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는 순간, 떠나고 싶게 했던 책을 추천해 주세요!
연애시절부터 옆지기가 하던 얘기중에 제일 샘나는게 하나 있었다.
대학 4학년 졸업반시절 취업이 결정된후, 친구와 둘이 한달동안 유럽으로 베낭여행을 떠났다는 것이다. 여행 막바지에 어느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중에 누군가 작은 가방하나를 들고 사라져, 매일매일 기록한 여행일지를 잃어버린게 제일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검증 할 수는 없지만 사진이 남아 있는걸 봐서는 다녀오긴 했는가 보다. 요즘도 TV에 유럽쪽 이야기나 퀴즈 문제가 나오면 아이 앞에서 "아빠는 저기 가봤다."라며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펼친다. 에이~~~ 부러우면 지는거라 했지만, 그때마다 부러운 마음을 숨길 수 없다. ^^
신혼여행으로 태국행 비행기에 올라타는게 나에게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그 때 옆지기는 내게 말했다. 결혼 10년차가 되면 아이들과 함께 다시 태국에 들르자고... 웬걸~~~ 얼마전 결혼한지 만 11년을 넘기고 12년차가 되었지만, 몇년 전에 제주도에 다녀온게 고작이다. 그러더니 조금의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아이들 키워놓고 둘이서 베낭 하나 짊어지고 유럽여행 다시한번 가잔다. 내가 이 달콤한 거짓말을 믿어줘야할까? ㅎㅎ
그런데 그 달콤한 거짓말을 믿어주고싶다. 여러 서재지기님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구입한 <런던을 속삭여 줄께>라는 책을 보면, 당장이라도 런던행 비행기에 올라타야 할 것만 같다.

정혜윤 작가가 여행지로 선택한 곳들은 지극히 옛스러운 곳들이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세인트 폴 성당, 대영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트라팔가르 광장,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런던탑, 그리니치 천문대. 런던에 가면 빼놓을 수 없는 의무적인 여행 코스이지만, 작가는 그곳의 소개에 그치지 않고 장소에 적절한 이야기를 펼쳐준다.

각 장의 시작마다 펼쳐지는 그곳의 흑백사진들 조차도 참 옛스러워 보인다. 아마도 화려한 컬러 사진이었다면 이런 분위기가 나지 않을을테다.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멋드러진 이야기로 그녀는 속삭인다. 어서어서 유럽행 비행기에 올라타라고... 그래서 난 베낭 하나 짊어지고 유럽 여행가자는 옆지기의 달콤한 거짓말을 믿기로 했다. 꿈꾸는 자는 이루어진다 했으니. 누가 알겠는가 내가 정말 어느날 런런의 어느 명소에서 서재질을 하고 있을지...ㅎㅎㅎ

그 날을 위해서 지금은 꾹 참으며 책으로 나마 마음을 달래야겠다. 자~~ 멀리 유럽까지 갔으니 런던만 둘러보고 오면 섭하지 않겠는가? 그럼 만반의 준비를 위해서 유럽과 관련된 책들도 열심히 찾아 읽어둬야지. 아놔~~~ 당분간 책구입을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보관리스트에 숨겨두었던 책들이 나를 부르는 구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