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았다


이병률의 <혼자가 혼자에게>란 에세이집에 보면, 시인은 그런 이야길 한다. 만약 당신에게 앞으로 살 날이 10분 밖에 없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아니 앞으로 1년만 살 수 있다면?’ 이런 질문을 들어봤는데, 앞으로 10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질문에 순간 온갖 생각이 다 지나갔다. 그 질문에 대뜸 막내가 생각이 났다.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아직 막내에겐 아빠가 부재(不在)’이거나 불투명한, 기억에 제대로 자리잡지도 않은 존재로 남아 있을 것 같은 느낌에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10분이면...당장 병원으로 달려가기도 어렵고 전화통화를 해야 하나? 아니면 편지를 남겨야 하나? 몇 자 적다가 시간이 다 되어버리겠지. 생각이 복잡했다. 아내...그리고 애들에겐 뭘 남겨야 하나? 그러니 생각이 바빠졌다. 조급해졌다.

 

순간 시간이 남아 있다는 현실이 너무 감격적으로 다가왔다.


 

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았다

 

 




2 시간이 선물이다


이 명제thesis가 엄청 큰 위로로 다가왔다. 가족...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더 시간을 보내며 소비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했다. 그래서 책을 보다가 첫째 초딩 5학년 아들을 안고 쇼파에서 잠들었다. 아들의 머릿결, 촉감, 느낌, 목덜미, 등...매끈한 다리와 엉덩이를 더듬어보며 주어진 시간에 감사했다. 그렇게 따지다 보니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 무언가란 질문을 해보았다. 인생에서 가장 the best의 선물은 시간’이란 생각, 스펜서 존슨의 ‘Present is present’라는 말은 너무 식상하고, 상업적이고 지루하게 들린다.




시간이 선물이다

 



 

3 아직 굿나잇 키스는 안 됩니다!


이어령 박사가 자신보다, 부모보다 먼저 떠난 딸을 그리워하며 적은 글이 책으로 나왔더랬다.




딸과 함께 놀이동산에서 탔던 회전목마를 기억하면서 딸은 회전목마를 어릴 적 겁 없이 타고는 한 바퀴 돌고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딸을 회전목마에서 내리게 해야했다고 혼잣말을 한다. 그 말에서 사람의 마음을 잡고 울리는 아비의 슬픔이 느껴졌다. 딸과 함께 보낸 시간 속의 추억과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어 기억이 되고, 회상이 되고, 추억이 되는 걸까? 만약 그 추억꺼리가 될 시간조차 기억조차 없다면, 부재한다면 떠나보낸, 남아 있는 이는 얼마나 슬플까? 내가 고작 3살박이 늦둥이 막내 입장이 되었을 때, 딸의 입장이 되었을 때 아빠에 대한 기억의 부재가 그런 느낌으로 다가올까 봐 그게 너무 슬펐던 거다. 물론 내가 10분만 살고 죽으면, 아내는 혼자 살기보다 새 사람을 만나는게 나을 듯 하고, 기억 없는 생부인 나 대신에 새 아빠의 시간을 막내에게 선물해 줄지도 모를 일이다. 죽음은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끔 만든다.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직 사랑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게 너무 감사했던 몇 달 전의 기록을 생각나서 들추어보았다.


 구약성경 출애굽기에 여호와 하나님이 모세를 부르시면서 질문하는 그 대사가 훅 치고 들어온다. 


출애굽기 4:2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그가 이르되 지팡이니이다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나는 시간이란 대답을 했다. 내 손에 있는 시간의 지팡이! 아직 사랑할 수 있는, 막내와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사였던지 모른다. 다행히 막내는 4개월 동안의 입원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시술 후에 퇴원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아플 즈음에 코로나가 발발했다. 알라딘에서 내 글은 블랭크로 공백을 가졌지만, 솔직히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글을 썼다. 살아남기 위해, 힘을 내기 위해 난 더 글을 썼다. 그리고 지금은 조금 한 숨을 돌릴 수 있다.



아.직.사.랑.할.시.간.은.남.았.다.

 

 




5 조금 더 사랑해야


작가 김종원의 <사색이 자본이다>라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인생에 있어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마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가슴 아플 것이다.”(316p)


라고 말했다.

 





6 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았다


시간은 선물이다.


내 손 안에 들려진 시간, 이 소중한 모래시계...



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았다

아직 사랑할 시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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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0-09-18 1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카알님
콧등이 시큰거리네예.
딸과 아내, 부모님 생각을 한번더 해봅니다.
저도 어제 7살난 딸애 자는데 옆에 가서 꼭 껴안아보니 얼마나 행복하던지요
이번주말은 사랑하는데 시간을 써야겠습니다^^

카알벨루치 2020-09-18 13:26   좋아요 2 | URL
사랑해도 사랑해도 모자랄 우리의 인생인데 그게 제일 어려운 숙제인 듯 하기도 합니다 응원합니다 북키님!!!!

북프리쿠키 2020-09-18 13:32   좋아요 2 | URL
본격적으로 컴백하십니까 ㅎ

카알벨루치 2020-09-18 13:38   좋아요 2 | URL
지금은 뭐라고 말을 못하겠습니다 말이란 것이 사람의 행동을 규정지울 수 있는 족쇄가 될 수도 있느니~전 무엇에 얽매이는 걸 힘들어해서요 ㅎㅎㅎㅎㅎ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여백도 생기겠지요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가을이란 단어가 훅 들어옵니다 ^^

stella.K 2020-09-18 15: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유, 힘든 시간이 있으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그 시간속에 더욱 단단해지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얽매이는 거 싫어하시는 건 저랑 똑같습니다.ㅋ

카알벨루치 2020-09-18 16:21   좋아요 2 | URL
고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