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밥 값이 너무 비싸다.
그냥 아주 허름한 밥집을 가도 기본이 오천원이다. 도시락을 싸오는 알뜰한 사람들도 있지만 만원버스에 시달리면서 도시락을 들고 탈 여력이 없다.
버스로 3정거장이지만 아침이면 정차를 하지 않는 버스와 신경전을 벌여야 하고 문이 열리면 대롱대롱 어떻게든 밀고 타서 손잡이라도 잡을 수 있으면 행운으로 알아야 한다.
대신 고의적인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밀려서 카드를 찍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음 1주일에 2번정도는..
그런 여의도에서 참 기분 좋은 식당을 발견했다.
매일 뭘 먹나 고민할 필요가 없는 곳이 바로 구내식당이란다. 나는 별로 인 것 같아서 가지 않았는데 언니들을 따라 몇 번 가니 청결하고 반찬도 맛있고 가격도 저렴하고 그래서 너무 좋다.
그런데 이 식당 주인장이 참 맘에 든다.
실은 주인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항상 기분 좋게 웃어주고 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통에 앉아 있는 법 없이 서서 인사하고 웃어주는 멋쟁이 아줌마다.
그런데 오늘은 우리가 조금 늦게 갔더니 반갑게 인사를 해 준다..
어머나 오늘은 늦으셨네요.. 많이 드시고 가세요 하더니 식판 가득 가득 채워 가라고 하시면서 달걀까지 서비스로 밥 위에 얹어 주신다.
우린 늦게 오니깐 좋다 하면서 우적 우적 밥을 먹으면서 신나게 떠들고 있는데 아줌마가 박카스 박스를 들고 오신다.
죄송해요.. 오늘 콩나물무침이 떨어져서 드리지 못했네요. 하면서 이거 드세요. 하면서 내려 놓고 가신다.
아니 이럴 수가..
구내식당에서 반찬 떨어 질 수도 있는건데 이렇게 까지..
우린 서로 어머 너무 맛있고 달걀도 서비스 해주셨는데 괜찮아요 그랬지만 아니예요.. 이건 어디까지나 약속인데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서 그런거니깐 부담 같지 마세요 라고 한다.
그래 여긴 가끔 비오는 날 가면 비오는데 여기까지 오셨군요 하면서 500원을 깍아 주시기도 한단다.
사무실 바로 옆건물의 A 구내 식당은 조금만 늦으면 아줌마들이 주방에서 그릇을 탕탕 거리면서 빨리 가라고 신호를 하는데 아니 B식당 여긴 이렇게 잘해 줘도 되는거여????
우린 오늘 박카스 한병에 감동 먹었다.
아 여긴 밥값이 3,500원이다. 밥을 퍼 주시는 아줌마는 그 사람의 덩치를 봐 가면서 밥을 주신다.
그런데 그게 기막히게 맞아 떨어진다.. 욕심에 아줌마 좀 더주세요.하면 영락없이 더 준 만큼의 밥을 남기게 된다는 거다.
서로가 즐겁게 일하는 식당이기에 밥을 먹는 사람도 덩달아 즐겁겠지.
당분간 여기로 도장 찍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