위한 심판'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하나님께로 돌아오라!'는 것이다. 이 팬데믹의 이유는 바로 이러한 하나님의 음성과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바벨론 포로 70년도 '정화를 위한 징벌'이었다.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다시 태어나게끔 하기 위한 심판이었다. 그 심판 이후에 '새 마음''부드러운 마음'을 주셔서 본토로 돌아오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셨다(36). 그리고 역사는 그렇게 성취되었다.

 

 

 

 

 

 

 

8

 

존 파이퍼는 코로나 시대가 오히려 '선교의 진전을 가져옴'(11)이란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한다. 과연 이 말이 적절한가? 코로나 때문에 선교지에서 일시적으로 빠져나온 선교팀이나 선교사들이 선교지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발이 묶여 있다. 르완다에서 사역하는 나의 제자는 코로나로 인해 사역책임자인 자기 가정만 남고 다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이런 소식들은 선교가 마치 일시정지pause된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역풍에 대해 '전략적인 전진을 위한 후퇴'라고 말한다.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은 순결한' 전략과 전술로 다시 이 코로나 시대의 우리의 사명을 다시금 점검해야 할 시간이다.

 

 

 

 

 

 

 

9

 

고후 1:8-9

8.형제들아 우리가 아시아에서 당한 환난을 너희가 모르기를 원하지 아니하노니 힘에 겹도록 심한 고난을 당하여 살 소망까지 끊어지고

9.우리는 우리 자신이 사형 선고를 받은 줄 알았으니 이는 우리로 자기를 의지하지 말고 오직 죽은 자를 다시 살리시는 하나님만 의지하게 하심이라

 

-바울은 여기서 '이는 우리로 자기를 의지하지 말고 오직 죽은 자를 다시 살리시는 하나님만 의지하게 하심이라'고 말한다. 바울은 너무나 큰 고통으로 인해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 절망과 낙심의 실제 가운데서도 그는 그리스도가 어떻게 소망의 실제가 되시는지를 고백하고 있다.

 

 

 

 

 

 

10 우리는 누구인가?

 

'자기를 의지하지 말고 오직....하나님만 의지하게 하심이라'

 

-결국 우리는 재앙의 시대, 팬데믹 시대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해야한다.

 

바로

 

'우리는 누구인가?' 이다.

'우리는 어디로부터 와서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에 대해서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의 정체성(identity),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제대로 가지지 못하면, 우리는 파도가 밀려오기만 해도 쉽게 허물어지는 '모래 위에 성'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가 반석되신 그리스도께 붙어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우리는 견고하여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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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8-20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이퍼 목사님은 지금 생존해 계신가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말도 못한다고 하는데
정말 선교사님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귀국을 하면 좋은데 선교지를 지켜야 하는 선교사님들은...
죽음이 삶과 가까운 건 지금은 워낙 코로나 밖에는 생각할 수 없어
그거에 안 걸리고 안 죽으면 다행이다 싶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죽을 수도 있어요.
예를들면 이번 수해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
요즘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니까 우울해지더군요.
빨리 옛날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2주간 동안 다시 온라인 예배를 드려야 하는데 말이 2주지
두 달이 될지 해를 넘겨야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모쪼록 카알님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카알벨루치 2020-08-20 21:46   좋아요 1 | URL
파이퍼목사님 아직 생존해 계실겁니다. 코로나 시대에 총체적인 위기지만, 그래도 평강을 누리시길 바래요! 하루 하루 잘 견디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2020-08-29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9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9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9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