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돌아온 큰 아이가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냈다.
작은아이가 TV를 틀어놓았는데 그것에 집중하며 엉성하게 행동하는게 눈에 보였다.
평소에도 TV만 봤다하면 온 신경이 그곳에 집중해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잠시후에 '와장창~~' 물병 깨지는 소리가 났다.
TV에 신경쓰느라 물병을 식탁 모서리에 슬쩍 걸쳐 놓았던가 보다.
씽크대에서 일을 하고 있던 나는 "야~~~~"하고 소리를 지르니 아이는 저만치 도망갔다.
물병에는 물이 가득 들어있었는데 바닥에 쏟아진 물과 유리는 어느것이 물이고 어느것이 유리인지...
거기다 유리 파편이 여기저기 튀어서 참으로 난감했다.
그 와중에 큰아이 친구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잠시후에 다시 전화 하겠노라 하고 아이에게 일장 연설이 시작되었다.
내용은 뻔하게 조심하지 않고 TV만 쳐다봤다는 얘기...
고무장갑을 끼고 유리인지 물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을 치우며 붉으락~~ 푸르락~~
눈치빠른 둘째는 평소의 개구쟁이 모습은 없고 작은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책을 본다.
걸레와 청소기를 동원해서 한바탕 거실 청소를 하고 친구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물병 깨진 얘기를 하니 애는 안 다쳤느냐고 묻는데 나는 그것보다 어찌 치울까 화부터 났다고 했다.
사실 나의 욱~~하는 성격 때문에 애가 저만치 도망가는거 보고 애는 멀쩡하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만큼은 애가 다친거보다 화가 먼저 났다...
큰애를 학원에 보내놓고 생각하니 애가 다쳤는지 먼저 챙겼어야하는건데...
자기도 많이 놀랐을텐데 엄마에게 혼까지 나고 학원에 갔으니...
아~~~ 나는 아무래도 계모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