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블루스
김종광 지음 / 창비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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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이라는 작가는 나와 같은 나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아빠의 고향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그가 나온 학교가 우리 동네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가는 작가였다.   (학연,혈연.... 이런걸 타파해야 한다고 울부짓지만 그러면서 그런것에만 관심을 갖는건 뭔데???)

그와의 두번째 만남... 모내기 블루스

산뜻한 표지 안에 직시하고 싶지 않은 현실 얘기가 우글거린다.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그냥 남의 얘기려니 하면서 지나치는 얘기들의 김종광이라는 젊은 작가의 손에 의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얘기로 거듭났다고 말하고 싶다.

농사를 짓지 말라고 내몰리고 있는 농촌의 현실이 너무 뼈저리게 와 닿았다.. 나도 서울내기라고 농사짓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서만 봤지 실제로 본 적이 없다.  단지 결혼을 하면서 시골이 생겼고 그래서 1년에 몇번 내려가는 농촌은 농사를 안 지으면 정부에서 보상금을 주는 웃지 못할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농민을 위한다는 농협은 농민을 상대로 하는 고리대금업에 불과 하다는 말도 절감한다.  

윷을 던져라를 보면서는 우리아빠가 나 죽으면 묻어 달라고 하면서 애착을 보이시는 시골의 풍경이 생각났다.. 농촌을 떠나 도회지로 나간 우린 그저 이방인... 그래서 그들에게 잘 보여야만 그곳에 갈 수 있다.   그래서 아빠는 물론 오빠들도 시골의 친목회에 참석하고 무슨 공동으로 행하는 행사가 있을 때면 하다 못해 찬조금이라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을때면 궂은일은 이곳에서 다하고 서울서는 뭣하나 하는게 없다는 지청구를 들어야 한다.

하지만 어쩌랴... 척박한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이 유일하게 큰 소릴 낼 수 있는 이유인것을...

 

단편 하나 하나 내가 겪어온 현실 얘기를 그대로 풀어내고 있는 듯해서 너무 반갑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직해 받은 월급이 30만원이면 많이 준다고 여겼던 때도 있었고 몇달씩 월급이 밀려도 혹시나 해서 미련을 못버리고 매일 출근을 하던 그런 때도 있었다.    친구가 매일 팩스로 편지를 보내면서 월급 잘 나오는 회사에 다니는 걸 큰 복으로 알라고 얘기 하던 그 시절...

우린 그런 시대를 겪었다.. 졸업만 하면 취업은 100%라고 떵떵거리던 학교도 슬슬 발뺌을 하고 전공과는 무관한 오로지 취업을 위해 학원을 다니던 그런 친구도 많았던 시절...  더불어 실업계 출신들이 하던 일자리들을 다 대학나온 사람들에게 빼앗기고 허탈해 하던 시기인것을...

선배들은 노가다라는 것을 해서라도 후배들에게 술 한잔 사주는 사치를 부렸지만 내 또래의 친구들은 어떻게 노가다를 하냐면서 힘든건 죽어도 못해를 내뱉고.. 대신 카드사에서 신규카드 유치하는 알바로 술값을 벌던 아이들 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90년대.. 나의 이십대로의 여행을 떠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아주 먼 얘기인듯 잊고 있었던 얘기들이 생각나는 것 같다.

단편 하나에도 너무 많은 등장인물이 나와서 도대체 이사람들이 다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황당함도 있었지만 재밌게 읽었다.

아마도 작가와 내가 살아 왔던 환경이 비슷해서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한 하루를 L.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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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0-14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종광 씨 젊은 작가가 참 능청스럽죠?
첫 장편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모내기 블루스를 재밌게 읽으시는 감성이라면
인터라겐님이 더 가찹게 여겨지는데요?^^

2005-10-14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10-1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도 저와 같은 년생의 울 아버지 고향인 충남 서산 태생 작가가 글을 냈다고 하믄... 먼저 찾아 읽을 거 같음~ ㅋ
이야기 하나에 우리가 사는 현실 하나가 엮이고~ 이러셨군요...

인터라겐 2005-10-14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ㅎㅎ 저희 친할머니 고향이 서산이랍니다..단편하나 하나 정말 절절하게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아주 재밌게요..

속삭여주신님.. 제가 작가도 아니면서 왜 이런걸 시비 거나 몰라요... 머리가 나빠서 되새기려면 무지 머리 아파요...^^

로드무비님.. 실제로 뵈니 어리숙해 보이면서도 할말은 끝까지 다하는 그런 분이시더라구요.. 앞으로도 기대 되는 작가분이예요... 전 예전부터 로드무비님을 가찹게 여기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