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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였던가? 그때 <나는 4시간만 일한다>는 책을 집어 들었다. 4시간만 일하고 자기를 만족할만한 월급과 연봉을 손에 쥔 그가 너무 부러웠다. 하지만 그 책은 읽다가 말았다. 예전에는 읽다가 만 책이 즐비했다. 그 책을 쓴 저자는 팀 페리스이다. 팀 페리스가 또 하나의 베스트셀러를 탄생시켰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라는 책이다. 언젠가부터 베스트셀러에 대한 경외심(?)은 사라졌지만, 또 읽어볼만한 것은 읽어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책은 팀 페리스가 133명의 성공한 이들, 현자들에게 메일을 보냈고, 100명이상의 사람들부터 답장을 받아냈다. 그리고서 그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정리해서 만든 책이다. 우리는 팀 페리스의 도움으로 우리 인생의 가이드, 인생의 세르파sherpa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독서노트를 정리하다가 지쳐서 접고 글을 친다.

 

 

 

 

 

 

 

 

2

 

마르셀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방대한 소설로 유명한 작가이다. 대학때 그 수업에 대해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책은 아직 읽지 못했다. 읽지도 못한 책 제목을 따오다니! 참, 나도 어지간하다 싶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이런 글을 남겼다.

 

 

 

"여행의 진가는 수백 개의 다른 땅을 같은 눈으로 바라볼 때가 아니라 수백 개의 다른 눈으로 같은 땅을 바라 볼 때 드러난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은 수많은 낯선 땅을 돌아다니면 자신이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한다. 더 좋은 것은 다른 나라의 언어, 외국어를 배워보라고 추천한다. 다른 나라의 문화와 풍습, 철학, 정신 등. 이 모든 것을 제대로 느끼려면 언어를 배우라고 이야기한다. 그래,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을 또 하나의 정신세계가 열리는 것이겠지. 근데...참 내가 할 수 있는 언어가 얼마나 되는가? 젠장!

 

 

프루스트가 이야기하는 이 문장이 참 가슴에 내려앉는다. '수백 개의 다른 땅을 같은 눈으로 바라 볼 때'가 아니라 '수백 개의 다른 눈으로 같은 땅을 바라볼 때' 여행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말한다. 같은 땅을 계속 쳐다보면 거기에 무슨 새로운 것이 있을까? 거기에는 '새로운 눈, 수 백개의 다른 눈'이 필요한 것이다.

 

 

 

 

 

 

 

 

3

 

언젠가 읽었던 사진 작가, 사울 레이터는 이런 말을 남겼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행복이다."

 

 

 

 

나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아무 일이 수 없이 일어난 사람만이 이 문장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사진작가, 사울 레이터였다. 그는 평생 뉴욕시였던가? 거기서 60년을 살았다고 한다. 이사 가지 않고 한 곳에서, 허름한 도시에서 그렇게 생애를 보냈다. 거기서만 사진을 찍고 '수백 개의 다른 눈으로 같은 땅을 바라보았던' 사진 작가였다. 수백 개의 다른 땅을 다니면 '넓이'는 생기겠지만, '깊이'는 부재할 것이다. 김영하 작가였던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가 어느 도시를 여행했다고 칠 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얼마나 여행했을 때, 여행했다고 할 수 있느냐는 그런 질문을 던진다. 일본의 작가가 20여년 전에 여러 나라에서 똥을 싸 보라는 경험을 하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많이 돌아다니란 이야기인데, 과연 여행을 얼마만큼 해야 그 도시를 여행했다고 할 수 있을까? 숙박하고 관광하고 인증샷 날리고 그런 것이 과연 여행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런 식으로 여행을 접근한다는 말이다. 하일지 소설가는 한국인들은 관광을 사진 찍기 위해 한다고 그의 소설에서 비판한 적이 있다. 다들 '증거 수집'을 위해 SNS에 인증샷을 컬렉션하고들 난리다. 그게 여행은 한 것인가? 나이가 들면서 더 그런 생각이 절실하다. 여행을 흔히 '돌아다니는 것'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여행에 대한 사색을 담은 책을 보면, 어떤 이들은 배를 타고 여행을 가긴 했지만, 배에서 내리지 않고 그 도시를 돌아다니지 않고서도 정박한 배 안에서 글을 쓴 이들도 있다고 한다. 여행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수백 개의 눈'이란 생각이 든다. 그것이 '같은 땅'이면 더 '깊이'가 있지 않겠는가!

 

 

 

 

 

 

 

4

 

우리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똥을 쌀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본 작가의 말처럼 똥을 싼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싶기도 하다.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여행은 젊은 때, 힘이 있을 때 다니라고 인생의 선배들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오늘날 코로나 시대로, 팬데믹 현상이 지구촌에 가득한데, 여행의 욕심은 살포시 접어놓은 타이밍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수백 개의 다른 눈'이 필요하다는 것.

 

 

 

"나는 찾아내지 못하면, 나를 만드는 일을 하지 않으면,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진다"(15p)

 

 

 

팀 페리스가 한 말이다. 아무리 많은 여행지를 다니고 화려하고 찬란한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자아를 찾고, 자아를 만드는 일을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의미한 일이라는 이야기에 동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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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Time>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에 한 사람인 아리아나 허핑턴이란 작자가 있다고 한다. 아직 나한테는 영향력이 없는데, 내 허락도 없이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단 말인가? 허참! ㅎㅎ그래도 이 문장 하나만으로 영향력을 내게 끼쳤기에 인정해준다.

 

 

"나는 확신한다. 앞으로 부자는, 성공하는 사람은 돈이 아니라 마음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로 결정될 것이다."(267p)

 

 

돈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는 말이다. 이 사실에 다들 동의할지 모르겠다.

 

 

 

 

 

 

 

 

6

 

오늘 하루도 내 마음을 잘 지킬려고 노력했다. 거기에 감사한 하루이다. 우리는 날마다 우리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살아간다. 내 삶 가운데 같은 땅, 같은 집, 같은 차, 같은 가족, 같은 인간관계, 같은 공동체, 같은 직장, 같은 나라, 같은 모든 것...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하나의 눈이 아니라, '수백 개의 눈'으로 바라볼 줄 아는 시선과 마음이 중요하다. 한국의 현실은 지금 이데올로기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가운데 있다. '하나의 눈'으로만 바라보면, 비판과 비난과 분노가 일어난다. 부디 나 자신부터 '수백 개의 눈으로 같은 땅을 바라 볼 수 있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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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0-08-31 0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은 곳이어도 다르게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게 그거다 생각할 때가 더 많네요 같아 보여도 잘 들여다 보면 다를 텐데, 지난해와 올해 하늘은 다르겠지요 꽃이나 나무도... 보다보면 못 본 것도 보게 되죠 그런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가끔이라도 있다면 좋겠지요 정말 아무 일 일어나지 않는 게 좋죠 그건 무슨 일이 일어나야 깨닫는 거네요

카알벨루치 님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팔월 마지막 날 건강하게 보내세요


희선

coolcat329 2020-08-31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백개의 눈으로 같은 땅을 바라보라...멋진 말이네요. 고정관념을 버리고 마음을 열고 바라보라는 뜻이겠죠? 여행이 너무나 가고싶은 요즘 입니다 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일거 같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글씨체도 오랜만에 반가웠구요 😊

카알벨루치 2020-09-04 00:01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기억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언제나 건강이 최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