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람의 그림은 참 특이하다. 술먹고 그린 것도 같고 아무렇게나 찍찍 목적도 없이 그린 것 같은데 어느새 보면 어린 아이의 얼굴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이 책의 주인공 아이의 얼굴은 대여섯개의 선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그림을 찾아보자면 만화에 대해서 별 아는 것 없는 내 머릿 속에서는 박수동의 고인돌이 떠오른다.
서예로 따지자면 초서체고 그래서 쉽게 알아보기 힘들다. 이 작가의 <빨간 귀>맨 첫장을 난 몇번이고 다시 본 후 겨우 내용을 알게 되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옆자리의 후배가 그 장면을 보고는 나에게 이게 뭔 얘기냐면서 해석을 해 달란다.
빨간 귀가 워낙 충격적이어서 이 책을 읽을 때는 충격이 좀 덜했지만 우리가 항상 <마음의 고향>으로 가슴에 담아두는 <가정>에 대해 작가는 무자비한 묘사를 한다. 일부러 욕하거나 비판하거나 이런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남들이 가정에 대한 이미지를 손상시킬까봐 알고도 하지 않는 서로의 묵인하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까발기는 것이다.
그래도 작가는 자기가 그린 그 초라하고 아름답지도 않은 것들을 사랑한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