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남편이 6일날 결혼식한다는 조기회 사람 얘길 꺼낸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언니의 9번째 결혼기념일이다.

        96년 6월 2일....

언니의 결혼식 장소는 목포였다.    멀긴 왜 그렇게 멀던지...지금은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렸지만 그당시는 길도 좁고...공사가 진행중이라서 참 지루하게 가는 그런곳으로 기억한다.

언니랑 나는 금요일 저녁 퇴근하고 내려갔고... 토요일은 야외찰영을 했다.  야외찰영하면 보통 친구들이 쫓아다니면서 뒤치닥거리를 하지만 워낙 먼곳이라서 내가 따라갔었다.

그런데 결혼식은 완전히 쌩쇼의 현장이었다.

큰오빠는 토요일날 내려와서 음식을 맞추고..이런 저런 준비를 했고 부모님과 친척들은 당일 아침에 버스를 대절해서 내려오기로 했는데...

날은 얼마나 더웠던지...난 언니가 결혼한다는것에 흥분으로 (이건 언니랑 같이 쓰던 방을 나혼자 쓰게 되어 기뻐서 그랬을것 같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가 싸해진다.

큰오빠...작은오빠와 통화를 한다...지금 어디왔냐?   나주...차 무지 막혀..

그랬다...예식이 1시인데 12시가 되도록 부모님을 태운 버스는 보일질 않았다.

12시 반정도가 되니 시골에서 대절해온 버스는 도착을 했다...허걱 그런데 예식장에선 신부쪽 부모님도 없고 축하금 받는곳엔 사람도 없이 온니 신랑측만 열심히 축의금을 받고 있었고...예식장입구에서도 신랑쪽 부모님만 하객을 들을 맞이하고 있었으니 분위기가 싸할만하다...

신부대기실에 있던 언니 급기야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예식장 사무실로 뛰어간다.

대기실에 있어야 할 신부가 뛰어 들어오니 예식장쪽에선 뭔가 문제가 생긴건가 해서 놀라는 표정이다.

저기요... 1시 이후에 예식있나요?

예?  아 그 홀은 바로 있구요...대신 좀 작은 홀은 비어있네요..

아 그럼요 제가 장녀인데 서울에서 내려오시는 부모님이 아직 도착을 안하셔서 그러는데 혹시 시간안에 시작을 못하면 홀 바꿔서 라도 해주실수 있지요?

역시 장녀는 다르구나... 언니를 바라보는 내 눈길이 많이 부드러워진다.  (날도 덥고 오빠와 언니의 신경질을 받아 내느라 지쳐있어서 곱게 안보였었다)

 

우여곡절 끝에 10분인가를 남겨두고 부모님을 태운 버스가 들어왔다.

푸헐헐...울 엄마 아빠 난리도 아니다..땀은 비오듯이 하고 버스안에서 아줌마들이 가려주고 한복을 갈아 입었다는데 얼굴이 사우나에서 바로 나온 사람 처럼 빨갛게 익어버렸다.

얼굴 매무새 고칠 시간도 없이 부랴 부랴 인사 대충하고 예식이 시작되었는데...  참 이런 생쑈가 없다..

게다가 형부가 주례사의 말에따라 대답을 하는데 얼마나 컸던지...예식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형부말이 그 순간 조절이 안되었단다... )

그날 그런 생쑈의 틈을 타서 그당시 한창 기승을 부리던 예식장 사기단에 의해 형부 회사에서 낸 축의금 몇백만원을 도난당했다.   (당시 형부가 은행전산실에 있어서 좀 짭짤했는데...)

이 사건은 비디오 찰영하는것에 찍혀서 목포경찰서에 전달되었고...나중에 그 범인들은 잡혔으나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 (뉴스에 대문짝 만하게 나왔었다)

지금도 언니네 결혼앨범을 보면 웃긴다....신랑 신부만 웃고 있지 양가 부모님은 화난 사람처럼 보인다.. 우리부모님이야 그래서 그랬다지만 형부네 부모님은 왜 화가 나 있으셨을까?

예식이 끝나고는 언니 폐백드리는것도 끝까지 보지 못하고 우리는 거길 서둘러 떠나야했다.

왜냐 가는길은 더 막히니깐..

결국 서울엔 9시가 넘어 10시를 바라보는 시간에 도착했고... 내리는 분들에게 주먹밥을 두덩어리씩 (말이 주먹밥이지 엄청크다.) 나눠 드리면서 고맙다고 허리숙여 인사했고...

내리는 동네분들이나 친척들은 재밌었다고 하면서 막내야 널랑은 부산으로 시집가란 소릴 빼지 않고 하셨다.

동네 사람들이야 너무 재밌고 좋았을꺼다.

한 유난하시는 우리 부모님들은 아침 저녁을 차안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버스에서 밥 먹기 힘들다고 남대문인가 어딜 가셔서 군대용 식판을 100개나 사오셨던것이다.

계속 끊어지지 않게 음식을 대주었으니 아마 내 생각엔 다 드시지 못하고 가방으로 들어간것도 많았을것 같다..

올라오는 차에서도 그랬으니 내려가는 차는 어땔을까 안봐도 삼천리다.

지금은 그 식판 시골에서 결혼식 있는 집들이 의례 빌리러 온다.

돈을 좀 받아야 하는데...아깝다.... 한번쓰고 말것을 왜 사셨는지 아직도 이해안간다.

 

아 그렇게 결혼한 언니네는 세아이의 엄마다.

딸딸을 낳고 만족하면서 살려는 언니에게 신이 내려주신 선물이란다... 7년만에 임신이 되었으니...그런데 낳고 보니 아들이다..

언니의 임신소식에 시댁에선 아들을 바라셨지만 (형부가 장남이다) 언니는 마음을 비웠는데 낳고 보니 아들이다..

셋째 낳던날 아침... 형부가 본가에 전화를 하면서 방금 아이낳았단말을 하고 전화를 끊으니 언니 시아버지께서 숟가락을 내려놓으시면서 입맛없다고 상을 물리셨단다.

아들 낳았단 소리가 없으니 당연히 딸인줄 알고 심난해 하셨나 보다...언니가 회복실로 돌아와서 전화를 하면서 아들이라고 하니 갑자기 시아버지가 수고했다 그러고 부랴 부랴 전화를 끊으시더란다.

그리곤 딸한테 전화를 해서 방금00엄마가 전화와서 아들을 낳았다고 하는데 애비는 암말 없으니 진짠지 니가 언능 가서 보고나서 전화하니라..

언니 결혼얘길 하다 보니 끝이 없다... 너무 쟁쟁한 사건이 많다보니..

 

괜히 언니한테 전화를 했다..

그렇잖아도 지난주 울 남편 생일날 언니가 카드를 주면서 니가 케잌사와라 ...

난 제일 비싼거보다 천원싼 생크림 케익으로 사갔고...언니가 노골적으로 치사하단 소릴 했다.  왜냐면 난 언니네 생일케익살때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핑계로 크림케익을 사갔었다.  할인하고도 가격차이가 4천원이상 난다...

언니 전화 끊으면서 접때 그 생크림 케익 맛있더라한다..

또 코꼈다...

 

아 더불어 하나 빼먹었다...

언니네 사진을 찍었던 사진관에서 이렇게 이쁘고 잘생긴 신부와 신랑은 처음이라면서 자기네 사진관에 사진을 걸어도 되겠냐는 것이었다.

옴마야...이러면 안되는데... 결국 목포에서 잘나간다는 그 사진관에 거진 5년동안 언니네 부부 사진이 걸렸었다.    지역신문에 광고하는데 이 사진 넣어도 되냐구 하는데 그건 안된다고 짤랐었다.

나랑은 전혀 딴판인 울언니...가끔 애낳고 쳐진 살들을 보면서 나 잘나가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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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6-02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쟁을 치르셨구만요. 우리 나라 결혼 문화도 좀 바뀌었으면. 또 할 일이 있을라나?....헤헤헤... 언니 결혼 기념일까지 챙기시는 인터라겐님께 한표 올립니다요.

로드무비 2005-06-02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손에 땀 나도록 아슬아슬 재밌게 읽었어요.
오늘 언니 부부에게 생크림케이크 선물하셔야겠네요.^^

인터라겐 2005-06-02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사탕님...네 완전히 전쟁치르듯이 했어요...오죽하면 아빠가 저보고 먼데서 결혼할꺼면 혼자하라구까지 했다니깐요... 추천 감사해요..

로드무비님..항상 추천을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어요...ㅎㅎ 로드무비님 결혼식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로드무비 2005-06-02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 저 항상 추천하는 거 아닌데요?^^