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그림은 참 특이하다. 술먹고 그린 것도 같고 아무렇게나 찍찍 목적도 없이 그린 것 같은데 어느새 보면 어린 아이의 얼굴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이 책의 주인공 아이의 얼굴은 대여섯개의 선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그림을 찾아보자면 만화에 대해서 별 아는 것 없는 내 머릿 속에서는 박수동의 고인돌이 떠오른다.

서예로 따지자면 초서체고 그래서 쉽게 알아보기 힘들다. 이 작가의 <빨간 귀>맨 첫장을 난 몇번이고 다시 본 후 겨우 내용을 알게 되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옆자리의 후배가 그 장면을 보고는 나에게 이게 뭔 얘기냐면서 해석을 해 달란다.

빨간 귀가 워낙 충격적이어서 이 책을 읽을 때는 충격이 좀 덜했지만 우리가 항상 <마음의 고향>으로 가슴에 담아두는 <가정>에 대해 작가는 무자비한 묘사를 한다. 일부러 욕하거나 비판하거나 이런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남들이 가정에 대한 이미지를 손상시킬까봐 알고도 하지 않는 서로의 묵인하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까발기는 것이다.

그래도 작가는 자기가 그린 그 초라하고 아름답지도 않은 것들을 사랑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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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9-19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옆지기분 보러왔다 헛물켜고 갑니다...

로드무비 2004-09-1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책이 별로였나봐요?
감상이 짧네요? 궁금.^^

미완성 2004-09-19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아, 헛물켜고 갑니다...허탈~

깍두기 2004-09-19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이게 그렇게도 연결될 수 있는 거였군요? 우리 아빠.......(히히히)
책은 별로 아니었는데요, 직장에다 책을 놓고 오는 바람에....
그리고 로드무비님이 제가 할 말 다했는데 뭐하러 중언부언 하겠습니까?^^

호랑녀 2004-09-20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나는 친정아부진 줄 알았어요 ㅠㅠ

깍두기 2004-09-2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양한 해석.....
 

 

 

 

 

 

미하엘 엔데의 작품이라 기대했건만 실망.

너무나도 직접적인 비유.

교훈이(작가의 의도가) 너무 뻔히 드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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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9-17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거장이라고 해서 모든 작품이 퍼펙트한건 아니군요.

아영엄마 2004-09-17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런건가요? 미하일 엔데 작품이라서 일부러 골라서 선물 받아 놓고 아직 못 읽어보고 있는데...

깍두기 2004-09-17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쓴 건 제 생각이니 너무 구애받지 마셔요^^ 저는 상당히 취향 특이하답니다.

2004-09-17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변의 카프카를 다 읽었다. 에잇, 다 읽었단 말이다.

그런데 어찌 이리 머리가 복잡한 것이냐. 원래 이 책을 다 읽고는 근사한 리뷰를 쓰리라 마음먹었건만 별점을 주지도 못하겠고(헷갈려서) 딱히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싫다고 못하겠으니 페이퍼로 전환할 수 밖에. 아깝다. 리뷰가 점수가 더 많다는데ㅠ.ㅠ

이 책엔 진짜 무수한 <메타포>가 나온다. 메타포라는 낱말 자체도 수없이 나오고 메타포 자체도 많이 나온다. 문학작품을 많이 읽었거나 문학이론에 정통한 사람이라면 그 메타포가 무엇을 겨냥하고 쓴 것인지 알련마는 무식한 나는 이게 무슨 메타포이긴 한 모양인데, 도대체 뭘 메타포한 건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읽으려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재미는 있다. 뭔가 추리소설적인 구성도 있고, 로드무비님이 좋아하는 로드무비적인 내용이기도 하며 한 소년의 괴상한 성장기이고 아주 황당한 환상소설이기도 하다. 근데 웃긴 것이 보통 환상소설이라면 어떤 소설적 장치를 깔아놓고 독자에게 이것이 환상임을 전제한 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그러니까 '이건 농담인데....이렇게 깔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과 같다) 이 책의 환상은 그냥 툭, 던져진다. 정말 사실같은 분위기로 환상을 이야기해서 환상임을 알기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너무나 진지하게 웃지도 않고 농담을 해서 듣는 사람이 헷갈리는 것처럼.

읽으면서 작가의 야심이 느껴졌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과 같은 20세기의 탁월한 총합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충분히 멋있는 작품이고 나름대로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어쩐지 덜 익은 음식, 혹은 다양한 재료를 썼는데 그 재료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 그런 음식을 맛본 느낌이 있다.

 

**책을 읽다 보니 클래식 음악에 별 취미가 없는데 한번 작정하고 들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에 정통한 사람을 옆에 앉혀놓고 '이건 무슨 얘기냐?' 고 쉼없이 물어가며 읽고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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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녀 2004-09-17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못 읽어본 책이군요.

플레져 2004-09-18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살림과 육아에 바쁘신데 장서를 읽으셨네요. 추카추카~~ ^^
그런 의미에서 추천하고파요. 저는 늘 띵까띵까라 읽었걸랑요...ㅜㅜ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땐가 4학년 때

우리집은 TV가 없었다.

내가 일곱살 때까지 있던 TV가 고장나고 난 후

학교 들어가면 공부해야 한다며 아빠가 새로 사질 않으셨던 것이다.

그땐 이미 대부분의 집이 TV를 들여놓고 살 때여서

학교 가면 아이들이 만화영화 얘기로 꽃을 피울 때

난 할 얘기가 없어서 대화에 못 낀 적도 많았다. 그러나 그 덕분에 난 독서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되었으니 선견지명을 가지신 아버지께 감사할 뿐이다.

그 때 책 말고 우리 형제들의 유일한 즐거움은

라디오에서 5시부터 하는 어린이 프로였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도 틀어주고(그땐 애들이 순진해서 동요를 좋아했다), 20분 정도하는 라디오 드라마도 방송해 주었다. 그 중에 하나가 <물의 요정 운디네>이다.

졸졸졸 흐르는 옹달샘 속에/ 슬프게 웃는 얼굴 운디네 눈물/ 사람이 되고 싶어 세상에 왔다/ 슬픔만 배우고 간 운디네는/ 물속나라 공주님 요정이었네/ 아름다운 운디네 사랑의 천사

이 주제곡이 나오면 우리 3남매는 FM도 안나오는 고물 라디오에 들러붙어 혹시 대사 하나라도 놓칠까 하여 숨을 죽이곤 했다. 아빠와의 기싸움도 종종 했다. 아빠가 그때 한참 인기있던 고교야구가 방송되면 라디오를 빼앗아가셨던 것이다. 운디네 마지막 방송과 고교야구 결승전이 겹쳐 우리가 악을 쓰며 울어대어 주인 할머니가 라디오를 빌려주신 기억도 난다.

라디오로 방송되는 소리만 듣다보니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는 이 드라마가 끝날 무렵까지 운디네를 <온디네>로 잘못 알고 있었는데 그건 우리만 그런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느날 진행자가 사연을 읽어주는데 "운디네가 맞아요? 온디네가 맞아요? 우린 그걸로 내기를 했어요."이런 내용의 글을 읽어주었고 우린 "당연히 온디네지~~~"하고 합창을 했다가 진행자가 "그건요, 운디네예요."라고 해서 세명이서 얼굴을 마주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온디네가 훨씬 이쁜데........"

<물의 요정 운디네>의 내용은 사실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슬프고 비극적이다. 거기다 유한한 인간의 어리석음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흐르는 물결과 함께 소용돌이치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작품인데 우리가 뭐 그걸 이해했을까, 그냥 슬프고 안타깝고 왕자가 바보같고, 이쁜 운디네를 버리다니 나쁜 놈이고, 그러면서 울고 웃었다.

커서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곤 너무 반가워서 냉큼 사서 읽었다. 그리고 오늘 판다님의 서재에서 좋은 그림을 발견하여 이렇게 기념할만한 페이퍼를 꾸민다. 고마워요, 판다님!!

래컴, 운디네

 

아름다운 물의 요정 운디네와 젊은 기사 훌트브란트는 사랑하는 사이다. 훌트브란트와 결혼한 운디네는 마침내 인간의 영혼을 얻게 되고 본질적인 변신을 한다. 자유롭고 변덕스러운 자연적 창조물에서 사랑하고 고통받는 여자로 다시 태어난다. 무의식적 자연 상태에서 의식적 인간 존재의 질곡으로 떨어진다. 그녀가 영혼을 얻는 대가는 이승의 고통이었으며 그에 대해 그녀가 지불해야 되는 대가는 불멸성이었다.

그녀의 행복은 베르탈다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된다. 베르탈다는 그녀의 매력으로 훌트브란트를 사로잡고, 운디네는 고통의 세계 속에서 파멸의 길을 간다. 세 사람이 도나우를 항해하면서 훌트브란트가 물을 모욕하자 그녀는 거대한 물결 속으로 사라진다. 훌트브란트가 베르탈다와 결혼하려 하자 운디네는 다시 나타나 훌트브란트를 포옹하여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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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9-13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깜짝 놀랬어요. ^ㅡ^ 비록 퍼 온 글이지만,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_ _)>

아영엄마 2004-09-14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예술이네요~ 그나저나 운디네 이야기라.. 어떤 책인지 찾으러 가봐야겠어요~

starrysky 2004-09-14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운디네 아직 안 읽었는데, 빨리 읽어서 이 멋진 풰밀리에 끼어들어야곘습니다. ^^

깍두기 2004-09-14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과 저 그림은 기가 막히게 어울린답니다. 사실 줄거리야 옛날 전설구조로 별로 색다를 것도 없지만 분위기가.....전 그런 분위기에 약하거든요.

송경준 2020-12-11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찾던 운디네 노래인데 가사만 있네요
곡까지 있는 노래는 없나요
혹시 있으면 제 메일로 좀 알려주세요
smiskj@naver.com

송경준 2023-10-1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랜만에 운디네 내용을 다시 보네요.
위의 내용중 운디네도 맞고 온디네도 맞는거 같아요.
슈몰이란 사람이 운디네와 어부란 곡을 작곡 했는데
독일어판은 운디네 불어판은 옹디네인데 불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온디네로 발음 될 수 있느 ONDINE로 되어 있네요
 
빨간 귀 - 레제르 만화 컬렉션
장 마르크 레제르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덮고 나서 난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빨간 귀>란 이상한 아이가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것이다. 난 얘가 좋기도 하고 싫기도 했다. 왜 그런걸까?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거지, 왜 이렇게 마음을 못 정하는 걸까?

자, 이제 난 알았다. 왜 그랬는지. 나는 빨간귀였다. 그래서 내가 빨간귀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애의 부모이고 선생이었다. 그래서 난 그애가 싫었던 거다.

빨간 귀는 어린 소년이다. 그러나 귀엽고 순진한 소년은 절대 아니다. 부모님의 벗은 몸을 엿보고 그걸 그림으로 그려서 어른들을 당황시키고, 수업시간엔 선생님의 설명보다는 배꼽티를 입은 선생님의 몸매에만 정신을 집중시키며 야한 그림을 보고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만일 현실에서 만난다면 절대 좋아할 수 없는 소년이다. 어른들은 이 소년을 좋아할 수 없다. 그래서 빨간 귀는 끊임없이 맞는다. 부모님에게, 선생님에게, 지나가는 어른에게. 하도 따귀를 얻어맞아서 귀가 빨개졌다. 그래서 빨간 귀다. 그런데 이 소년은 절대 굴하지 않는다. 빌지도 않고, 반항하지도 않고, 대꾸도 않는다. 다만 줄기차게 계속할 뿐. 어른들이 못하게 하는 바로 그것을 말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아무리 맞아도 굴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다.

나는 그애의 부모이고 선생이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안다. 내가 머릿속으로 아무리 반항적인 아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도 막상 그런 녀석과 부딪히면 나는 마음의 평정을 찾기가 어렵다. 나는 기존질서고 기성세대인 것이다.

그러나 난 빨간귀이기도 하다. 나를 억압하는 모든 것, 내 자유의지를 가로막는 것에 대해 나는 머릿속으로 찢어발기고 때려부순다. 단지 머릿속으로만. 그런데 책속의 빨간귀가 내가 하고 싶은 걸 대신 해주는 것이다. 굴하지 않고 전진하기. 누가 뭐래든 하고 싶은 것 하기.

넌 빨간귀였어. 지금도 빨간귀고. 그러니까 네가 만나는 어린 빨간귀들에게 잘해주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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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12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악, 추천!!!

깍두기 2004-09-12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가 아아악입니까? 깜짝 놀랐어요^^

진/우맘 2004-09-12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악!! 나도 추천!!! 그리고 다음에 도서관 가면 꼭 빌릴 책 목록에 찜!!!!

2004-09-12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4-09-12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인들의 비명이 낭자하군요. 귀신 나올라~~^^
속삭이신 님/요즘 서재에 뜸하신 것 같아요. 님의 글이 올라오면 전 꼭 가보는데....바쁘신가봐요^^

바람구두 2004-09-14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아하는 빨간귀....물론, 추천을...

깍두기 2004-09-1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